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움이란 다양한 의미를 내포할 것입니다. 16부작인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이하 클스)>가 마지막 방송을 마쳤습니다. 사랑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집요하게 다가갔던 '클스'는 이제 다시 볼 수 없어 아쉽고, 후반으로 가며 힘이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아쉬웠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사랑이란 이런 거 아닐까?’란 이야기를 던지며 시청자들과 마지막 소통을 했습니다.

사랑, 집착이 아닌 비움이 만든다

밤샘 작업을 했던 우정이 잠결에 영숙에게 건 낸 말 한마디는 모든 것을 마무리하기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강진에게 영숙의 기억이 돌아왔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미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강진에게는 여전한 사랑만 남아있을 뿐이었습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예전과 다름없는 강진을 보고 이해하기 힘든 이 상황을 지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무슨 시츄에이션이기에 그러냐"는 우정의 말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고 싶지 않은 강진만의 사랑이었습니다. 영숙도 납골원에서 걸려온 전화 한통으로 강진이 기억을 찾은걸 알게 됩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알게 된 지완은 강진의 우직하고 바보 같은 사랑을 가슴 아프게 목도합니다. 너무 좋은 기회가 강진에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 때문에 갈 수 없다는 이야기. 그동안 어머니로 인해 수없이 많았던 기회들을 놓쳤는데 이번에도 포기할 거냐는 재현의 말에 여전히 단호한 강진입니다.

그렇게 이 바보 같은 남자는 사랑을 위해 자신을 철저하게 묶어두고만 있었습니다. 엄마가 다시 돌아왔는데 왜 자신에게 이야기를 하지 않았냐는 지완. 왜 그렇게 바보같이 사냐는 지완. 당신 잘못도 아니고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데 왜 그렇게 죄책감에 사로잡혀 나누지도 못하는 사랑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냐고 합니다.

"널 포기 못해서. 니가 포기 안되서"

라는 강진의 깊고 간절한 고백에 눈물밖에 보일 수없는 지완입니다. 그렇게 강진은 영숙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어머니 춘희 때문에 빚어진 일 속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일이든 하겠다는 강진. 용서를 구하는 강진에게 영숙은 결코 들어줄 수없는 제안을 합니다. 지완을 포기하면 깨끗하게 용서하겠다는 영숙의 이야기는 강진에게 죽음을 강요한 거나 다름없었습니다. 마치 준수나 춘희, 영희의 삶을 다시 살라는 지독한 저주와도 같았습니다.

말도 안되는 상황 속에서 지완은 춘희를 찾아가 "자신의 아버지 준수 없이 어떻게 강진을 낳고, 부산이를 낳고 살아 왔냐"고 묻습니다. 그냥 살아지더라는 춘희의 말에 "그럼 자신도 살 수는 있겠구나"란 지완. 왜 다시 산청으로 돌아왔냐는 물음에 잊지 못해서라는 춘희에 그럼 자신도 잊지 못하겠구나라 이야기하는 지완. 그렇게 그들은 부모들이 만들어 놓은 사랑의 굴레 속에서 자신들도 벗어날 수 없음에 슬퍼합니다.

술에 취해 잠든 지완을 데리고 자신들이 처음 만났던 산청에 도착한 강진.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아리고 아름다웠던 시간들 속에 잠이 깬 지완이 함께 합니다.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음에 남처럼 살아가야하는 현실에, 죽어도 잊을 수 없기에 그들은 자신들이 처음 만났던 그 장소에서 마지막으로 키스를 나눕니다.

"사랑해요....사랑 한다 차강진"
"잘살자 우리."
"잘 살아요 우리."

그들이 처음으로 만났고 지용이 죽었던 그리고 그들의 모든 고통의 근원이었던, 부모들이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졌던 바로 그 장소에서 그들은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더 이상 사랑해서는 안 된다는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그 모질고 질겼던 사랑이란 얼개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채. 사랑을 위해 도망도 가지 못한 채 사랑하니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놓아버리는 바보 같은 일을 벌입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어느 날 태준은 우정의 집에서 아침을 맞이합니다. 술집에서 취해 잠든 그가 우정 집에서 잠들 수 있었던 것은 여전히 자신에게 첫번째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오버스러운 말로 사랑을 이야기하던 태준은 "과거 80평 아파트가 아니라 지금 같은 방이었으면 함께 살았을 텐데"라며 아직도 유효하냐 말합니다.

