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3연패 끝에 스윕도 막고 연패도 끊었다. 일등공신은 임시 선발로 나선 정용운의 호투 이다. 9년 만에 선발승을 거둔 정용운으로서는 이 승리가 특별할 수밖에 없다. 단순한 1승 이상의 가치와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시 선발로 나서 자신의 가치를 보여준 정용운이 이후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해진다.

3연패 끊어내는 기아 타선 폭발, 정용운의 감동적인 데뷔 첫 승

기아가 3연패를 당하며 내리막길을 걸었다. 세 경기 중 양현종과 팻 딘이 나선 경기는 승리를 가져가야 했다. 변수는 존재하지만 최소한 두 선발 투수의 승리는 당연한 듯 보였다. 하지만 양현종의 부진이 의외로 빨리 찾아오며 불안은 시작되었다. 양현종은 최근 3경기에서 대량 실점을 하면서 패전 투수를 면하기 힘들었다. 경기에서 질 수는 있지만 경기 내용이 중요한데 양현종의 최근 3경기는 최악의 경기력이었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팻 딘은 항상 잘 던지고도 승리 투수가 되지 못한다. 이 정도면 기아 타자들과 궁합이 좋지 않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매번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도 승리할 수 없다면 뭔가 문제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말이다.

KIA 좌완 정용운 [연합뉴스 자료 사진]

기아는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 투수들에게 휴식을 준다고 했다. 선발 투수들의 호투로 현재 기아가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상황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적절하게 선발 투수들에게 휴식을 주는 방법은 절실하다. 선발 투수들의 휴식 주기에 임시 선발로 나선 이가 정용운이었다.

윤성환과 정용운의 선발 대결에서 대부분은 삼성의 우세를 점쳤다. 삼성은 전날 기아 마무리 임창용을 무너트리고 역전승까지 거뒀다. 금요일 경기에서는 선발 김진우를 조기 강판시키며 기아를 완파했다. 연승을 이어가는 상황에 삼성의 에이스인 윤성환이 등판한다는 것은 기아 전 스윕을 생각하게 할 정도였다.

이 모든 기류를 급격하게 달라지게 만든 것은 1회 버나디나의 한 방이었다. 모두가 삼성의 우세를 이야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두타자인 버나디나가 홈런을 치며 분위기를 이끌었다는 것은 중요했다.

이번 경기에서 5안타를 터트린 이명기의 안타와 나지완의 사구, 여기에 서동욱의 적시타가 이어지며 1회에만 2점을 얻은 기아는 기분 좋은 출발을 했다. 만약 기아가 1회 윤성환에게 완벽하게 막혔다면 이번 경기는 철저하게 삼성에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버나디나의 홈런 한 방은 이번 경기 흐름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했다.

KIA 타이거즈 버나디나 [연합뉴스 자료 사진]

정용운도 1회부터 흔들렸다. 선두 타자를 사구로 내보내고 2사 상황에서 러프를 볼넷으로 내보내며 그리 매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동찬을 3루 직선타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2회에도 2사후 볼넷을 내주고, 실책까지 이어지며 다시 두 명의 주자를 내보냈지만 배영섭을 3루 땅볼로 잡아내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3회에도 정용운은 박해민과 구자욱을 연속 볼넷으로 내보내며 무사 1, 2루를 만들어주었다. 1회부터 이어진 위기는 3회에도 이어졌다. 하지만 러프를 유격수 병살로 잡으며 위기를 벗어나는 듯했지만, 조동찬의 적시타가 터지며 첫 실점을 했다. 하지만 추가 실점 없이 김상수를 삼진으로 돌려 세운 것이 중요했다. 동점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2-1 상황에서 4회 선두 타자인 서동욱이 3루타를 치고 신종길의 적시타로 3-1로 앞서 나갔다. 동점을 허용하지 않은 상황에서 달아나는 점수를 냈다는 사실은 중요하다. 주도권을 계속 기아가 가져가고 있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분위기를 지배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경기는 5회 완전히 기아로 기울었다. 13명의 타자가 나서 무려 8점을 얻은 기아 타선은 윤성환을 조기 강판시켰다. 5회에만 기아 타자들은 7개의 안타와 3개의 볼넷을 엮어 8점을 올리며 경기는 완전히 기아의 몫으로 돌려놓았다. 11-1로 경기가 기운 상황에서 삼성의 역전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졌다.

윤성환은 4이닝 동안 73개의 투구수로 10피안타, 1피홈런, 2탈삼진, 3사사구, 9실점을 하며 무너졌다. 프로 데뷔 후 가장 많은 점수를 내준 윤성환에겐 최악의 하루였을 듯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윤성환은 말 그대로 기아에게는 저승사자와 같았다. 좀처럼 윤성환 공략법을 찾지 못했던 기아로서는 이번 경기를 통해 그에 대한 울렁증마저 해소하는 기회가 되었다.

KIA 타이거즈 서동욱 [연합뉴스 자료 사진]

10점이나 앞선 상황에서 정용운은 5회 다시 선두 타자인 배영섭을 볼넷으로 내주었다. 1사 후 구자욱의 안타를 내주고, 러프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11-2가 되었지만 그게 끝이었다. 정용운은 5이닝 동안 92개의 공으로 2피안타, 1탈삼진, 6사사구, 2실점으로 데뷔 후 첫 선발승을 따냈다.

정용운이 최소 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기는 했지만 6개의 사사구를 내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구속이 빠르지 않은 상황에서 체인지업이 잘 먹히며 삼성 타자들을 잡아내기는 했지만 잦은 사사구는 큰 도움이 될 수 없다. 5이닝 동안 100개 가까운 공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중요한 이유가 6개의 사사구라는 점에서 다음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제구력에 보다 집중해야 할 듯하다.

6회 마운드에 오른 남재현의 호투도 중요하게 다가온다. 큰 점수차라는 점에서 보다 편안한 마음으로 올랐을 수는 있지만 그동안 기아 불펜이 불안했던 점을 생각하면 반가운 일이었다. 2군에서 콜업이 된 남재현은 안타와 볼넷을 하나씩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중요했다.

기아는 타선의 핵심인 최형우가 몸살감기로 경기에서 빠졌다. 이범호와 김주찬이 빠진 상황에서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최형우까지 경기에서 빠진 기아 타선이 삼성을 상대로 13 득점을 뽑았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핵심 선수 3명이 빠진 상황에서도 상대를 압도하는 타격의 힘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다가왔다.

정용운의 감동적인 9년 만의 첫 선발승과 함께 3연패를 당하던 기아가 지난주 마지막 경기를 대승으로 끝냈다는 사실은 이번 주 경기에 대해 기대치를 높여준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한화와 넥센을 홈으로 불러 6연전을 치르는 기아로서는 반등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팀들과 홈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1위를 굳히는 한 주로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점점 불안 요소가 등장하기는 하지만 삼성과 일요일 경기를 통해 주전들이 대거 빠진 상황에서도 마운드와 타선이 모두 상대를 압도하는 힘을 보여주었다는 사실은 기아의 숨겨진 힘이 대단하다는 점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그게 큰 수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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