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냄비받침>의 마이웨이를 응원합니다 (6월 6일 방송)

KBS 2TV 리얼 버라이어티 <냄비받침>

독립출판이라는 외피를 쓴, 연예인 일상관찰 카메라 정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은근히 진지하고, 의외로 재밌다.

지난 6일 첫 방송한 KBS <냄비받침>은 연예인들이 독립출판에 도전하는 콘셉트의 예능이다. 이경규, 김희철, 안재욱이 진행하고, 첫 회 게스트로 트와이스와 이용대 선수가 출연했다. 그리고 책 출간 경험이 있는 유희열이 특별 MC로 출연했다.

같은 연예인이지만 출간 주제는 제각각이었다. 김희철은 걸그룹 역사, 이용대 선수는 생후 2개월 된 딸의 육아서, 안재욱은 건배사, 이경규는 낙선한 대선주자 인터뷰 책을 제안했다. 서로의 출간 계획서를 귀 기울여 듣고, 각자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살을 붙이는 모습들은 실제 출판사 회의를 방불케 했다. 그저 방송만을 위한 보여주기 식 출판기획 회의가 아니었다.

‘걸그룹 첫걸음’ 책을 제안한 김희철은 30년 넘게 오로지 책 한 권만 읽어온, 독서와는 거리가 먼 사람도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출판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줬다. ‘건배사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안재욱은 어떤 이야기도 쓸 수 있다는 개방성을 보여줬다. 낙선한 대선주자 인터뷰를 기획한 이경규는 누구도 만날 수 있다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독립출판이기에 가능한 출간기획서. 거기서 <냄비받침>의 의외의 재미가 나왔다.

KBS 2TV 리얼 버라이어티 <냄비받침>

트와이스가 자신들의 사생활을 솔직하게 담은 책을 내겠다고 하자, 유희열은 이렇게 말했다. “JYP에서 내는 보도자료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은 거예요. 트와이스가 직접 쓴 게 보고 싶은 거지.” <냄비받침>의 기획의도를 한 마디로 정리한 것이다. 사람들이 원하는 건 거창한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나와 비슷한 사람이 쓴 소소하고 평범한 이야기들이다. 그것이 혹여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환호를 얻지 못할지라도 말이다.

누가 보든 말든 하고 싶은 얘기를 마음껏 하겠다는 <냄비받침>의 기획의도를 잘 살린 첫 회였다. 앞으로 다듬어야 할 부분도 많지만 첫 회는 디테일보다 의미에 더 비중을 두고 평가하는 것이 맞으니, 이 정도면 소박하면서도 알찬 출발이라 할 수 있다. 보든 말든 하고 싶은 걸 쓰자는 것이 독립출판의 모토다. <냄비받침> 역시 만들고 싶은 방송을 만들겠다는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

이 주의 Worst: 명동+남산+강남+홍대를 하루에 본다고? (6월 8일 방송)

“저희 알베르토 친구에요.”, “저 여자 예쁘다”

이탈리아 방송인 알베르토의 친구 3인방이 한국 여행을 하는 프로그램인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저 두 마디였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길거리를 지나다니던 사람이 3인방에게 누군지 물으면 “알베르토 친구”라고 답했고, 여성이 지나기만 하면 힐끗 쳐다보면서 외모를 평가했다. 30대 남자 세 명이 모인 자리에서 ‘여자 대화’가 빠질 수 없다는 건 이해한다. 그러나 방송의 기획의도를 흐릴 만큼, 방송 내내 여자 얘기만 내보내는 건 곤란하다.

남산에 앉아서 서로 대화를 나누다가도 여성이 지나가면 외모를 평가하고, 서슴없이 다가가서 말을 걸기도 했다. 제작진이 가로수길의 매력을 묻자 “여자들이 자기 관리도 잘하고 매력적이다”라고 답했다. 심지어 “서양인들이 좋아할 만한 예쁜 여자들이 많아” 같은 품평회 멘트도 서슴지 않았다. 세 친구들의 눈을 통해 본 ‘한국’이 아니라 ‘한국 여자’가 더 정확할 것 같다.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그들이 이번 여행을 통해 한국에 대해 뭘 알고 뭘 느꼈는지는 방송에 잘 담기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단 하루 만에 명동, 남산, 강남, 홍대를 둘러봤으니 한국을 깊이 느낄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명동 거리, 남산 케이블카와 사랑의 자물쇠, 홍대 놀이터 등 한국 여행 가이드북에 나와 있는 장소를 훑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3인방은 “고유한 장소”를 보고 싶어 했지만, 제작진은 이를 허락하지 않았다. 여행 코스만 놓고 보면 한국관광공사에서 만든 홍보자료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다보니 3인방 여행 영상을 지켜보는 진행자들은 답답함을 토로했다. 딘딘은 3인방이 여행 행선지를 옮길 때마다 “명동을 왜 외국인들이 많이 가는지 모르겠다”, “홍대 놀이터? 아 홍대 놀이터 진짜 뭐 없는데”라며 3인방의 선택을 지적했다. 여행자들은 “고유한 장소”가 없음에 아쉬워하고, 여행을 지켜보는 자들은 진짜 한국을 느끼지 못하는 여행자들의 모습에 답답해했다. 과연 누구를 위한 여행인가. 어서 와, 이런 여행은 처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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