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KBS 고대영 사장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중앙위원·지부장·집행부, PD협회, 20년차 이상 중견기자 모임 등이 성명에 결의문까지 작성하면서 ‘고대영 사장 퇴진’을 강력히 주장했다. 아울러 사내 게시판에도 이 같은 내용의 게시글이 빗발치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 중앙위원·지부장 및 집행부는 24일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은 물러나라’는 제목의 결의문에서 “그 어떤 방식의 투쟁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1600명의 조합원들과 함께 죽기를 각오하고 싸워나갈 것임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 둘에 대해 “국정농단 사태로 탄핵된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이라며 “말도 안 되는 정책들로 공영방송을 망쳤고, KBS를 청와대 방송으로 만들어 삼류로 전락시켰다”고 평가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가 15일 발행한 노보 자료.

20년차 이상 중견기자 71명은 이날 기명서명을 내고 “고대영 사장은 본인이 심은 적폐들과 함께 당장 KBS를 떠나라”며 공식 사퇴 나섰다. 이들은 “박근혜 탄핵과 촛불집회 보도에서국민의 분노를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은폐 축소하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한 뒤 “고대영의 언론 통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적 대결 과정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해 진실을 추구하고 권력을 감시하라는 저널리즘의 기본을 파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직 KBS기자협회장 11명도 지난 22일 기명서명을 내고 “뉴스가 무너진 것은 대다수 기자들의 뜻을 묵살하고 극단적 이념 편향, 정권 편향으로 치달은 고 사장과 전·현직 보도본부장, 정지환 보도국장과 주간들에게 1차적 책임이 있다”며 “리더십 붕괴로 해임된 길환영 전 사장의 전철을 밟지 말고 (고 사장은) 스스로 결단하라”고 강조했다. KBS PD협회도 같은 날 <고대영 사장에게 용퇴를 권유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내고 “용퇴(勇退)란 ‘구차하게 연연해하지 않고 자리에서 물러남’을 뜻한다”며 “고 사장의 용퇴만이 KBS와 후배들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KBS 사내 게시판에는 고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김영근 라디오제작부 기자는 24일 <고사장님께 고합니다. 지금 물러나셔야 살 길이 열립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려 “KBS위기의 핵심은 지난 수 년 사이 시청자의 믿음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그 밑천마저 거덜 내고 있다는 데 있다”며 “KBS가 이 빈사의 위기에서 살아나려면 공영방송의 정체성 확립해 잃어버린 시청자의 신뢰를 끌어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와 후배들을 위해 고 사장이 사퇴의 결단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시곤 KBS 전 보도국장은 22일 <‘국민의 방송’이 판단 기준이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KBS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대명제 하에 과연 (고 사장이) 그동안 누구를 대신해 KBS를 지배했으며 누구를 위한 방송을 해왔는지 기준으로 (퇴진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연주 전 사장 퇴진에 대해서 반대했던 이들이 현 사장의 퇴진을 거론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일부 KBS 구성원들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그는 “과거 정 전 사장 퇴진 주장이 사내외로부터 비판을 받은 것은 그가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대신해 KBS를 이끌었기 때문”이라고 항변하기도 했다. 김 전 국장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보도개입을 폭로했고, 지난해 세월호 참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이를 증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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