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독일연방내각과 연방하원은 소셜네트워크 내에서 유통되는 혐오 발언들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은 ‘소셜네트워크의 법 집행 개선을 위한 법’(Gesetzes zur Verbesserung der Rechtsdurchsetzung in sozialen Netzwerken : Netzwerkdurchsetzungsgesetz : NetzDG)을 통과시켰다. NetzDG는 작년 12월부터 연방법무부장관 하이코 마스(Haiko Maas)의 주도로 추진된 법안으로 전 세계가 가짜뉴스 근절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혐오 발언에 초점을 맞췄다는데서 차별성을 띤다.

마스 연방법무장관은 NetzDG를 여름 내 하원의원에서 처리를 목표로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표현의 자유를 저해한다는 점에서 여러 단체와 협회들의 비판이 거세짐에 따라 그 과정은 녹록치 않다. 게다가 독일의 대표적 극우정당인 AfD(독일을 위한 대안)는 5월 19일 NetzDG의 조항들이 표현자유권 침해여지가 있다고 비판하며 헌법소원제기를 결정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하이코 마스(Haiko Mass) 연방법무부장관(출처: dpa)

독일에서 많은 이슈를 만들어내고 있는 NetzDG은 총 6개의 장으로 구성된 비교적 짧은 법안으로, 주요골자는 혐오 발언에 대한 소셜네트워크사업자들의 차단 의무다. 주요내용들을 보면 다음과 같다. NetzDG의 규제대상은 §1에 따라 ‘인터넷을 이용하여 사용자가 다른 사용자와 콘텐츠를 공유하거나 다른 정보로 이동하도록 연결하는 방식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는 사업자’로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플랫폼들이 해당된다. 소규모 소셜네트워크사업자와 저널리즘원칙에 따른 편집을 행하는 단체들은 NetzDG에서 제외된다.

소셜네트워크사업자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삭제해야 하는 콘텐츠의 기준은 형법(Strafegesetz)에 의거하여 규정된 내용들로, 위헌단체의 프로파간다 보급 활동이나 위헌 단체 상징물 보급, 폭력행위, 범죄행위에 대한 선동, 테러조직의 조성과 활동, 공개모욕행위 및 아동/미성년자 포르노소유 및 배포 등이다.

NetzDG에 따르면 소셜네트워크사업자들이 법안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불법 콘텐츠를 찾기 위해서 검열이나 감시를 행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자들은 이용자들이 불만제기(신고)한 콘텐츠에 대해 24시간 이내로 다른 이용자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위반행위가 검증되었을 때 7일 이내 관련 내용들을 삭제 한 후 이를 신고한 이용자에게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방식이다. 즉, 이용자들의 신고가 전제되어야만 게시물에 대한 접근차단이나 삭제가 가능한 방식이다.

또한 법안이 통과되면 소셜네트워크사업자들은 §2에 따라 분기별로 이용자들이 불만 제기(신고)를 한 콘텐츠를 어떻게 처리했는지에 대해 보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관련 분야 전문 인력을 위한 담당사무실을 배치해야 하는 의무가 부가된다. 만약 소셜네트워크사업자들이 보고의무를 위반하거나 시한을 초과했을 경우, 절차위반, 불만처리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았거나 또는 신고된 게시물을 제대로 모니터링 하지 않았을 때, 담당기관은 최소 50만 유로에서 500만 유로까지 벌금부과가 가능하다. NetzDG 초안 내용에 따르면 해당 규정들은 소셜네트워크사업자들의 불만처리 과정이 신속해지는 것이지 콘텐츠 내용에 대한 1차 위해 평가는 이용자들의 권한이다.

NetzDG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는 단체는 독일 디지털사업자연합 BITKOM이다. BITKOM은 괴팅엔 대학에 의뢰하여 NetzDG를 검토한 결과를 바탕으로 전자상거래지침과 개인정보보호규정에 어긋나는 조치라고 발표했다. 또 EU 차원이 아닌 독일 단독으로 규칙을 적용하도록 요구하고 있어 회원국 간의 차등규제가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소셜 미디어플랫폼들에서 불법 콘텐츠로 평가해야 하는 24시간 이내 조항과 7일 이내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조항 등은 법원의 명령 없이 사업자가 스스로 평가를 내리도록 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인정보규정에서 사용자의 데이터유지에 대한 규정에서 어긋나게 됨을 비판했다.

또한 5월 9일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고등법원에서 페이스북에 게재된 혐오 발언의 삭제범주를 자국이 아닌 전 세계 서버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것을 사례로 들어 NetzDG의 적용 범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 상태다. 이 외에도 NetzDG §1에 의거하여 규정된 적용대상에 대한 해석은 소셜네트워크 사업자뿐만 아니라 정보를 주고받는 이메일 서비스 및 포털, 뉴스중계사이트 등도 포함 가능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어 법안의 구체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표면적으로 NetzDG는 인종차별이나 혐오발언에 대한 제재를 온라인상에서도 가능토록 하겠다는 취지로 시작된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배경에선 다른 의도들이 깔려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독일에선 형법 §130조에 따라 출신국가나 인종, 종교 등의 문제로 폭력을 유도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발언 등을 행한 자는 최소 3개월에서 최대 5년까지 징역형을 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이 조항은 1871년에 제정되었으나 나치시대에는 해당 내용이 적용되지 않다가 제2차 세계대전 후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 당시엔 반유대인범죄 및 나치옹호 등의 문제를 막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현재는 AfD로 대표되는 극우정당들의 온라인 활동을 제재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AfD의 소속 정당인들과 지지자들이 정당의 공식 소셜네트워크 플랫폼이나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여 외국인 혐오, 난민 비방, 가짜뉴스를 게재하는 사례가 많아졌고, 소셜봇을 이용한 여론조작도 여러 차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올해 3월과 5월에 치러진 세 주의 지역선거에서 AfD가 원내정당으로 진출한 것도 NetzDG 발효를 재촉하는 계기가 것으로 판단된다. AfD는 슐레스비히 홀슈타인에서 5.9%(5석),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7.4(16석), 자알란트 6.2%(3석)의 지지를 받았다.

현재까지 NetzDG 발효와 관련하여 마스 법무부장관은 지난 5월 19일 독일연방하원에 참석하여 해당법안의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고, 의원들은 법안 통과 여부 및 최종 법안 마련을 위한 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BITKOM에서 지적한 내용들은 독일연방하원에서도 동일하게 언급, 관련 내용들에 대한 수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연방의회에서는 게시물에 부당한 삭제, 피해자들에 대한 구제방법, 유럽의회와의 연계, 예방삭제를 위한 검열행위 발생 등의 문제를 들어 경계가 애매한 부분들의 수정을 요구한 상황이며, 주 정부들에선 이 규정과 관련한 토론들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까지 연방하원홈페이지에 NetzDG 수정안이 공개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 조정 작업에 있으며 최종 통과여부는 6월 말, 법 발효는 초안 내용에 따른다면 8월 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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