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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주, "망월동에 당당하고 싶었다"강용주, 보안관찰법 위헌법률심판 올린다...조작 간첩사건으로 옥살이
전혁수 기자 | 승인 2017.05.17 17:17

[미디어스=전혁수 기자] 1985년 조작된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14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비전향 장기수 강용주 씨가 보안관찰법상 신고의무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다. 시민의 기본권을 심대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보안관찰법상 신고의무 조항의 존폐에 관심이 모아진다.

보안관찰법 위헌법률심판을 준비 중인 강용주 씨는 1980년 5·18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18세의 나이로 시민군에 참여한 인물이다. 이를 계기로 1982년 전남대 의대에 입학해 학생운동에 뛰어든 강 씨는 1985년 안기부에 체포돼 2달 간 이어진 혹독한 고문 끝에 거짓자백을 했고 결국 간첩이 됐다.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14년간 비전향 장기수로 복역한 강용주 씨는 전향서와 준법서약서를 거부했다. 강용주 씨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폭력에 굴복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는 개가 된 자신, 쓰레기통에 처박혀 울고 있는 상처 입은 내 영혼을 보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둘 중의 하나였다. 그렇게 무너져서 살든가, 그 상처투성이 속에서 다시 한 번 일어서든가"라면서 "어떻게든 다시 일어서서 망월동에 온전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싶었다"고 밝혔다.

▲대표적인 고문 조작 사건으로 꼽히는 구미 유학생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14년을 복역한 강용주 씨. (연합뉴스)

강용주 씨는 '그깟 전향서 한 장이 뭐라고 그렇게 힘들게 버티셨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질문에 "그깟 종이 한 장이 뭐라고 왜 그렇게 기를 쓰고 국가 권력은 그걸 받아내려 했을까요"라면서 "그 종이 한 장 쓰고 나가서 또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지만, 전향을 한 사람들은 결국 운동 일선에서 탈락했다. 그깟 종이 한 장이 아닌 거다. 한 인간의 영혼을 국가권력이 굴복시키는 것"이라고 답했다. 끝까지 전향서를 쓰지 않은 강용주 씨는 1999년 2월 김대중 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특별사면으로 석방됐다.

강용주 씨는 석방 이후 전남대 의대에 복학해 2004년 졸업해 가정의학 전문의가 됐고, 2008년에는 재단법인 '진실의 힘'을 꾸려 고문피해자 치유를 위해 노력했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국가 폭력의 생존자들의 치유를 돕는 광주트라우마센터장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석방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않았다. 국가보안법이나 내란음모 혐의로 3년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보안관찰 대상으로 삼는다는 보안관찰법에 따라 강용주 씨는 보안관찰 대상자가 됐다.

보안관찰법은 1975년 박정희 정권 당시 제정된 사회안전법에서 유래한 법안으로 국가보안법이나 군 형법상 반란죄 등 사상범죄자들에게 적용된다. 법무부가 보안관찰 처분을 결정하면 대상자는 3개월마다 주요 활동사항, 여행지와 목적지·기간·동행자, 이사 예정지와 예정일·사유 등을 관할 경찰서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1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고, 처분기간은 무제한 갱신이 가능하다.

강용주 씨는 석방된 이후 18년 간 단 한 번도 신고의무를 지킨 적이 없다. 강 씨가 신고의무를 지키지 않은 이유는 개인의 기본권을 제약하고 이미 형을 살고 나온 사람을 상대로 하는 이중처벌이라는 점 등에 저항하기 위한 불복종 운동의 일환이다.

강용주 씨는 2002년과 2010년에 각각 벌금 50만 원과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강 씨는 순수하게 법대로라면 수십 번을 재판을 받아야 했다. 이 법이 얼마나 자의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 강용주 씨는 신고의무 불이행으로 경찰에 체포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강 씨는 법정에서 "보안관찰법은 UN에서도 인권규정에 반한다며 폐지를 권고한 법"이라면서 "인권과 민주주의가 국민 모두에게 보장되는 사회의 밑바탕엔 양심과 사상의 자유, 프라이버시의 자유가 전제돼야 한다. 제 양심과 사상의 자유, 프라이버시가 침해당하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겠다"고 무죄를 주장했다.

강용주 씨의 변호인은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할 계획이다. 보안관찰법상 신고의무 조항이 양심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 등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강 씨는 "보안관찰 폐지를 주장하면 보안관찰 갱신의 이유가 된다"면서 "유신헌법 당시에 긴급조치 1, 2, 9호가 유신헌법에 대해 폐지를 주장하거나 반대하면 처벌한다는 거였다. 이건 법이 아니라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강용주 씨는 "정치적으로나 사상적인 문제로 보안처분을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면서 "1차 세계대전 후에 유럽 파시즘이 이런 제도를 뒀었고,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해 만든 '조선사상범 보호관찰령'이 있는데 일제가 2차 대전에서 패망하고 없어졌다"고 말했다. 강 씨는 '갱신 재심사'에 대해서도 "2년마다 한 번씩 하게 돼 있는데, 법원 결정이 아니라 법무부 처분에 의해 갱신이 된다. 최장 몇 년이란 기한도 없다"면서 "새로운 '신분법'이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혁수 기자  wjsgurt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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