[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당 대표를 선출하는 7·3 전당대회에 나선 홍준표 전 경남지사가 연일 중앙일보와 JTBC를 비난하고 있다. 홍 전 지사는 지난 대선 당시에는 "SBS를 없애버리겠다"고 막말을 내뱉은 바 있다. 홍 전 지사의 이 같은 행태는 정치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왜곡된 언론관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지난 18일 홍준표 전 지사는 기자간담회에서 중앙일보를 향해 "조카 구속시키고 청와대 특보 자리 겨우 얻는 그런 언론"이라고 말했다.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을 겨냥한 비아냥이다.

중앙일보가 19일자 신문에서 입장문과 사설을 통해 홍준표 전 지사의 사과를 요구하자, 홍 전 지사는 "제가 어제 한 얘기는 중앙일보나 JTBC에 대한 내용은 한 마디도 없었다"면서 "그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얘기한 것"이라고 책임을 회피했다. 홍 전 지사는 "왜 대한민국의 1등 언론이 사주의 부적절한 처신으로 지탄받느냐"면서 "(홍석현 전 회장이) 오늘 마침 사퇴를 하려고 하던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중앙일보는 19일에 이어 20일에도 사설을 통해 홍준표 전 지사의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홍준표, 막말에 발뺌 말고 떳떳하게 책임져라> 사설에서 "홍 전 지사의 행태는 정치판에서 흔한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라면서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막말을 퍼부은 뒤 뒷감당이 안 되자 치사하게 빠져나가려는 술책"이라고 꼬집었다.

▲20일자 중앙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우리는 어제 홍준표 전 지사에게 자신의 발언 속에 생략된 주어와 목적어부터 분명히 밝히라고 요구한 바 있다"면서 "그의 막말이 중앙일보, JTBC, 홍석현 전 회장을 겨냥했음은 초등학생 정도의 독해력만 갖춰도 다 안다. 그런데도 우기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홍준표 전 지사는 자신의 정치적 비중에 맞게 처신해야 한다"면서 "'웰빙 보수를 혁신하고 재건하겠다'고 외치기에 앞서 자신의 퇴행적인 막말 정치부터 바로 잡는 게 예의가 아닐까 싶다"고 촉구했다.

일련의 사태와 관련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홍준표 전 지사의 상황인식 자체가 굉장히 잘못됐다"면서 "아직도 박근혜 정권이 탄핵되고, 자유한국당이 정치적 위기에 놓인 상황의 원인을 국정농단이 아닌 언론보도에서 찾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동찬 사무처장은 "홍준표 전 지사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도 'SBS를 없애버리겠다', 귀국 당시에도 '종편을 우리에게 유리한 지형을 위해 만들었는데 잘못됐고, MBC만 우리 뜻대로 됐다' 이런 얘기를 했다"면서 "정치권력이 언론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하는 잘못된 언론관을 가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중앙일보·JTBC는 언론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을 한 건데, 홍 전 지사의 왜곡된 언론관이 표현의 과격성까지 더해져서 나오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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