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부동산. 빌딩 그리고 별장. 각각 JTBC, YTN 그리고 한겨레가 최근까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가족의 소유 주택에 붙인 이름들이다. 교통도 불편한 거제의 외진 곳에 컨테이너를 활용해 건축한 집에 이처럼 다양한 이름이 붙은 데에는 노룩취재라는 불편한 신조어를 낳은 언론의 오만한 태도가 배경에 있다. 덕분에 이제는 강경화 후보자 가족의 거제 집은 누가 뭐라고 해도 곧이들리지 않을 지경이 됐다.

먼저 JTBC는 이 집에 대해서 투기 의혹을 씌우려 했다. 때문에 기획부동산이라는 단어가 나왔으며, 집도 아닌 컨테이너를 달랑 옮겨놓았다는 뉘앙스를 활용했다. 그러나 누구에게 소스를 받았는지는 몰라도, 현장에 가보지도 않고 고작 다음 로드뷰를 통해 워딩을 꿰맞추려다 보니 무리가 따랐다. 급기야 아무리 로드뷰 사진이라도 그렇게는 볼 수 없는 규모의 집을 “컨테이너 두 동”이라는 억지를 부리게 됐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그런가 하면 YTN은 그나마 로드뷰조차 참고하지 않은 황당무계한 주장을 내놓았다. 5월 29일 YTN은 강경화 후보자가 두 딸에게 거제도의 빌딩을 샀으며, 이것을 증여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앞서 JTBC가 투기의혹에 초점을 맞췄다면 YTN은 강 후보자가 딸들에게 대단히 큰 재산을 불법으로 증여했을 거라는 의혹, 다시 말해서 대형 탈세로 몰아가려고 했다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해당 보도는 모두 허위로 드러났고, JTBC와 YTN 모두 정정보도와 사과를 해야만 했다. 그리고 며칠이 지난 5일. 한겨레에서 이 민감한 이슈를 다시 건드렸다. 이번에도 단독이다. 한겨레의 보도-[단독] 강경화 두 딸 거제 별장 증여세 ‘축소 납부’ 의혹-는 앞서 JTBC와 YTN의 노룩취재보다는 탄탄해 보였다. 이번에는 이 주택 건축에 참여했다는 업자의 인터뷰를 인용했다. 사실이라면 강경화 후보자 남편은 어쨌든 부정한 의혹을 벗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인터뷰 중에 걸리는 표현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평당 200만원에 지을 수 있는 집이 어딨냐”고 했다는 부분이다. 강경화 후보자 남편 이일병 씨의 거제도 집은 컨테이너 5동을 얹거나 쌓는 방식으로 구성한 구조로 일반적인 상식으로 집을 ‘짓는다’는 표현은 다소 어색해 보인다. 그래도 아무 것도 없던 땅에 무엇인가 세웠으니 짓는다는 표현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이미 JTBC와 YTN의 노룩취재를 겪었던 기억 때문에 괜한 것까지 예민해진 탓이다.

어쨌든 한겨레는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강 후보자 두 딸의 증여세는 실제 집을 짓는 데 든 건축비용을 기준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면서 결론적으로 강 후보자 남편이 증여세를 덜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떤 전문가인지는 몰라도, 일반의 경험상 전문가들은 증여세를 곧이곧대로 내도록 건축비를 신고하라고 조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라면 모를까. 건축전문가나 과세당국 관계자라는 익명의 전문가들이 한 말들이 정답이기는 하지만, 실생활과는 유리된 박제된 해답인 것은 아마도 기자 본인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물론 그렇게 세상이 돌아간다고 해서 그것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미 기획부동산, 빌딩에 노룩취재가 휩쓸고 지나간 뒤에 당사자들은 은퇴 후의 거주지라고 말하는데도, 굳이 별장이라고 이름을 붙인 그 집이 사실은 640만 원 정도 증여세를 더 냈어야 했다고 꼼꼼하게 계산해주는 한겨레의 친절에 선뜻 감동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 꼭 별장이라고 했을까. 서울에도 집이 있으니 별장이라고 하는 것이 꼭 틀리다고 할 수도 없지만 별장이라는 워딩에는 YTN의 빌딩에 이어 행간에 뉘앙스를 담기 위한 흔한 기교라는 의심도 피하긴 어렵다.

공직자의 철저한 검증은 언론의 당연한 의무사항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절대 권리는 아니다. 두 차이를 혼동하는 일이 요즘 흔하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의 경우도 그렇거니와 시민들이, 시민단체들이 오히려 더 반기는 후보자들의 흠을 찾고자 혈안이 된 일부 언론의 모습이 딱히 그 검증을 위한, 의무에 충실한 그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괜히 모든 신문사들의 신뢰도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 일할 후보자들이 완벽하다고 믿는 시민은 없다. 그 민심을 읽지 못한다면 언론의 미래는 없다고 할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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