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법무부·대검찰청 합동감찰반이 실시한 '돈 봉투 만찬' 감찰 결과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안태근 전 검찰국장에 면직, 참석자 8명에게는 경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 전 지검장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김영란법) 관련 수사 의뢰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징계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왼쪽)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연합뉴스)

8일 정의연대는 성명을 발표하고 "이 사건의 핵심은 이영렬 전 지검장이 우병우 사건 담당검사인 첨단범죄수사2부 부장검사 이근수 검사를 대동하고 간 자리에서 우병우 전 수석과 1000여 통을 통화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으로부터 돈 봉투를 받았다는 것"이라면서 "담당검사가 수사 대상인 안 전 국장에게 돈 봉투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연대는 "이영렬 전 지검장은 자신이 우병우 사건으로 수사 대상이 된 안태근 전 국장에게 회식을 하자고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 "그렇다면 돈 봉투 회식자리를 마련한 것은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재판의 과정에서 안 전 국장을 증인으로 소환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병우 사건에 대해서는 서로 덮고 지나가자는 결의를 다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의연대는 "안태근 전 국장은 돈 봉투 만찬을 갖기 4일 전까지만 해도 우병우 전 수석 관련 조사 대상자였다"면서 "그렇다면 우병우 사건을 담당한 이근수 검사와 그를 지휘한 노승권 서울중앙지검 1차장, 그리고 이영렬 당시 지검장은 안 전 국장과 '직무 관련성'을 직접 맺고 있는 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정의연대는 "그렇다면 이 3명은 직무와 관련해 안 전 국장에게 돈을 받은 것이고 나머지 검사들은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 안 전 국장이 준 돈을 같이 받은 자들로서 공범"이라면서 "즉 안태근 전 국장과 검사들이 뇌물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연대는 "특히 이근수 검사는 1조 원 대 다단계 사기집단 IDS홀딩스 사건을 담당하기도 했는데, 변웅전 전 새누리당 고문이 IDS홀딩스로부터 현금 3억3000만 원을 받았다는 내용의 현금장부를 발견하고도 소환하지 않았던 자"라면서 "이렇게 직무를 유기한 이 검사가 수사대상으로부터 당당하게 돈 봉투를 받는 것은 우리나라 검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연대는 "이번 감찰을 지휘한 장인종 합동감찰반 총괄팀장은 2015년 3월 법무부 감찰관에 임명됐는데, 당시 인사에 안태근 전 검찰국장,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관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라고 지적했다. 정의연대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청산해야 할 가장 큰 적폐는 검찰의 무능과 부패"라고 강조했다.

▲8일 오전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 모습. (연합뉴스)

같은 날 오전 더불어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는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검찰의 감찰 결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박 원내수석은 "감철 결과의 속 내용을 보면 돈 봉투 만찬 사건의 본질은 비켜가고 사실상 대상자들에게 빠져나갈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돈 봉투 만찬 사건의 본질은 사건을 무사히 종료한 데에 대한 대가성 여부"라면서 "국정농단 특별수사본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한지 불과 나흘 만에 우 전 수석과 깊이 연루된 안태근 전 검찰국장과 만찬을 하면서 특수활동비를 나눠가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문제는 안태근 전 국장이 우병우 전 수석 수사 당시, 그와 1000여 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정작 특수본은 전화통화 내역조차 들여다보지 않은 채 이 사건을 덮어서 숱한 의혹을 받고 있었던 상황"이라면서 "그런데 감찰 결과는 돈 봉투 만찬이 벌어진 사안의 본질적인 성격인 뇌물죄나 횡령죄, 심지어 청탁금지법 위반은 아니라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수석은 "이번 감찰 결과가 유일하게 시사하는 바는 결국 검찰개혁은 내부에 맡길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라면서 "검찰개혁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다시 한 번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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