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KBS가 투자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홍보성 취재·제작 지시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송명훈·서영민 기자에게 내려졌던 징계는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방송의 공정성은 구성원들에 의해 실현되기 때문에 사측은 구성원들이 취재·제작을 강요받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었다.

서울남부지법 제13민사부는 2일 “기자들이 일방적으로 팀장과 부장으로부터 아이템 제작 지시를 받은 점을 봤을 때 기자들은 편성규약 제6조 3항에 따라 자신들의 신념과 실체적 진실에 반하는 프로그램 취재 및 제작을 강요받아 이를 거부했으며 이 같은 거부에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보이므로 징계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또 재판부는 "방송의 공정성은 구성원들에 의해 실현된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양심에 따라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신념과 진실에 반하는 취재와 제작을 강요받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방송의 제작 및 편성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충돌할 수 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절차가 존중돼야 한다. 그런 절차를 통해 정당성이 확보돼야 방송에 대한 공적 신뢰가 제고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 ⓒ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 7월 보도국 간부들은 두 기자에게 <인천상륙작전>이 흥행함에도 평론가들이 ‘혹평’을 내리는 부분을 지적하는 내용을 리포트를 지시했다. 두 기자는 특별한 근거 없이 평론가들이 내린 평점을 비판하거나 특정 영화를 옹호한다면 ‘공정성·객관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취재를 거부했다. 그러자 경영진은 지난해 8월 두 기자에게 각각 감봉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지난해 7월 21일 KBS<뉴스9> 방송 보도 화면 갈무리.

당시 보도국 간부들은 두 기자를 향해 ‘보도국 취재·제작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처사’, ‘정당한 업무 지시를 거부한 책임을 물은 것’, ‘규정과 절차에 따라 내린 회사의 정당한 조치’라고 강변하며 정당한 징계임을 주장해 왔다. 이후 노사 공정방송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사측은 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며 징계 회부가 정당하다고 반복해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는 2일 오전 성명에서 “이번 판결로 당시 데스크 등 책임자들이 오히려 취재·제작의 근간을 흔드는 잘못된 처사를 해왔음이 증명됐다”며 “실체적 진실과 양심에 반하는 부당한 취재와 지시를 하는 것에 대해 실무자가 이를 거부한 것은 정당한 행위임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사측이 보인 비이성적 행태로 인해 두 기자는 회복할 수 없는 커다란 정신적 고통 속에 휴직 중”이라며 “사측은 두 기자 징계 무효 판결에 대해 항소를 포기함으로써 그간의 업보를 조금이나마 씻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고대영 사장과 정지환 통합뉴스룸 국장, 당시 문화부장 등 보도책임자들은 두 기자에게 가한 부당 징계와 모욕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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