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남녀>는 지난 15일 '여자도 군대 가라'에 이어 22일 '군인도 사랑받고 싶다'를 통해 군대 문제를 까칠한 젠더 토크쇼의 전면에 내세웠다. 최근 일부 사이트를 중심으로, <까칠남녀>가 성평등이 아니라 페미니즘적 편견을 양산한다며 '폐지' 서명 운동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 남녀 사이에 가장 민감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는 '군대'에 대한 토론은 <까칠남녀>의 존재론적 의문에 대한 가장 적확한 답이 되었을 듯하다.

평등을 논하려면 여자도 군대 가라?

EBS1 <까칠남녀>

군대 장비가 늘어놓아져 있는 x의 방에 들어선 남자들, 그들은 자연스레 군모를 쓰고 군복을 입고 장비를 갖추며 '군인'이었던 시절로 돌아간다. 대한민국에 태어난 남자라면 이 과제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제 아무리 특권층이라도 '군대'와 관련된 문제가 불거지면 대통령 후보조차 '낙마'하는 사회, 질병을 사유로 군 입대가 연기되는 연예인의 군입대 문제가 가장 예민한 사안이 된 사회, 그리고 한 연예인의 흡연과 관련하여 자신들의 부당한 군입대 등급의 문제가 조만간 그의 군복무가 끝날 상황인데도 여전히 '왈가왈부'의 대상이 되는 사회. 그렇게 제반 사안에서 '군대'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그래서 역설적으로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에게 가장 큰 '트라우마'로 남는 문제라는 걸 매번 증명해 내고 있다.

'성 평등' 담론이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자리잡게 되면서 가장 큰 딜레마로 등장한 것이 바로 '남자들만의 군입대'이다. 방송 중 방송인 서유리가 평등해지면 군대 갈 수 있다는 말이 화제가 되었고, 결국 2부작의 주제에 이르게 되었다는 말을 우스개 식으로 시작한 토크쇼는 그만큼 우리 사회가 '군대'에 대한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여성들도 가야하는 군대, 과연 현실은 어떨까? 송영선 의원이 '국방 전문가'임에도 군복무를 안 해봐서라는 이유만으로 발언 자체가 무시되는 현실. 그리고 막상 여성들이 ‘여성들도 군대 갈 수 있다’고 하지만, 거리에 나가 입장을 물어보면 과반수의 여성, 심지어 남성들은 그보다 적은 비율이 여성의 군입대를 찬성하는, 남성들만의 의무이자 특권 혹은 전유물 그리고 명예이자 상흔으로 자리잡은 군대. 과연 정말 여성들도 군대를 가는 현실이 가능할까?

EBS1 <까칠남녀>

여성들이 군대를 가는 외국의 사례는 놀랍다. 노르웨이의 마리 에릭센 쇠레이어 국방 장관은 여성이다. 심지어 그녀는 여성들의 군입대를 의무화시킨 장본인이다. 그녀만이 아니다. 그녀에 앞선 노르웨이의 역대 국방장관들은 상당수가 여자다. 노르웨이만인가. 네덜란드도 군인들을 사열하는 여성 장관의 모습이 등장한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하기 힘든 외국의 사례. 이런 장면을 두고 부러움을 나타내는 여성 패널과 달리, 정영진 등의 패널은 남북한의 대치로 전쟁을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우리와 상황이 다르다며 고개를 젓는다. 이렇듯 '군대'와 관련한 사안은 젊은이들부터 패널들까지 끝날 줄 모르는 선로처럼 입장이 갈린다.

그나마 서민 교수가 다를까? 여성 신문에 칼럼을 기재하는 서민 교수. 자신의 칼럼을 예로 들어 남자들은 군대 한번 다녀온 걸 평생 우려먹는다며 비판하자, 이에 이날의 게스트 방송인 최욱은 마찬가지로 여성들도 애 낳은 걸 평생 우려먹는다며 바로 대응하듯, 그리고 남성들이 방산 비리에 취약해서 여성들이 국방장관 등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발언에 역차별이라는 반발이 일듯, 그의 입장은 객관적 평등의 시각이라기보다는 또 다른 편향의 흔적을 감추지 못한다.

여자를 보내기엔 너무 험난한 군 생활?

EBS1 <까칠남녀>

'평등하다면 군대에 갈 수 있다'라거나, ‘남자들이 군대를 간다면 여자들은 임신을 하지 않나’라는 주장에 남성들은 답답해한다. 그의 두드러진 남성적 입장으로 발언마다 '악플주의보'를 받는 정영진은 '남성들에게 군대는 끝나지 않는 상흔'이라며 여성들이 군대를 너무 모른다고 고개를 젓는다. 요즘 군대가 좋아져서 공부도 할 수 있지 않은가란 여성 패널의 입장에 단호하게 '군대는 아카데미가 아니다'란 반론이 따른다.

