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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통합'에 '노선 대결'로 답한 조선일보조선일보 "드디어 대미 자주파 등장"… 사드 논란 본질은 '불투명성'
김민하 / 저술가 | 승인 2017.06.07 08:31

문재인 대통령은 그 어느 대통령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임기를 시작했고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6일 현충일 추념사를 통해 보여준 국민통합 의지가 높은 평가를 받은 일도 그렇다. 문재인 대통령은 보수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애국’이란 단어를 반복 언급하면서 한편으로 국가주의와 독재의 희생양이란 관점으로 해석되던 파독 광부와 간호사, 봉제공장 여성 노동자 등도 함께 언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보와 보수의 역사를 이 추념사 안에서 ‘통합’하려는 시도를 한 것이다.

국론의 ‘통합’은 어느 정치인이나 말하는 것이지만 이루기가 거의 불가능한 과제이다. 그런 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적어도 현재로서는 통합의 적임자이다. 전임 정권이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아니 오로지 상상 속에서나 있는 일로 믿었던 방식으로 편 가르기와 배제를 감행한 끝에 자멸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제나 장담하는 ‘적폐청산’은 나라의 이념 지형을 더 왼쪽으로 기울이라는 요구가 아니다. ‘정상화’를 하라는 것이다. ‘정상화’가 함축하는 중도적 가치는 좌측으로도 우측으로도 쏠리지 말아야 한다는 기계적 균형감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이러한 국민의 요구 덕에 문재인 대통령의 ‘통합’ 메시지는 다른 정치인들의 그것과는 다른 설득력을 가진다.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2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대로 향후 정국이 운용될 것인가는 의문스럽다. 당장 외교안보 쟁점을 둘러싼 노선갈등 문제가 수면 아래에 잠복해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일부 차관급 공직자 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노선 갈등을 예고한 것은 서주석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이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된 대목이다. 서주석 차관은 김대중 정권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정책전문위원을, 노무현 정권에서 NSC 전략기획실장과 통일외교안보수석을 역임했다. 전문성이 보장된 인사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지만 문제는 과거의 이력이다.

서주석 차관은 국방연구원으로 복귀한 해인 2007년 북방한계선(NLL)을 영해선으로 보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놔 논란에 휘말린 일이 있다. NLL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라는 성격을 유지하면서도 ‘평화의 바다’로서 이 수역을 활용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게 요지라는 점에서 주장 자체는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었지만, 보수세력은 이 주장을 북한을 이롭게 하는, 사실상 “NLL을 포기하자”는 것으로 보았고 논란은 확대됐다.

이러한 인물을 국방부 차관으로 임명했으니 보수언론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조선일보의 이날 인터넷판 기사 제목은 <마침내 ‘對美 자주파’ 등장… 국방차관에 서주석>이었다. 여기서는 ‘마침내’라는 표현에 주목해야 한다. 자신들이 외교안보노선이라는 측면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는데 바로 그 증거가 등장했다는 판단이 존재하는 걸로 추론된다.

조선일보는 7일치 사설에서 사드 보고 누락 문제로 국방부 정책실장이 좌천된 사건을 거론하면서 “이른바 ‘자주파’ 서주석 신임 국방차관은 군을 정치화하고 뒤집는 개혁이 아니라 우리 군사력과 한·미 동맹 강화를 위한 국방 개혁을 해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청와대가 사드 보고 누락 사건을 정치적 의도를 갖고 키워서 숙군(肅軍)을 진행할 것이라는 심증이 있지 않으면 나오기 어려운 논리 구조다.

조선일보 6일자 사이트 화면 캡쳐

그러나 사드 보고 누락 논란 문제는 애초에 사드가 한반도 내에 배치된 과정의 불투명성과 전임 정권 관계자들의 인수인계 비협조로 불거졌다는 점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5일 청와대는 애초 국방부가 미군에 공여하려고 한 부지 면적이 70만㎡에 달하며 이 중 32만8779㎡만을 1단계로 사업부지로 지정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만을 받도록 하는 ‘꼼수’를 쓴 걸로 밝혀졌다는 요지의 주장을 내놨다. 이를 바로잡아야 하므로 제대로 된 적절한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점도 언급됐다.

국방부가 2단계에 걸쳐 미군에 사드 배치를 위한 부지 공여 절차를 진행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려진 사실이다. 청와대의 발표가 일종의 ‘조사 결과’를 공지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방부의 이러한 계획은 그간 업무 보고나 인수인계 과정에서도 새로운 정부와 공유되지 않았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문제는 사드 배치와 부지 공여를 위해 필요한 여러 실무적 사안을 확인할 수 있는 문서가 과연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은 한미 양국이 이에 관한 내용을 ‘합의건의문’의 형태로 작성했다고 그간 설명해온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관련 상임위 소속 국회의원들, 사드 배치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단체 등은 그러한 문서가 없는 걸로 판단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드는 미군 소유이고 배치와 관련해서도 결국 미군의 판단이 전제되는 것이기에 관련 내용을 일반에 공개하지 못했다고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이 내용을 국방부가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정식 결재라인을 거쳐서 보고했는지, 아니라면 도대체 왜 그랬는지는 여전히 의문의 영역에 놓여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사업면적’과 ‘공여면적’을 헛갈린 것 아니냐며 ‘배치’와 ‘반입’도 구분 못 한다는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이는 오히려 인수인계와 보고가 정확히 되지 않은 상황의 결과일 수밖에 없다.

만일 새로운 국방부 장관이 임명되면 이 문제가 새롭게 쟁점이 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이때도 보수언론은 일을 키우지 말라며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들먹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정부가 한미동맹을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사드 배치와 관련한 한미 양국의 협상 및 합의 내용은 정확하게 인수인계가 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다. 외교안보정책은 ‘정상화’된 범주 내에서 움직여야 하고 이를 둘러싼 노선 갈등은 생산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물론 보수세력 일반은 이런 점에는 눈을 감고 고전적 방식의 ‘노선 대결’의 구도를 만들어 문재인 정권을 사실상 ‘종북’으로 몰기 위해 움직일 것이다. 그런 판단과 행동의 결과가 지난 정권의 비극을 만들었다는 점을 깨닫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영원히 제자리걸음을 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보수세력도 문재인 정권을 통해 국민이 무엇을 이루려 하는지를 직시해야 한다.

김민하 / 저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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