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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역일간지, 해법은 콘텐츠[기고] 언론연대 추혜선 사무처장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07.11.29 08:26

묵은 숙제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엉킨 실타래처럼 자꾸만 꼬여드는 생각이 절망에 다다를 때 즈음 바닥에 드러눕는다. 낮게 엎드려 가만히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낮은 마음은 처음으로 돌아가라고 속삭인다.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엔 그간 예까지 온 길이 보일 것이다. 그 길 위의 발자국이 바르게 찍혔나, 그 걸 보면 다시 오는 길이 보일 것이다. 혹 길이 아니었다면 길을 내면 되는 것이다.

올 겨울 첫 눈이 내리던 지난 주 강원도를 다녀왔다.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국내 지역일간지의 유통과 판매 현황을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출장이었다. 중간광고, 수신료, 대선 개혁과제, 방통융합 기구설치법, IPTV도입 등 각종 미디어 현안으로 뜨거운 서울을 뒤로하고 출장을 결심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강원도 행을 두렵게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반드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한 압박이었다.

위기의 지역일간지 타개책 찾기 위한 출장

   
  ▲ 미디어오늘 2007년 5월2일자 4면.  
 
위기의 지역 일간지를 구할 묘책은 무엇인가, 신문시장의 위기, 하물며 열악한 지역기반위에 간간히 버텨가고 있는 지역신문, 지역일간지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며 새삼스러운 주제도 아닌데, 요즘말로 대략난감 그 자체였다.

그 동안 많은 프로젝트들이 수행되어 왔고 다양한 논의를 통한 해결책들이 제시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 일간지, 지역 언론이 처한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를 먼저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언론의 문제가 비단 언론 자체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과 서울과 지역의 뭔가 다른, 실제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것 같았다. 분명 느끼지 못했던 온도 차이를 확일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두려움을 밀어냈다.

춘천으로 가는 차안에서 서울에서의 나를 버리자고 다짐했다. 이미 충분한 논문과 자료들이 담겨있는 머리와 서울의 풍경만이 익숙한 눈과 타인에 무관심하고 익명성이 편한 마음을. 이런 준비의 과정이 지극히 관념적일 뿐, 이런 비판이 제기된다면, 그 물음표엔 답할 말이 없다.    

강원지역 일간지의 유통이나 경영은 다 지역에 비해 ‘안정적’이라고 평한다. 강원일보나 강원도민일보 종사자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다. 두 개의 일간지가 독과점 현상 없이 비슷한 구독자와 광고 매출액을 가지고 나름의 경쟁을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경품이나 장기간 무료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대부분의 지국장들이 지역내 유지 혹은 단체장을 겸하고 있어 개인기를 발휘해 구독과 광고 매출을 올리거나 인맥을 동원한 애향심에 기대어 운영을 한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이 비판이 많은 ‘계도지’다. 경영현황 등 신고 자료엔 비율이 낮지만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유가부수의 42%정도다. 이래저래 그나마 열악한 지역 경제구조 속에서 현재는 ‘나눠먹을 만’하다고 지국장들은 넌지시 말한다. 그러나 이 말 속엔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포털과 무료신문에 ‘잠식당하는’ 지역일간지

밀착 뉴스로 승부를 걸었던 과거의 그림자로 현재를 유지하고 있지만 중앙지의 스포츠지 끼워 팔기, 경품 등으로 더 이상 구독자를 늘릴 수 없는 실정이다. 포털에 넘치는 뉴스로 인해 젊은 구독자를 모시기란 하늘에 별 따기보다 어렵다. 읍내 식당이나 작은 가게에서 손님 서비스로 깔아 놓은 지역 일간지를 이젠 찾아 볼 수 없다. 대신 무료로 뿌리는 스포츠신문이 차지했다. 부서마다, 교육용으로 몇 부씩 관공서, 단체 사무실, 학교 등도 겨우 한부씩만 구독을 하고 있다.

광고 시장도 평균 읍면단위로 3개씩 배포되고 있는 무료신문에 잠식당하고 있는 상태다. 지역광고주 입장에서도 인사치레나 개업광고를 하나 하고 싶어도 한 곳만 낼 수 없어 부담이 가중돼 포기하고 만다. 지방자치단체 행사나 공고 등 관급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급속하게 내몰리고 있다.

운영 상황을 들여다보면 빨간불이다. 횡성지국의 경우 계도지 300부를 포함한 월 900부의 유가지의 월 수입액은 900만원, 이중 본사로 올려 보내는 지대가 360만원, 우편요금 등 배달인건비로 600만원, 지국 유지비 30~40만원이다. 마이너스 부분은 특집광고 등으로 충당한다. 지사장 인건비라는 항목이 있기는 하지만 챙겨 갈 상황이 아니다. 생계는 다른 사업을 겸하거나 맞벌이다.           

이와 같은 지사 운영 현황은 강원도내 24개 지사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지사장들은 지대만 챙기고 지원책은 미비하다는 불만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사의 위기를 공감하는 경계 지점에 서 있다.