군대 사이트에 등장한 여성 걸그룹의 사진 등에 여성 패널들이 성차별을 들며 반발하자, 성적 에너지가 가장 왕성한 20대 초반의 남성들을 집단적으로 수용한 '군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며 맞선다. 그런 당당한 성적 이해에 대한 요구에, 여성 패널은 꼭 그 왕성한 에너지를 '성적'으로만 집중하는 군사 문화 역시 문제가 아니냐며 반문한다.

도저히 만날 길 없는 담론. 그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우리 사회 일반,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들을 비롯한 상당수가 군대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군대 환경이 좋아져도 여전히 군 내부 폭력 사태로 젊은이들이 목숨을 잃고, 그 닫힌 공간에서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거두는 상황이 비일비재 하는 현실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에게 군대란 그 어떤 보상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시간'이다. 하루 종일 훈련에 시달린 그들에게 일과 후의 공부는 어불성설이고, 예능에서 극한이라 내보이는 훈련 정도는 거뜬히 참아 넘길 수 있는 내무반의 관계와 군기가 도망갈 길 없는 미로이다. 더구나 그런 고통을 드러내는 것조차 군인 정신에 위배된다며 '색출 대상자'가 되는 곳에서 2년을 마친 젊은이들에게 사회는 '군바리'란 우스운 별칭 외에 인심 쓰듯 공무원 가산점제 따위로 보상을 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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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2회의 토크쇼를 통해 드러난 것은 우리 사회가 군대에 대해 여전히 아직도 너무나 '무지'하다는 사실이다. 20대 초반 젊은이들의 시간을 볼모로 삼으며, 그 '볼모'의 시간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보상에 있어 역시나 박하다 못해 눈 가리고 아웅 식이라는 사실이다. 공무원 가산점이라는 알고 보면 소수를 위한 낚싯밥조차 갸륵할 만큼, 그래서 휴가 나온 군인들에게 잘 대해주기라도 하라는 자조적 첨언이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군대와 군인의 정확한 현실일지도 모른다.

다시 여성들도 군대를 가야한다는 문제로 돌아와, 그렇다면 여성들은 성평등을 위해 군대에 가야할까? 하지만 여성들의 군 입대 문제를 들고 나서기 전에, 남성들도 평등한 대우를 받는 군대가 선결되어야 한다는 것을 2회의 토크쇼는 드러낸다. 군대 2년만 있다 나오면 남성주의적 문화가 내재될 수밖에 없는 강제적 문화, 하지만 그조차도 이젠 조롱거리가 되는 현실. 섹시한 여성 걸그룹만이 위로가 되는 폐쇄적 공간. 군대 내 여성은 물론 남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비일비재한 실정. 이런 여전히 '인간적이지 않은' 군대 내의 문화와 습속에 대한 제고와 개선이 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 <까칠남녀> 2회의 가장 큰 성과이다.

EBS1 <까칠남녀>

남성과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여성도 군대를 가야한다는, 당돌한 질문으로 시작된 <까칠남녀>. 하지만 그 날선 질문 혹은 요구의 여정은, 우리 사회 젊은이들이 한창 꿈을 펼쳐야 할 그 시기에 군대로 인해 얼마나 큰 상실을 겪게 되는가를 반증한 시간이었다. 군대라는 남성주의적 특권을 나누기 싫어서라는 이의제기보다, 그 고통스러운 기억을 여성들에게는 겪고 싶지 않게 하기 위해 여성이 군대 가는 걸 반대한다는 '토로'가 실감났던 시간. 선택과 때로는 영원한 짐이지만 그래도 행복일 수 있는 임신과는 비교조차 되기 힘든 그 죄 없는 '영어(囹圄)’의 시간에 대해 우리 사회가 좀 더 관심을 갖고 개선해 나가야 하는 것이 질문의 전제라는 것을 <까칠남녀>는 밝힌다.

여성과 남성의 성평등에 대한 도발적 질문으로 시작하여 남성 인권, 그리고 보편적 인권의 문제로 귀결된 군 문제. 그건 군 가산점으로 퉁 칠 수 없는 시간의 굴레라는 걸 <까칠남녀>는 증명했다. 그리고 이는 이 프로그램이 평등이란 주제를 내걸고 페미니즘적 담론을 유포하는 불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물론 여전히 전문적인 입장을 가지고 공격하는 여성 패널들과 달리, 노골적으로 여성편이라며 또 다른 편견을 드러내는 남성 패널과, 경험주의적 사고를 넘어서지 못하는 또 다른 남성 패널의 한계는 여전한 문제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 이토록 진솔하게 '군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최소한 기울어진 운동장에 대해 노력하고자 하는 그 시선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남성에게도 열려있다는 것을 <까칠남녀> 군대 편이 증명했다. 그것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지속 이유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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