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대역전극이 수요일 경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선발 투수의 무게감이 워낙 컸기 때문에 승리 가능성은 높았지만 이런 대승을 할 것이라 예측은 못했다. 전날 경기에서 4점 차로 뒤지던 후반 단 4개의 아웃카운트를 남기고 역전에 성공한 기아는 한껏 상승한 기운으로 초반부터 NC를 압박했다.

헥터 무패행진;
안치홍을 시작으로 김민식과 버나디나로 이어진 홈런쇼, 공룡 무장해제 시켰다

기아와 NC의 3연전이 시작되기 전 박빙의 승부가 이어질 것이라 예측되었다. 현재 1, 2위를 달리고 있는 두 팀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당연했다. 하지만 화요일 경기부터 대량 득점이 나오며 이번 시리즈는 투수 대결이 아닌 타선의 대결 구도로 이어지고 있다.

NC로서는 첫 경기를 꼭 잡았어야 했다. 수요일 경기에서 무패 투수인 헥터가 나온다는 점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화요일 경기 후반 특급 마무리를 내고도 패한 NC로서는 그 충격파가 오래갔다. 이번 경기에서 선취점은 무엇보다 중요했다.

기아로선 선취점을 빠른 시점에 빼내면 전날의 역전 기운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NC가 선취점을 뽑으면 곧바로 반격의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취점은 두 팀에게 모두 중요했다. 그리고 결론은 기아의 몫이었다. 헥터는 잘 던졌고, 정수민은 부담스러웠다.

KIA 헥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화요일 경기에서 공격의 맥을 끊던 안치홍은 첫 타석부터 부진을 씻어냈다. 두 팀 모두 1회 점수를 뽑지 못한 상황에서 선취점은 2회 선두 타자로 나선 안치홍이 완벽한 스윙으로 솔로 홈런을 치며 포문을 열었다. 김선빈의 안타와 3루수로 선발 출전한 고장혁의 적시타가 터지며 2-0으로 앞서 나갔다.

3회 NC 공격에서는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2사를 잡은 후 갑작스럽게 제구가 흔들리며 김태군에게 볼넷을 내준 헥터는 1번 타자인 이종욱의 타구가 2루심의 발에 맞으며 안타가 되었다. 심판이 경기 중 타구에 맞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심판에 맞으면 자동적으로 안타가 된다. 경기에서 심판은 그라운드 내 사물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억울한 안타를 내준 셈인데 헥터는 오히려 심판의 안부를 묻기에 바빴다. 박민우를 가볍게 좌익수 플라이로 잡고 벤치로 돌아오는 헥터에게는 여유가 가득했다. 4회 기아는 다시 한 번 터졌다. 시작은 안타였지만 최원준의 타구가 병살로 이어지며 투아웃에 주자가 모두 사라졌다.

KIA 김민식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 상황에서 김민식이 시즌 첫 홈런을 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이적해서 성공한 모습을 보이는 김민식은 전날 함께 기아로 온 이명기에 자극을 받았는지 제대로 된 홈런 한 방으로 수비만이 아니라 공격에서도 제 몫을 해줄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첫 홈런을 친 김민식을 외면하는 벤치의 퍼포먼스 역시 현재 기아의 분위기를 엿보게 할 정도였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헥터는 손시헌에게 안타를 내준 후 지석훈을 삼진으로 잡으며 잘 마무리할 듯했다. 하지만 김태군에게 안타를 내주자 기아 벤치는 정용운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여전히 불안한 기아의 불펜을 생각했을 때 7회 1사 1, 2루는 기아나 NC 양 팀 모두에게 무척이나 중요했다.

역전을 하느냐 막아내느냐 중요한 상황에서 정용운은 두 타자를 모두 내야 땅볼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무실점으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헥터가 환호하는 장면은 기아 불펜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동안의 불펜과는 달리 실점 없이 효과적인 피칭을 했으니 말이다.

헥터는 6과 1/3이닝 동안 108개의 투구수로 6피안타, 5탈삼진, 2사사구, 무실점으로 시즌 무패 8승 투수가 되었다. 완급 조절이 뛰어난 헥터의 모습은 많은 투수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을 듯하다. 150km에 가까운 직구도 있지만 항상 강속구를 앞세우지는 않는다. 몰렸을 경우 강속구로 압박하며 위기를 벗어난다. 기본적으로 제구에 초점을 맞추고 상황에 따른 완급 투구를 하는 헥터는 역시 최고다. 한승혁이 꼭 배워야 할 덕목이기도 하다.

5-0에서 점수를 더는 내지 못하던 기아는 9회 다시 타선이 터졌다. 김민식이 사구로 나간 후 1사 상황에서 버나디나의 안타에 이어 나지완의 적시타가 터지며 6-0으로 앞서 나갔다. 최형우가 볼넷으로 나가며 1사 만루가 된 상황에서 안치홍의 타구는 만루 홈런이 되는 듯했다.

아쉽게도 안치홍의 타구는 펜스 마지막 부분을 맞고 넘어가지 않고 그라운드로 떨어진 타구는 아쉬웠다. 싹쓸이 3루타로 만루 홈런과는 한 끝 차이지만 아쉬움이 큰 모습이었다. 대타로 나선 노관현은 첫 안타를 타점으로 만들며 10점을 완성시켰다. 핵심 선수들이 몇 빠진 상황에서도 기아의 타선은 무서울 정도다.

KIA 안치홍 [연합뉴스 자료사진]

9회 마운드에 오른 최영필이 아쉽게 2실점을 했다. 실점이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다시 엉성한 수비가 나왔다는 점이 문제였다. 집중력이 떨어지며 나온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내 다잡으며 경기를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큰 점수 차에서도 완벽하게 경기를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집중력이 절실해 보인 이닝이었다.

목요일 경기는 양현종과 이재학의 선발 대결이다. 양현종의 경우 2경기 연속 불안한 투구를 했다. 절치부심 다시 자신의 존재 가치를 보여줘야만 하는 경기다. 그런 점에서 양현종으로서는 자존심을 건 경기를 할 필요가 있다.

NC로서는 홈에서 스윕을 당할 수 없다. 추격하던 과정에서 1위 기아에 2연패를 당한 상황에서 마지막 경기마저 내줄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재학의 호투가 절실해진다. 결국 목요일 경기는 양 팀의 사활을 건 승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좋은 기운을 얻으며 두 경기에서 막강한 화력을 보여준 기아가 양현종이 나온 경기에서도 다시 한 번 터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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