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이 서훈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 심사경과보고서 채택을 가로막고 나섰다. 특별한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지 않은 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까지 가로막는 자유한국당의 행태에 전형적인 ‘발목잡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당초 서훈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5대 비리를 비롯해 특별한 개인의 도덕적 흠결이 발견되지 않아, 국회 동의가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됐다.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서훈 후보자는 자신에게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을 비교적 깔끔하게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9일 인사청문회에 앞서 서훈 국정원장 후보자(오른쪽)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7년 한 해에만 본인과 아내 명의 예금 등 재산이 6억6600만 원이 늘어났다는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지적에 서훈 후보자는 "4억5000만 원 정도는 펀드 가치 상승, 1억5000만 원은 부동산 공시지가가 오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 후보자는 '동네 은행'에서 권유를 받아 펀드에 투자했고, 2007년 주식 활황기에 주가가 올라 재산이 늘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서 후보자의 퇴직 당시에는 오히려 재산이 2억 원 정도가 줄었다고 한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제기한 부인의 대출 의혹은 위법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 원내대표가 "중소기업 시설자금 대출은 부동산 임대업은 제외되도록 돼있는데 어떻게 대출이 됐느냐"고 묻자, "아내가 그냥 가정주부는 아니고 20여 년 계속 약국을 경영했다"면서 "아내가 상가를 분양 받았을 때 이미 상가에 대출이 이뤄진 상태였고 대출 성격도 특혜 대출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자문료 부분도 KT의 비상임 전문임원으로서 특별한 혜택을 받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서훈 후보자가 2012년 4월부터 9개월 동안 KT스카이라이프에서 월 1000만 원의 자문료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서훈 후보자는 "2012년은 김정은이 집권한 첫해였고 북한과의 거래, 경제협력을 준비하던 많은 대기업이 여러가지를 모색하던 시기"라면서 "저로서는 KT스카이라이프의 자문에 충실히 응했다"고 밝혔다. 서 후보자는 "떳떳하다고 말은 못 하지만 제가 요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훈 후보자는 "여러 가지 흠결이 있었다"면서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모두 다 떳떳하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충분히 알고 있다"고 몸을 낮췄지만, 이번 인사청문회를 통해 밝혀진 서 후보자의 과거 행적 등은 고위공직자로서 특별한 흠결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30일 오전 11시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서훈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는 무난하게 채택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 돌연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등 서훈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자유한국당 소속 이철우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1년 만에 돈이 4억5000만 원 불어났는데 그게 어떻게 증액이 됐느냐 밝혀야 한다"면서 "자료가 오는 대로 다시 열 것"이라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이완영 의원은 "자료에 대해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봐야 한다"면서 "2007년도에 6억 원이 증식됐다. 그에 대해 좀 구체적으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우택 원내대표, 서청원 의원 등 일부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회의에 불참했다.

이 같은 행태에 자유한국당의 문재인 정부 발목잡기가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정보위는 다음 전체회의 일정도 잡지 않은 채 정회됐다. 자료가 도착하는 대로 속개될 예정이라고는 했지만, 이완영 의원은 "자료가 도착하면 우리가 살펴보는데 시간이 걸려, 오늘 진행이 안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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