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최순실 테블릿피시 보도를 통해서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끌어냈고, 그로 인한 정권교체로 9년 적폐청산의 희망을 갖게 한 일등공신에서 요즘은 종편이라는 새삼스러운 정체성 검증을 받는 중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싸우기 시작한 MBC, KBS에 시선이 돌아오고 있다. 비록 더딘 속도지만 공영방송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변화하고 있다.

적폐청산이라는 시대정신에도 공영방송의 회복은 대중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 그만큼 JTBC에 대한, 손석희에 대한 신뢰와 기대가 컸던 것이다. 그랬기 때문에 대선국면에서 논조가 수상해도 참았다. 심각한 그래픽 오류에도, 곧바로 나온 사과에 오히려 환호로 JTBC의 저널리즘을 응원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최근 벌어진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의 거제도 주택에 대한 기획취재와 그에 대한 무성의한 사과는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잘못하고도 사과를 불편하게 여긴다면 그것은 오만한 것이다. 그에 대한 안타까움과 성토가 잇따랐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지난겨울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평판이다. 그 겨울의 JTBC는 이러지 않았다. 손석희의 JTBC <뉴스룸>은 종편과 종편보다 못하다는 지상파 뉴스들이 시간만 때우는 수준일 때에 더 빛난 저널리즘의 쾌거였고, 언론을 채찍질할 때는 진실의 쾌감을 듬뿍 선사하였다. 작동을 멈춘 언론에 대해서 아무도 말하지 않을 때 그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JTBC가 주는 카타르시스는 매우 컸고, 그 감동은 그대로 신뢰로 보태졌다. 그래서 촛불광장에서 MBC와 KBS 기자들을 쫓아내도 아쉬울 것이 없었다. 이미 JTBC 하나면 충분했다.

그러나 대선이라는 탄핵과는 전혀 다른 국면에 들어서면서 JTBC는 변해갔고, 마침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국민편이라는 말을 듣던 <뉴스룸>도 결국엔 종편이었다는 말들을 하며 실망을 표하고 있다. 물론 아직은 <뉴스룸>의 제자리 찾기를 기대하는 마음도 크지만 일단 지난 최순실 게이트 때와 같은 전폭적인 신뢰는 아닌 것이다. JTBC에서 감지되던 변화는 그대로 진보언론들에도 나타났다. 진보언론들 역시 마찬가지로 대선국면부터 새 정부 출범 이후에도 끊임없이 신경전을 벌이는 중이다.

국내외적으로 매우 민감한 국정현안인 사드를 대통령 모르게 추가반입한 일이 벌어졌을 때, 그들 중 일부는 보고를 하지 않은 국방부가 아니라 보고를 받지 못한 대통령에게 화살을 돌리기도 했다. 왜 몰랐느냐, 심지어 왜 묻지 않았느냐는 황당한 문제제기를 하기도 했다. 사상 최고의 지지율을 받는 대통령에게 언론들은 무슨 이유에선지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지난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문 대통령(오른쪽)을 수행하는 한민구 국방장관(왼쪽)과 김관진 전 청와대 안보실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독자들은 절독운동도 펼치고, 항의도 했지만 진보언론들은 오히려 시민들을 향해서도 오만함을 드러냈고, 새 정부의 인사에 부당한 의혹제기 등으로 여론을 악화시키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고 있다. 어렵게 고민해보지 않아도 현재는 오히려 언론의 전반적인 상황은 최순실 게이트 이전보다 더 악화됐음을 알 수 있다. 언론들의 박근혜 정부와 최순실 비선실세들에 대한 공격이 꼭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그들 모두가 최순실 게이트에서 큰 공을 세운 언론들이다. 그 점은 부인할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적폐청산이라는 새로운 시대정신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상충되고 있다.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킨 시민행동은 이제 그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새로운 언론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대단히 시급한 과제와 직면하고 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