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고대영 사장이 KBS의 숙원 사업인 ‘수신료 인상’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KBS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과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고대영 사장은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수신료 인상과 관련해 대외 업무를 총괄했다는 의혹이 최근 제기됐다. 결국 이런 이유 때문에 KBS 수장으로서 국회를 설득해야 하는 수신료 인상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성재호 KBS본부장은 12일 여의도 언론노조 KBS본부 사무실에서 열린 ‘고대영 퇴진 촉구 기자회견’에서 ‘KBS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관련해 “당시 고대영 사장은 보도본부장이었고 수신료 문제 관련 대외 업무를 보고, 기자들을 동원해가면서 총괄한 당사자”라며 “최근 관련자들의 증언이 나오고 있어, 곧 재수사가 이뤄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검찰의 재수사와는 별도로 KBS기자협회 차원에서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성 본부장은 “고대영 사장이 취임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수신료 인상’ 관련 얘기를 한 마디도 꺼내지 않는다”면서 그 이유에 대해 “수신료 인상 얘기를 꺼내면 여·야 의원들을 설득해야 하고, 공공의 견제를 받게 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고대영 KBS 사장이 29일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16.11.29 scoop@yna.co.kr(끝)

KBS의 수신료 인상을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거쳐 국회의 승인절차까지 받아야 하기 때문에 ‘민주당 도청 의혹’ 직접적인 관련자인 고 사장이 적극적이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또한 수신료 인상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이라는 문제와 연관성을 갖는 문제로 고 사장에게는 불편한 이슈였다는 해석이다.

언론노조 KBS본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열린 ‘경영비전 설명회’에서 고대영 사장은 “우리 사회가 수신료 인상에 지원해 주겠느냐. 공정방송하면 수신료를 인상해준다고? 공정방송은 상대적인 개념”이라며 “정치권은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지난 4월 26일 발행한 노보에서 “수신료를 현실화를 위해서는 KBS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지배구조 개선과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한 내부 장치가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면서 “그러나 고 사장은 KBS를 돈과 수익의 관점에서 통제하고 운영하겠다는 속내를 공공연하게 내비쳤고 취임 이후 조직개편, 잡포스팅 관리회계 등을 통해 KBS 전체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KBS 양대 노동조합과 10개 사내 직능단체가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5일까지 5천여 명의 직원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88%가 ‘고대영 사장 즉각 사퇴’에 찬성했다. 또한 ‘고 사장 사퇴’ 찬성 응답자 중 30%는 ‘수신료 포기 등 독선·무능 경영’을 그 이유로 뽑았고, 가장 시급한 KBS의 개혁 과제 중 하나로 ‘수신료 현실화’를 선택하기도 했다.

“고대영 사장이 수신료 인상 노력을 포기했다”는 지적은 KBS 외부에서도 나왔다. 고삼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지난 4월 언론노조 KBS본부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사장은 수신료 인상을 우선 과제로 삼아 수신료 인상을 위해 노력을 많이 했고, 이에 방통위도 호응했다”면서 “그런데 고 사장 취임 이후 아예 그런 노력 자체가 사라져버렸다”고 지적했다. 그는 “KBS의 재원에 가장 핵심적 재원이 수신료인데, (보도) 공정성과 연계해 이슈화 한다 해서 포기하는 것은 사장으로서 책무를 포기하는 것으로 변명거리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8일 <뉴스타파>는 ‘민주당 도청의혹 사건’ 당시 보도국장이었던 임창건 현 아트비전 감사와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임 전 국장은 KBS가 민주당 대표회의실을 도청했느냐는 질문에 “야당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도청은 아니었지만 민주당 사람 도움을 받아 녹음기 같은, 핸드폰 같은 것을 민주당 누가 갖다 줬다”고 말했다. 또한 당시 보도본부장이었던 고대영 현 KBS 사장은 사건의 핵심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다는 취지의 증언도 남겼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