지역 일간지 생존의 문제가 시장의 축소와 유통시스템의 정책적 부재만으로 해석될 수 있을까? 여전히 뜨거운 물음이지만 필드에서 내린 결론은 ‘아니다’로 점을 찍었다. 계도지와 관급광고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지사운영을 소극적인 형태로 만들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 비판적인 인사보다 원만한 관계에 있는 단체의 대표나 인사를 영입하다보니 지방행정권력의 가장 밀접한 감시기능을 담당해야 하는 언론사 지사의 역할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순환하는 주재기자보다 지방토착 인사인 지사장의 역할에 암묵적 동조를 하고 있는 본사의 태도 또한 문제다. 지사장과 주재기자의 사이가 대부분 좋지 않거나 감정 대립이 심하다는 지사 직원의 얘기가 이를 반증하고 있는 셈이다.
   
“가까이서 보면 군 행정이 말이 아니다. 그런데도 속 시원한 비판을 못한다. 관에 너무 밀착된 구조가 아쉽다. 지역에도 눈 있고 귀 있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시원하게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왜 안 보겠나?”

지역신문 위기의 근원은 콘텐츠에 있다

영월 지사장의 탄식에 가까운 얘기다. 지역에서 지역신문을 가장 많이 고민하고 생존의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이의 이야기는 지역 언론 본연에 충실한 것만이 살 길을 여는 첫 걸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하고 있다. 가장 밑바탕의 문제는 콘텐츠라는 것.
 
지사들도 나름의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존재의 상실감을 극복하고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확실한 대안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불모한 지역문화를 만들고 발전시켜 나가는 공간, 공동체로 지국의 모양을 바꾸고 다듬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홍보 전략에 맞춘 기획과 인터넷망 구축, 지역주민의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다양한 공연 유치 등을 고민하고 있다. 길은 보이지만 실현 여부는 꿈에 가깝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길이 보이면 가면 되는 것이다. 또 ‘오늘의 꿈은 내일의 현실이다’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기억해 냈다. 겨울 칼바람에 야윈 동강 줄기가 휘도는 영월에서.    

신문유통원 영월센터 간판 걸다

“15년 동안 지국 운영을 했지만 지국해서 돈 벌었다는 사람 못 봤다. 본사는 배부르고 지국은 망하는 시스템이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날마다 버리는 신문 가위질 하는 게 일이었다. 어깨가 아팠다.”

지난달 문을 연 신문유통원 영월센터장 장호철씨의 얘기다. 15년 영월지역에서 중앙지와 지역 일간지, 지역신문 등 간행물에 대한 공동 배달지국을 운영했던 그가 지난달 영월읍 덕포리에 신문유통원 영월센터의 간판으로 바꿔 달기까지 적잖게 맘고생을 했다.
         
유통원 측과 접촉 초기 조선, 중앙, 동아 등 중앙 일간지 본사에는 비밀유지를 해야 했다. 그러나 정작 간판을 걸고 나니 생각보다 탈퇴압력이 심하지 않고 묵인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본사 입장에서는 손익계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일 것이다. 신문유통원이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조중동의 이중성이 들어난 대목이다.

유통원의 지원 내역은 임대보증금 3,000만원, 약간의 집기구입비를 지원 받았다. 운영자금의 경우 담보물 제공이 어려워 지원받질 못했다. 공시지가가 낮기 때문이다. 

강원도민일보 영월지사의 경우 1,200부 배달을 유통원에 맡기고 있다. 유통원 수수료와 띠지작업비용 등 우편요금을 제외한 총 배달 수수료는 110만원. 지국에서 직접배달 할 경우 200만원이 훨씬 넘는다. 영월지사 총무과장은 유통원이 열악한 지국 운영에 가장 현실적으로 도움을 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공동배달제도는 독자와 배달을 담당하는 지국 모두 이익이라는 장센터장의 설명이다. 센터의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수금 율이 좋고 강세 신문위주로 끼워 팔기를 하지 않아도 되고 경쟁이 없기 때문에 판촉에 따른 인건비 지출이 없다. 여기에다 독자들은 보기 싫을 땐 언제들이 정기구독을 끊을 수 있다. 고래심줄 같은 절독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배달시 나타나는 부작용들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 센터장은 불안하다. 일단 센터 개설을 했지만 이에 따른 의무사항이 전달되지 않아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다. 또 주요 일간지들이 못마땅한 기구가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없어져 어느 날 갑자기 받은 것 내놓으라고 할까봐서다. 그나마 어려운 공배지국을 운영해 오면서 유통원이 대안이 아니겠나 생각을 했다. 가까운 지역에서 문의가 많다. 유통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추혜선 언론연대 사무처장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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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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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문석 2007-11-29 12:48:37

    유통원에 대한 실증적 보고서를 접하는 것이
    과문한 탓인지...처음이다...유통원의 성과를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은 미디어스가 담당해야 할 몫이라고 본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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