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세기 최고의 복서로 일컬어지는 두 선수, 게나디 골로프킨(카자흐스탄)과 사울 '카넬로' 알바레스(멕시코)의 ‘세기의 대결’ 일정과 장소가 마침내 확정됐다.

골로프킨과 알바레스는 오는 9월 1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위치한 T-모바일 아레나에서 지존의 자리를 가리는 일전을 치른다.

이 경기를 성사시킨 '골든보이 프로모션'의 오스카 델라 호야 대표 "라스베이거스를 방문하게 된다면 골로프킨과 알바레스의 대결을 놓치지 말라"며 "서로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처럼 두 선수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띄웠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이미 오래 전부터 결정이 나 있던 경기였다. 다만 언제 어디서 열릴지가 문제였을 뿐이다. 그만큼 숙명적인 대결이다.

데뷔 이후 주로 유럽에서 활동했던 탓으로 엄청난 실력과 전적에도 불구하고 상품성을 인정받는 데까지 너무 오래 시간을 소비했다.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 이후에도 골로프킨은 상품성 있는 선수와 맞대결을 통해 자신의 상품가치를 비약적으로 끌어올리지 못하고 번번이 팬들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대들과 대결해야 했다. 팬들은 골로프킨이 대단한 선수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골로프킨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빅카드에는 목마름을 가지고 있었다.

골로프킨(오른쪽)과 알바레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 정점에 알바레스가 있었다.

현재 알바레스는 51전 49승 1무 1패 전적의 강자. 현 세계복싱기구(WBO) 라이트미들급 챔피언이다. 그가 당한 유일한 패배는 2013년 9월 플로이드 메이웨더(미국)에게 판정패 한 것. 하지만 이후 알바레스는 미겔 고토, 아미르 칸,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 등 강자들을 상대로 7연승을 거두고 있다.

골르프킨의 입장에서는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알바레스와 상대를 했어야 했지만 이미 골로프킨의 나이는 올해 35세다. 골로프킨은 35세의 나이에 26세의 챔피언 알바레스와 상대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나이가 모든 것을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알바레스가 복서로서 기량이 절정에 올라 있는 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데는 알바레스 측의 교묘한 시간 끌기 전략이 한 몫을 했다.

알바레스는 골로프킨 측의 조급한 심리를 이용하면서 최대한 맞대결을 늦췄다. 심지어 알바레스는 작년 5월 세계권투평의회(WBC) 미들급 챔피언 타이틀 벨트를 반납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세계복싱협회(WBA)-국제복싱연맹(IBF) 미들급 챔피언 골로프킨과의 맞대결에 대한 압박이 극에 달했을 때였다.

알바레스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몸값을 최대한 끌어올려보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대전시기를 늦춤으로써 한 살이라도 더 먹은 골로프킨을 상대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는 행보였다고 해도 지나친 비약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알바레스가 WBC 미들급 타이틀을 반납한 지 1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결국 두 선수의 맞대결은 발표됐다. 알바레스가 지난달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 아레나에서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 주니어(멕시코)에게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을 거둔 직후였다.

이날 링사이드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골로프킨이 링으로 올라와 알바레스와 마주 섰고 골로프킨이 "9월에 행운을 빈다"고 하자, 알바레스는 "행운은 2류 복서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라고 맞받아치면서 분위기는 고조됐다.

게나디 골로프킨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골로프킨은 지난 3월 19일 다니엘 제이콥스(미국)를 심판 전원 일치 판정승으로 꺾고 미들급 통합 타이틀 18차 방어에 성공했다. 이날 승리로 골로프킨의 전적은 37전 무패에 33KO가 됐다. 여전히 ‘무패의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은 지키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ESPN은 "골로프킨은 제이콥스를 꺾기는 했지만, 이전보다는 다소 약해 보였다"며 "그동안 골로프킨과 대결을 피해왔던 알바레스 측에서는 골로프킨과 싸우기에는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알바레스가 골로프킨에게 대놓고 ‘2류 복서’라는 조롱을 던진 것도 제이콥스와의 경기를 놓고 한 이야기일 가능성이 높다.

제이콥스와의 경기 당시 골로프킨은 4라운드에 한 차례 다운을 빼앗기는 했으나 이후 사우스포 자세로 전환한 제이콥스의 전술에 말려 12라운드까지 이렇다 할 상황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그 결과 세 명의 부심은 모두 1-2점 차로 골로프킨의 승리를 판정했다. 골로프킨의 연속 KO행진도 ‘23’에서 제동이 걸렸다. 4라운드에 빼앗은 다운이 아니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도 어려운 경기였다.

경기 직후 ESPN은 “골로프킨의 11년 커리어 가운데 가장 어려운 경기를 했다”고 평가했다.

알바레스와의 세기의 대결을 세 달여 앞둔 지금 상황은 골로프킨에게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 불리하고 부정적인 상황에 가깝다.

골로프킨은 과연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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