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이범호의 홈런과 끝내기 안타로 경기를 이겼던 기아. 이번 경기에서는 버나디나가 완벽하게 부활했다. 좀처럼 승수를 쌓지 못하던 팻딘은 팀 타선의 폭발로 인해 시즌 3승을 올렸다. 정상적이었다면 최소 5승 이상의 승수를 올렸을 것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은 있지만 이번 경기도 묵묵하게 잘 던졌다.

꽃범호의 부활과 함께 버나디나도 살아나기 시작한 기아

전날 11회까지 이어진 연장 승부에서 두 팀은 많은 불펜 투수들을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이번 경기는 선발 투수들이 얼마나 많은 이닝을 버텨주느냐가 관건이었다. 이런 점에서 소사가 유리했다. 전형적인 이닝이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좋은 모습을 보였던 소사는 올 시즌 들쑥날쑥한 투구를 하고 있다. 전 경기인 삼성전에서도 5이닝을 채우지 못한 소사는 이번 경기에도 이닝이터로서 역할을 해내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팻딘 [연합뉴스 자료사진]

팻딘은 삼성과의 4월 27일 경기에서 5와 1/3이닝 동안 7실점을 한 것이 최악의 투구였다. 그 외의 경기에서 팻딘은 최다실점이 2점이 전부였다. 그만큼 안정적으로 경기를 이끌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믿음직한 투수라는 것은 명확하다. 7경기에서 안정적인 피칭을 하면서도 2승 밖에 올리지 못했던 것이 아쉬움이었다.

첫 이닝을 잘 막은 두 선발 투수는 2회 실점을 했다. 첫 실점은 팻딘의 몫이었다. 투아웃까지 잘 잡은 팻딘은 홈런을 맞으며 실점을 했다. 선두 타자였던 양석환에게 2루타를 내준 후 두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이닝을 마무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간만에 출전한 정상호에게 투런 홈런을 내주었다.

기아는 실점 후 곧바로 추격을 하기 시작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최형우의 타구는 너무 잘 맞아 1루타가 되고 말았다. 조금만 더 뻗었다면 홈런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너무 잘 맞은 타구와 좋은 펜스 플레이로 단타로 끝난 상황에서 안치홍의 안타가 이어졌다.

전 경기를 지배했던 이범호는 우중간 2루타로 점수를 뽑았다. 최형우가 다리만 빨랐다면 후속 주자까지 함께 들어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김선빈의 타구를 3루수 최재원이 기록되지 않은 실책을 하며 추가 실점을 하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버나디나의 적시타까지 이어지며 바로 3-2로 역전시켰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는 승운도 따랐다. 4회 선두 타자인 오지환이 안타로 나가며 추격에 나서는 듯했다. 하지만 히메네스가 허무하게 내야 뜬공으로 물러나고, 전 타석에서 홈런을 쳤던 정상호를 상대로 3볼까지 몰린 상황에서 삼진으로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삼진으로 잡은 상황에서 2루로 뛰던 오진환을 잡으며 병살과 같은 결과가 나왔던 것은 다행이었다.

1점차 상황에서 도망가는 점수가 절실한 기아는 4회 기다렸던 추가점을 올렸다. 1사후 이범호가 안타로 포문을 열고 2사 상황에서 김선빈이 안타를 치며 기회를 잡았다. 이 상황에서 버나디나가 적시 2루타를 치며 소사를 무너트렸다. 여기에서 더 압권은 버나디나의 주력과 주루 센스였다.

이명기의 중전 안타에 거침없이 달려 홈까지 들어와 6-2까지 달아나는 상황을 만든 것은 버나디나의 다리가 만든 결과였다. 승패는 4회 추가 3점을 올리며 경기는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팻딘이 2회 투런 홈런 이후 이내 자신의 페이스를 찾으며 빠른 승부로 엘지 타선을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소사는 5이닝 동안 94개의 투구수로 10피안타, 2탈삼진, 1사사구, 6실점을 하며 패전 투수가 되었다. 팻딘은 6이닝 동안 98개의 공으로 5피안타, 1피홈런, 7탈삼진, 2사사구, 2실점을 하며 시즌 3승을 올렸다. 2회까지 많은 투구수로 불안했지만 3회부터 빠른 승부로 투구수 조절을 하며 6이닝까지 책임을 졌다는 사실은 반가웠다.

KIA 타이거즈 외국인 외야수 로저 버나디나(33) [KIA 타이거즈 제공=연합뉴스]

이번 경기에도 불펜이 제법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며 박지훈과 고효준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9회 마운드에 오른 한승혁이 1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수비 불안이 만든 점수라는 점에서 큰 의미는 없었다.

한승혁이 간만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컸다. 3개의 안타를 내주며 20개의 공을 던졌다. 공이 빠른 것은 모두가 인정하지만 단순히 강속구만으로 경기를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을 한승혁이 잘 보여주고 있다. 결국 자신감을 가지고 보다 공격적으로 상대하는 것만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전 경기에서도 멀티 안타를 친 버나디나는 이번 경기에서는 3타점까지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수비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으로 인정받았고, 여기에 뛰어난 주루 센스까지 겸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버나디나는 타격만 살아나면 최고의 외국인 타자가 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번 경기에서 승리를 주도했다는 사실이 버나디나에게는 새로운 계기로 다가올 듯도 하다. 내일 경기까지 안정적인 타격감을 이어간다면 버나디나의 폭주를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지독한 부진을 씻고 엘지를 상대로 2연승을 거둔 기아가 임기영을 앞세워 스윕을 하고 두산과 주말 3연전을 치르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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