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_ 과거 텐아시아, 하이컷 등을 거친 이가온 TV평론가가 연재하는 TV평론 코너 <이주의 BEST & WORST>! 일주일 간 우리를 스쳐 간 수많은 TV 콘텐츠 중에서 숨길 수 없는 엄마미소를 짓게 했던 BEST 장면과 저절로 얼굴이 찌푸려지는 WORST 장면을 소개한다.

이 주의 Best: 뜬구름 잡지 않아 좋았던 <수업을 바꿔라> (5월 25일 방송)

3학년 국어시간. 각자 책을 읽고 주장을 써낸 뒤, 자리 이동을 통해 서로의 주장에 동의하거나 반박하고 그 이유에 대해 말한다. 움직이는 수업을 통해 자기 의견을 주장하는 법을 배운다. 만약 우리나라 국어시간이었다면, “교과서를 펼치고 선생님이 번호를 지명해서 학생이 시를 읽는” 식으로 수업이 진행됐을 것이다.

tvN <수업을 바꿔라>

4학년 음악시간. 게임을 하면서 피아노를 빨리 치는 법을 익히고, 직접 태블릿 PC를 가지고 대중가요 리믹스를 하면서 코드나 리듬 만지는 법을 배운다. 만약 우리나라 음악시간이었다면, 단소나 리코더로 가곡을 연주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수업은 핀란드 헬싱키 대학의 교생들이 수업하는 비이끼 티처 트레이닝 스쿨에서 실제로 이뤄진 수업들이다. 상호간 가르침이 가능하고, 주입식 교육이 아닌 쌍방향 소통을 하며, 언제든 실험적인 수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되어 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tvN <수업을 바꿔라>는 공교육만으로 국제학업성취도 평가 1등을 차지한 핀란드 교육의 비밀을 파헤쳤다. 가수 이적이 직접 핀란드 학교를 찾아가 수업을 체험해보고, 스튜디오에서 다른 출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무조건 해외 수업을 극찬하고 그것을 그대로 모방하자는 식의 방송이었다면, 이것 역시 주입식 교육과 별반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수업을 바꿔라> 제작진은 현직 교사 출신인 최태성 패널을 영리하게 이용했다. 최태성 교사는 핀란드 수업을 무조건 극찬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교육에 접목했을 때의 한계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tvN <수업을 바꿔라>

가령, 스스로 자신의 점수를 매기는 핀란드의 자기평가는 경쟁이 없는 절대평가 시스템이 전제되어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처럼 경쟁이 치열한 상대평가 교육 시스템 하에서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게임을 통해 음악 수업을 진행하는 교생을 보면서 수능과의 연관성만 중시하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최태성 교사가 시청자들을 위해 일종의 필터링 역할을 한 셈이다.

무조건 외우고 어려운 응용문제를 푸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핀란드 수업은 모든 배움에는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초등학교 때 배웠던 과학 수업을 중학교 때 다시 반복함으로써 수업 내용을 연결시키고, 하나의 수업으로 여러 과목을 배우는 통합교육도 인상적이었다. 높은 수준의 지식보다 ‘써먹을 힘’이 더 절실히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핀란드 교육이었다.

“새로운 교육의 대안을 제시한다거나 저대로 하면 되겠구나 하는 모델을 제시한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다른 나라의 수업환경을 보면서 작은 파문을 일으키지 않을까 한다”는 이적의 말이 정확히 <수업을 바꿔라>의 지향점일 것이다. 대안이나 해법을 모색하는 ‘사이다’ 방송은 아니었지만, 우리나라 공교육과 해외 공교육을 비교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유의미했다.

이 주의 Worst: 인생술집? 그냥술집! <인생술집> (5월 25일 방송)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

19금 심야 예능이라고 해서 아무런 수위가 없는 건 아니다. 술자리 토크쇼와 진짜 사적인 술자리는 다르다. tvN <인생술집>은 그 경계를 잘 모르는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재미를 위한 은어나 속어 사용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인생술집>은 장애인 비하 우려가 있는 표현을 반복적으로 내보냈다. 제작진부터 토크 소주제를 ‘연애 ㅂㅅ’이라고 적었다. 게스트 서지혜와 신소율은 자신이 연애를 잘하지 못한다면서 스스로를 ‘연애X신’이라고 지칭했다. 서지혜의 “연애붕신” 발언을 음소거 처리만 한 채 내보냈고, 배우 김해숙이 두 사람을 향해 했던 “너희 정말 (연애)병신 아니니?”라는 말을 반복적으로 재연했다.

신소율 이상형 토크도 마찬가지였다. 유라는 신소율의 이상형에 대해 “언니 이상형이 약간 날티나는 (스타일)?”이라고 물어보자, 신소율은 “양끼 있는 남자”라고 답했다. 그러자 김희철은 “저 완전 개날라리에요”라고 받아쳤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신소율은 “전 찐따 같은 매력이 있는 남자가 좋다”고 자신의 이상형을 너무나도 상세히 설명했다. 제작진은 맞장구치듯 ‘첫 번째 심쿵포인트’, ‘두 번째 심쿵포인트’로 요약 자막까지 내보냈다. 신소율 이상형 토크에 할애된 시간만 무려 20분이었다.

tvN 예능프로그램 <인생술집>

신소율의 연애상담 후 서지혜의 인지도 토크가 이어졌다. 자신은 현재에 만족하는데 대중은 더 높은 인지도를 요구하는 것 같다는 것이 서지혜의 고민이었다. 잠시 진지한 토크가 이어지는가 싶더니, 다시 김희철과 서지혜를 엮기에 바빴다. 서지혜의 모든 행동에 의미 부여를 하고, 그때마다 김희철의 의미심장한 표정을 함께 보여줬다. 절정은 두 사람의 러브샷이었다.

이상형, 서로 엮어주기, 잊을 만하면 술잔 부딪치기, 은어와 속어가 절반인 대화들. 과연 술자리 토크쇼인가, 그냥 술자리인가. 솔직함을 방패막 삼아 막말을 내뱉어도 무조건 다 용인해주는 시청자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인생술집> 녹화장 한편에 이런 문구가 있다. “잘못은 과음이지, 음주가 아니다”라고. 지금 <인생술집>은 과음 단계에 들어서기 일보 직전이다. 시즌2에 접어든 <인생술집>의 앞날이 걱정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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