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청와대가 사드 보고 누락에 고의성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 내고,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조사했다는 소식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이 추가로 조사 선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사드 반입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 임무를 수행했던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조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황교안 전 총리(오른쪽)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연합뉴스)

1일 오전 청와대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기자과의 만남에서 "한민구 장관과 김관진 전 실장이 어제 조사를 받았다"면서 "김관진 전 실장은 민간인이라 할지라도 연관업무이기 때문에 조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사결과 발표 시점에 대해 "미정이다. 중간브리핑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한 조사도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사드 반입은 황 전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 직무 수행 당시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당시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에 대한 조사가 빠질 수 없다는 주장이다. 사드 발사대 추가 반입은 국가 안보와 한미·한중 외교관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기 때문에 황 전 총리에게 보고됐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 정권교체는 박근혜 탄핵사태로 인한 초유의 대통령 보궐선거로 인수위원회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9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문재인 대통령은 10일부터 곧바로 대통령 직무 수행에 나섰다.

비록 인수위가 없는 상황이었지만, 박근혜 탄핵으로 발생한 약 3개월간의 국정공백에 의한 혼란을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서라도 사드 발사대 반입과 같은 국민적 관심사는 철저히 인수인계됐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정부로부터 A4 10장 분량의 자료만 인수인계 받았을 뿐이다.

황교안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의 실질적인 2인자로 법무부 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의 직무를 수행했으며,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보수진영의 대선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이전 정부의 핵심 인사인 황 전 총리가 사드 관련 사안을 다음 정부에 인수인계하지 않았다는 것은 정치 지도자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사드 보고 누락 사태와 관련 "어떤 경위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것인지, 반입을 누가 결정한 것인지, 왜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고 새 정부에도 지금까지 보고를 누락한 것인지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사드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은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국방부 수뇌부에서 처리해, 황교안 전 총리가 보고를 받고 어떤 결정을 내렸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황 전 총리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일각에서는 전 정권의 총리를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정치 보복'이라는 논란이 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황교안 전 총리는 인수위가 없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 취임 하루 만에 사퇴했다. 굳이 따지자면 '하루 동안의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으나,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없는 상황이다. 정치 보복으로 보기에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진상조사는 징계나 처벌을 위해서 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과정에 국민적 관심이 많으니 거기에 집중하라"고 밝혔다.

한편 황교안 전 총리는 세월호 참사 사건을 수사하던 대검찰청, 광주지검 등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이 드러나, 시민단체로부터 직권남용,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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