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8일 SBS <뉴스추적>의 한장면이다.

2004년 국립국어원 신어자료집에는 '스펙'이라는 단어가 올라왔다. 이는 직장을 구하는 사람들이 출신학교, 학점, 토익 점수, 자격증 소지여부, 해외연수 유무, 인턴 경험 유무 등을 종합해서 매기는 점수를 말한다. 그런데 그 '스펙'에 반드시 추가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자신감'이다.

28일 SBS <뉴스추적> '2007 취업전선-이제는 일하고 싶다'편은 취업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을 밀착 취재했다.

취업준비자들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새벽부터 기다려 학원수업을 듣는 것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강의실에 자리를 잡지 못하면 학원 복도에 서서 강의를 듣는 사람들도 있었다.

학점관리 잘하고, 토익점수 좋으면 취업할 수 있었던 시절은 차라리 행복했다. 이제는 사람들이 워낙 '스펙'관리를 잘하다보니 변별력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강화된 것이 면접. 방송은 기업들의 다양한 면접 현장을 소개했다.

이러니 취업준비자들은 '면접'을 위한 공부도 따로 해야 한다. 전문가들의 코치를 받으며 화술을 익혀 자기소개를 준비하고 있었고, 좋은 첫인상을 위해 성형수술도 마다하지 않았다.

걱정이다. 면접조차도 변별력이 떨어지면 어쩌나? 면접에서 성공하는 방법조차도 메뉴얼처럼 나와 있었다. 취업준비자들은 그것을 훈련하고 있는 중이다. 그러니까 대학입시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사교육 시장은 그에 맞춰 커가는 상황이랑 비슷한 분위기다.

대기업 면접관들과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감'을 갖추라고 조언했다. 면접에서 자신감이 있어 보이는 사람을 선호한다는거다. 허탈하다. 방송에 나왔던 사례처럼 일주일에 20번씩 떨어지고, 몇 년씩 취업이 안된 사람에게 '자신감'을 갖추라니. 이거 좀 잔인하지 않은가? 곧 '자신감 있어 보기에 만드는 학원'도 등장할 것 같다.

방송 후반 부에 나온 J취업포털 대표 김화수 씨의 충고가 현실적이었다. 그는 "우리가 학점이나 토익으로 갈 수 있는 회사는 한정돼 있다"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에 무조건적으로 동참하지 말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다른 길을 찾아보라는 의미다. 추상적이지만 그래도 맞는 말이다. 대기업 다니는 엄마친구 아들딸만 잘 피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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