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촛불광장은 언론에 대한 시민들의 감정을 그대로 보여준 바 있다. 촛불 현장에서 MBC, KBS 기자들이 쫓겨났고, 결국 이들은 멀리서 보도하거나 심지어 숨어서 리포팅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두 공영방송에 국한된 문제였을까? 그렇지 않다고 봤어야 했다. 언론에 대한 불신은 결국 문재인 정부가 해결해야 할 적폐청산 목록에 오르게 했다. 언론개혁은 일부 보수언론에 국한된 것이 물론 아니다.

대선이 끝나자 곧바로 시민들과 언론의 싸움이 시작됐다. 대선 기간 당겨졌던 긴장의 활시위를 끊어버린 것은 의외로 사소한 것이었다. 늘 그렇듯이.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호칭 문제와 한겨레21의 표지 때문이었다. 시민들은 이들 매체들이 다른 정권 때와 달리 김정숙 여사에게만 ‘~~씨’로 부르는 것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매체들은 적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에도 불구하고 내부지침이라는 허술한 변명을 내놓았고, 곧바로 거짓이 드러났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에 기자 일부는 대단히 위험한 태도로 반응했다.

논란이 된 한겨레21 표지, 안수찬 기자 SNS 갈무리

덤벼라 문빠들. 좌표 찍고 달려드는 개떼.

확실히 이런 발언들은 누가 봐도 심각했다. 해당 기자들은 자숙을 청하거나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기도 했다. 너무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지만 사실 교육부 모 정책기획관이 개돼지 발언으로 파면된 것에 비하자면 징계랄 것도 없다. 어쨌든 언론사측의 자세 낮추기로 시민들과의 전쟁을 무마해보려는 시도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그와는 별개로 개별 기자나 언론을 편들고 나서는 인사들의 돌출행동에 의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상황이 더욱 꼬이고 있는 듯하다.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9주기 날이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한겨레 하어영 기자는 리포팅 중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인선발표를 하셨습니다. 아, 문재인 대통령께서라고 해야 되나요?”라는 워딩으로 청취자들의 반발을 샀다. 하 기자의 발언은 최근 민감하게 작동하는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의 호칭 논란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해석하기 충분한 언동이었다. 이쯤 되면 한겨레의 자숙 분위기를 바라보는 시선에 의문부호가 찍히기 마련이다.

현재 시민들은 한겨레와 오마이뉴스를 상대로 절독운동을 펼치고 있다. 한겨레의 경우 구독자 변화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오마이뉴스의 경우 자발적 후원자수가 최근 며칠간에 2천 명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즉, 시민들은 언론과의 싸움에 절독과 후원철회라는 무기를 들었다. 다시 말해서 언론에서 그들을 애써 문빠라고 규정하려고 하고 있지만, 그들 언론은 바로 자신들의 독자와 맞서고 있다는 엄중한 현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홍세화 SNS 갈무리

그러던 차에 24일에는 한겨레에 칼럼을 게재하고 있는 홍세화 씨가 트위터에 시민들을 향해 막말을 쏟아내 논란이 일었다. 홍세화 씨는 이들 발언 모두에 한겨레 후원 전화번호를 홍보성으로 달고 있어서 이 논란의 화살은 결국 한겨레로 향할 수밖에는 없었다. 홍 씨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의 수준에 훨씬 못미쳐 끌어내렸다면, 문재인 정부는 다행스럽게도 그 열렬지지자들의 수준보다 높아 보인다”다며 다수 국민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국민은 개돼지’라고 했던 교육부 공무원의 망언과 홍 씨의 발언 사이에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분간해내기 쉽지 않다.

홍씨가 이런 발언을 한 정확한 경위는 알 수 없지만 한겨레 구독 번호를 강조한 것으로 보아 한겨레를 공격한 것에 대한 반격이라는 추측에 무게가 실린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해야겠지만 그것이 불특정다수를 향한 비하라면 그 자유의 범주에 숨겨줄 수는 없을 것이다. 또한 홍 씨가 비하한 그 열렬지지자들은 바로 정권교체를 이룬 압도적인 유권자들이며, 한겨레 구독자이고, 창간후원자라는 사실은 몰랐는지 묻고 싶다.

이처럼 기자에 이은 고정 칼럼을 쓰는 필진까지 한겨레 관련 논란이 하루가 멀다 하고 발생하고 이에 따른 시민과의 갈등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해결을 바란다면, 그에 대한 고민은 독자보다 언론이 더 해야 할 것이다. 아니 고민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

사족. 수준 운운한 홍세화 씨에게 시민들도 자신의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갖기 위해 투쟁하는 것이라는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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