그렇게 그들은 '습관과 오버가 만들어낸 사랑'이었습니다. 너무 거대한 부를 가지고 있었기에 이루어질 수 없었던 사랑이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남게 되자 진정한 사랑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외형적으로 보여 지는 모습들이 아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만 서로를 볼 수 있는 그들이었기에 사랑도 다시 찾을 수 있었습니다.

1년 만에 학교 도서관에서 마주친 강진과 지완은 바보같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른 채 외면합니다. 그렇게 외면한 사랑이 한없이 원망스럽고 아파 하염없이 울어야 하는 강진과 지완. 그렇게 그들의 아픔을 바라봐야만 하는 영숙과 춘희. 1주일 후면 중동으로 떠난다는 강진을 위해 춘희는 영숙에게 이야기합니다.

"지완인 잘 지내니?", "우리 강진이도 잘 지내"
"지완인 잘 있니?", "우리 강진이는 안 웃어"
"지완인 행복하니?, "우리 강진이는 불행해. 죽어라 애는 쓰는 것 같은데 별로 행복해 보이지 않아"
"지완인 안 우니?", "우리 강진이는 울어 가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각오로 외국으로 떠나가려는 강진. 그렇게 지울 수 없는, 잊을 수 없는 사랑 때문에 떠나버리려는 강진을 그들은 이해해가고 있습니다. 그가 보여준 사랑이 얼마나 진솔했지만 거짓 없었던 강진의 사랑이 얼마나 가슴을 울렸는지 영숙도 비로서 느끼기 시작합니다.

자신들의 아픔과 고통과, 미움보다도 더욱 단단하고 아름다웠던 강진의 사랑을 영숙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모진 사랑을 버리기 위해 한국을 떠나려는 강진은 자신의 모든 것이 담긴 산청으로 내려갑니다. 아프지만 너무 아름다웠고 사랑스러웠던 추억이 남아있는 그 곳 산청에서 강진은 목숨처럼 간직하고 있었던 펜던트를 강물에 버립니다.

그렇게 그를 휘감아왔던 아픈 사랑을 버리는 순간 사랑은 다시 찾아왔습니다. 외국으로 떠나기 전에 우리집에서 밥이나 먹자고 엄마가 전해달라는 지완은 자신에게 할 말이 없냐고 묻습니다. 말없이 지완만 바라보는 강진은 그렇게 눈으로 이야기합니다.

"잘 지냈니? 보고 싶었어. 다행이다. 건강해줘서. 정말 다행이다."
"언젠가 지완이가 내게 말했다. 시간을 돌려 우리에게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그땐 어떤 길을 가겠냐고. 나는 지완이에게 대답했다. 시간을 돌려 우리에게 다시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나는 여전히 똑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저 아이만 있다면. 내 앞으로 걸어가고 있는 저 아이만 있다면 기꺼이 기쁘게 그 길을 다시 갈 것이라고."

그 모질고도 아프게 돌고 돌아온 그들의 사랑은 열린 형식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강진의 독백처럼 지완이만 있다면 자신에게 그 모질고 아픈 과정이 다시 돌아온다 해도 지완이를 사랑하겠다는 흔들림 없는 사랑으로 끝을 맺었습니다.

헤어진 지 14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에야 겨우 사랑을 시작할 수 있었던 그들이지만, 그 어떤 흔들림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했던 그들이 있어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결혼 상대자를 그저 능력과 부로만 혹은 외모로만 판단하는 현실에서 그들의 사랑은 그저 동화 같은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럼에도 작가는 마지막까지 사랑만이 최고라고 이야기합니다. 다른 외적인 것이 아닌 사랑만을 바라본다면,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라고 시청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분명 아쉬운 점들도 많았지만 사랑이란 이름으로 사랑을 이야기한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한 시간들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버리고 나서야 찾아오는 사랑. 집착을 버리니 비로소 사랑이 찾아온다는 그 뻔한 진리를 강하고 우직하게 끌어왔던 그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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