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자유한국당 당권을 둘러싼 홍준표 전 경남지사와 친박계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대선이 끝나자 친박계가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상황은 홍 전 지사가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홍준표 전 경남지사. (연합뉴스)

17일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홍준표 전 지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근혜 팔아 국회의원 하다가, 박근혜 탄핵 때는 바퀴벌레처럼 숨어 있었고, 박근혜 감옥 가고 난 뒤 슬금슬금 기어 나와 당권이나 차지해보려고 설치기 시작하는 사람들 참 가증스럽다"고 비판하며 포문을 열었다.

홍준표 전 지사는 "차라리 충직스러운 이정현 의원을 본 받으라"면서 "다음 선거 때 국민들이 반드시 그들을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 전 지사는 "더 이상 이런 사람 정치권에서 행세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앞서 올린 글에서도 "당이 비정상적인 비대위 체제로 파행 운영된지 6개월이나 됐다"면서 "이제 정상화돼야 하는데 구 보수주의 잔재들이 모여 자기들 세력 연장을 위해 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하는 당헌 개정을 또 모의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홍 전 지사는 "자기들 주문대로 허수아비 당 대표 하나 앉혀놓고 계속 친박 계파정치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이젠 당에 없어진 친박 계파정치를 극히 일부 친박 핵심들이 다시 복원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지사는 "대선 같은 큰 행사를 치렀으면 당을 새롭게 하기 위해 결과에 따라 당 지도부 사퇴 얘기가 당연히 나와야 하는데 타당은 모두 그 절차를 밟고 있는데 유독 한국당만 어렵게 당을 복원한 사무총장에게만 책임을 뒤집어 씌우고 아무런 정치적 의미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소위 지도부라는 회의를 하고 있다"면서 "그것도 권력이라고 집착한다면 정치적으로 퇴출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당은 늘 이러한 치열한 문제의식 없이 눈 감고 넘어가는 바람에 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17일자 홍준표 전 지사 페이스북. (사진=페이스북 캡처)

홍준표 전 지사의 비판에 한국당 친박계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친박 홍문종 의원은 "그 동안 선거하면서 '하나가 되는 게 당이 사는 길이다'라고 목이 터져라 외쳤는데 무슨 바퀴벌레고, 탄핵 때 어쩌고"라면서 "제 정신이냐, 낮술 드셨냐"고 비난했다. 홍 의원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변화하고 혁신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는데 도대체 반성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범친박으로 분류되는 정우택 당 대표 권한대행은 "여태껏 낙선한 대통령 후보들은 대개 좌절하거나 정계 은퇴를 했다는 점을 인식하라"면서 "모든 당원의 협력과 국민의 지지에 고마움을 표하는 것이 낙선한 후보의 도리"라고 말했다.

정우택 권한대행은 지도부 교체론에 대해서도 "제 임기가 끝나지도 않았고 원내대표가 잘못해서 이번 선거가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총리 인준 등 급한 일이 있으니 그것부터 한 다음에 연석회의를 통해 당의 진로나 조기 전당대회 등 이런 얘기를 나눠보는 게 좋지 않겠냐"고 밝혔다.

홍준표 전 지사가 지난 5·9대선에서 선전했음에도 박근혜 탄핵의 책임을 져야 할 친박계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이유는 결국 대선 국면에서의 홍 전 지사의 자충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국당은 인명진 비대위 체제에서 친박 청산의 일환으로 '친박 맏형' 서청원, '친박 좌장' 최경환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6개월, '친박 실세' 윤상현 의원에게 당원권 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홍준표 전 지사는 지난 대선에서 이들의 징계 해제를 요청했다. 대선 국면에서 보수 민심을 끌어 모으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해석됐다. 일각에서는 홍 전 지사의 이 같은 요청을 바른정당 탈당파 의원들의 복당의 거래 조건으로 보는 시각도 존재했다.

당시 한국당은 "탈당 의원의 일괄 복당과 친박계 징계 해제 결정은 보수 우파 대통합과 대선 승리를 위한 홍준표 후보의 대승적 결단"이라고 치켜세웠으나, 결국 대선이 끝나고 난 후 친박계가 당권 장악을 위한 움직임을 시작하면서 친박과 홍 전 지사의 당권 다툼은 피할 수 없게 됐다. 홍 전 지사는 대선에서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보수 민심을 결집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친박의 손을 잡았고, 이것이 결국 홍 전 지사 스스로를 옥죄는 족쇄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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