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또 다시 문재인 정부 인사에 발목을 잡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이낙연 총리 인준에 이어 이번에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을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김상조 후보자를 '비리 집합체'라고 폄하하며 청문보고서 채택 불가 입장을 표명하고 나섰다. 3일 자유한국당 정용기 원내수석대변인은 "김 후보자는 기존에 제기된 위장전입, 아들 병역 및 인턴 특혜, 배우자 탈세 등 이미 10가지가 넘는 각종 비리 의혹만으로도 공정거래위원장 자격 미달"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연합뉴스)

정용기 대변인은 "다운계약서 작성과 관련해 '당시 관행과 다르게 행동하지 않았다', 인사청문위원들의 자료 제출 요구와 관련해 '요청사항 중 46건만 미제출 했다'는 김상조 후보자의 답변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 진지한 태도로 임하지 않았음을 여실히 보여준다"면서 "김 후보자는 공정거래위원장은 국회의 동의 없이 대통령 임명이 가능한 점을 믿고 이런 안하무인의 태도를 취하는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정용기 대변인은 "공정성이 부족한 인물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할 정도로 인재가 없었던 것인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묻고 싶다"면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더 이상 '5대 비리 인사 배제원칙' 위반으로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을 그만두고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임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한국당은 청문보고서 채택 거부뿐 아니라 '국회 보이콧'까지 내세우며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원내지도부 핵심 관계자는 "아직 아껴둘 문제이지만, 정부여당이 김상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한다면 야당으로서는 국회 보이콧까지도 검토 못할 이유는 없다"고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른정당도 자유한국당과 입장을 함께하고 있다. 4일 바른정당 오신환 대변인은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시민사회단체 활동을 통해 남을 비판하고 경제를 감시·감독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자신의 삶에 대해서는 도덕적인 측면에서 관대했던 게 아닌가"라면서 "누구보다 도덕성이 철저해야 하는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는 부적격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만 바른정당은 김상조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채택 문제에 대해서는 여지를 남겼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바른정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유의동 의원은 "보고서 채택 문제는 단순히 김 후보자 개인에 대한 적격 여부를 넘어 문재인 정부의 협치 의지에 관한 정무적인 판단이 필요하다"면서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도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나, 청문보고서 채택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확한 입장을 정하지 않고 있다. 4일 국민의당 박주선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의 대변인이 김상조 후보자에 대한 논평을 했던 그 기조와 방향을 유지한다"면서 "아직 청문위원들로부터 구체적인 청문결과를 보고받지 못했는데, 내일 보고를 받고 여러 의원들의 뜻을 모아 구체적인 당의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최대 현안이 은마아파트 거주 문제였는데 부인의 암 투병 얘기가 나오면서 해소가 돼서 야당이 부적격이라고 주장하기에는 다소 명분이 없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보고 있다"면서 "여론도 그렇고, 언론도 청문회 이후 부적격 보도는 거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상조 후보자는 은마아파트 거주한 것이 위장전입·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의 질의에 "영국에 안식년을 갔다 온 다음에 제 처가 길거리에서 쓰러졌다. 병원에서 대장암 2기 말이라는 진단을 받았다"면서 "그때 수술을 했던 병원이 강남 모 대학병원이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상조 후보자에 대해서는 개인 신상문제 뿐만 아니라 재벌개혁의 화두를 놓고 접근을 해야 한다"면서 "야 3당도 개인 신상 의혹이 얼마나 소명됐는가와 재벌개혁 화두의 문제를 같이 고민할 것이라 본다"고 기대감을 밝혔다.

한편 4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상조 후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것이 밝혀져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김선동 원내수석부대표는 "너무 한다"는 여당 의원들의 지적에 "나도 난감하다. 당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은 논문 자기표절 문제를 두고 "어쩔 수 없었다. (김상조 후보자에게) 정말 미안했다"면서 "개인적으로도 김 후보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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