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이 청문위원으로서 제척 사유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제척'은 공정한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특정한 사건의 당사자 또는 사건의 내용과 특수한 관계를 가진 자를 직무 집행에서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인사청문위원의 자격이 없으니, 청문회에 참여하지 말라는 얘기다.

▲7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여야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오른쪽)과 자유한국당 김도읍 의원(왼쪽), 유기준 청문위원장이 대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7일 국회에서 열린 김이수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자유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민주당 소속 청문위원이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곽 의원은 "우리 인사청문위원 가운데 헌법소원 제기 당사자가 있다"면서 "인사청문회법에 보면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그런 사유가 있으면 인사청문회에 참여할 수 없게 의결로 참여를 배제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은 "특정 의원의 제척사유 등을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10분이라도 정회를 한 후 자료를 받고 청문회를 속개하는 게 타당하다"고 지원에 나섰다.

곽상도, 김도읍 의원의 이 같은 발언은 이날 청문위원으로 참여한 민주당 박주민 의원을 겨냥한 것이다. 민변 변호사 시절 박 의원은 지난 2013년 12월 27일 밀양 송전탑 현장 통행제지 관련 헌법소원을 진행했다. 주민들의 통행을 막는 것은 거주 이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로 통행제지로 인해 일반적 행동자유권, 직업수행의 자유 등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받았다는 내용이다.

당시 헌법재판관 9명 중 8명은 "통행제지행위가 이미 종료해 권리보호이익이 없으며, 통행제지 당시의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규범적 평가를 동일시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의 반복 가능성이나 헌법적 해명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박 의원이 제기한 헙법 소원을 각하했다.

하지만 당시 김이수 재판관은 "특정인에 대한 경찰권 행사로 유사한 개별적·선별적 통행제지행위가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하는 점 등에 비춰보면, 이 사건의 경우 침해행위의 반복 위험성이 인정된다"면서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과 사회적 책임의 관점에서 청구인들의 일반적 행동자유권이나 집회의 자유 등 침해 여부에 대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자유한국당은 이 부분을 부각시켜 박주민 의원의 청문위원 자격을 문제삼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유한국당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같은 당 청문위원인 금태섭 의원은 "제척사유는 절차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법률에 유형적으로 기재돼 있다"면서 "제척사유가 있어 참여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법률 몇 조에 정해져 있는지 특정하라. 막연한 의혹제기로 국민들에게 청문회 공정성에 문제가 있는 듯한 이미지를 남겨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곽상도 의원이 마치 청문회의 공정성을 민주당 쪽에서 저해하는 것 같이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헌재를 통해 시민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권, 사회 문제들에 대한 문제제기 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 자체가 오늘 청문위원의 자격 여부를 결정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마치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위원회에 속한 것 자체가 문제 있는 것처럼 문제제기 하는 것은 잘못됐다. 오히려 민주당에서 문제제기했던 것들이 헌법 재판의 의미와 역할을 보다 더 적합하게 국민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곽상도 의원은 "(김이수 후보자가) 오로지 민주당 주장만 추종하는 사례가 20건 가까이 확인됐다"면서 "여러 주장이 있을 수 있지만, 왜 유독 김이수 재판관만 민주당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라갔는지 의문이고, 마침 헌법소원을 제기한 민주당 의원(박주민 의원)이 있으니까 공정한 청문회가 되는지 의문이 든다. 저는 제척사유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곽 의원은 "이 부분은 정리하고 청문회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선미 의원은 "제가 이의 제기를 한 것은 제척사유 여부에 대해서는 이미 간사 간 합의한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민주당 의원이 청문위원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하니 말씀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진 의원은 "헌법재판관은 다양성을 위해 대통령, 여당, 야당에서 추천하는 것 아니냐"면서 "일반적 문제제기가 잘못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논쟁과 관련 법률소비자연맹 사무총장 이민석 변호사는 박주민 의원이 과거 헌법소원을 진행한 것은 제척사유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현재 진행 중인 헌법소원이 없다면 제척사유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현재 진행 중인 것이 있다고 해도 적절하냐에 대한 논쟁은 있을 수 있으나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변호사는 "헌법재판은 수천명 판사가 있는 것도 아니고, 9명 판사가 전원 참여해서 재판을 진행하는데, 제척사유를 들먹이는 것은 트집 잡기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그런 잣대를 들이밀면 지금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소속된 의원들 대부분 검사, 판사, 변호사 출신인데 본인들부터 상임위를 옮겨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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