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승헌 변호사
1965년 소설가 남정현의 <분지> 필화사건, 1974년 인혁당 사건,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서부터 2004년 노무현대통령 탄핵사건까지 현대사의 굵직한 사법사건을 주로 담당해왔던 ‘시국사건 변호인 1호’, 한승헌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는 현 시국을 “차선을 잘 지키지 않거나 아니면 후진을 해서 국민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그런 일면을 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출판사 한겨레출판사) 자서전을 출간하기도 했던 한 변호사는 1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역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앞으로만 굴러가는 것이 아니구나”라며 이 같이 말했다.

한 변호사는 “(주장의 근거는) 여러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면서 “민주주의가 제대로 숨 쉬고 신장되는가 하는 면을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률공부를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절차적 정의가 민주주의의 생명이라고 볼 때, 국회에서부터 행정부까지 잘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 “공동체생활에서 중요한 사회통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기도 하고 남북관계도 기싸움만 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한 변호사는 ‘사법부가 정치적이다’라는 말을 두고 “우리나라가 정치적 탄압 등의 정치적 목적을 밀어붙이기를 할 때 법의 이름을 빌어서 달성하려는 일들이 왕왕 있어서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치세력의 이해관계에 끌려서 판단을 그르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권력분립 체제에서 행정부와 사법부가 대립각을 세워야 할 때 그러지 아니하고 사법부가 행정부의 압력에 굴복하거나 그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재판하는 것이 문제”라며 “이는 사법부에 몸담았던 분들의 입을 통해서 이미 고백이 나와 있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우리가 항상 경계해야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승헌, 남정현 <분지> 필화사건…‘반공법 전문변호사’가 되다

▲ 한성헌 변호사 자서전 '한 변호사의 고백과 증언' 책표지
이날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한 변호사는 ‘남정현의 <분지> 필화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등의 과거 사건을 회상하기도 했다.

그는 “작가 남정현씨가 현대문학이라는 문학지에다 <분지>라는 소설을 썼는데 그 내용이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진주한 미군이 ‘부녀자를 겁탈한다’, ‘동거 여인을 학대한다’는 등의 만행을 묘사해 반미소설, ‘반공법’ 위반으로 문제가 됐었다”고 회상했다.

이를 두고 한 변호사는 “처음에는 문단에 있는 친구들이 남정현 씨가 딱하니까 돌봐달라고 해서 한 것뿐이었는데 그 후 박정희 정권의 독재·탄압이 계속되다보니 김지하 시인의 <오적> 사건 등의 필화사건이 잇따르고 변론도 계속하게 된 것”이라면서 ‘반공법 전문변호사’로 불리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또한 “그런 사건만 맡다보니 1975년 이전에 출간했던 에세이 한 편을 반공법으로 문제 삼아 구속되기도 했고, 1980년 5월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은 김대중 씨를 처형하기 위한 재판연극이었지만 내란의 ‘내’자도 관계가 없었던 제가 끌려가기도 했었다”면서 징역살이했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 변호사는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해도 입을 열었다.

그는 “두 분은 함께 민주화운동이나 인권운동에 나서기도 했던 분들로, 그 분들이 남기고 간 공백이 참 생각보다 크다”라며 “다음 세대가 금방 금방 자라서 그 역할이나 빈자리를 메워야 하겠지만 아직은 공백기가 아닌가 싶고 이런 때 정부는 매사를 밀어붙이기로 나서니까 걱정스러운 점이 많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한편, 손석희 교수는 “성탄절 특사로 나가게 해달라고 기도 했는데 석가탄신일에 특사로 나오시고는 ‘하나님이 성탄절에 바빠서 부처님한테 업무협조를 해서 나온 것이다’, 50이 가까워서 소년교도소에 간 것을 두고는 ‘전두환 정권도 내가 소년처럼 천진한 것을 인정했기 때문이다’는 등의 유머도 많이 남겼다”고 한 변호사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에 한 변호사는 “엄숙하고 냉혹할 때는 냉혹하지만 그러나 또 한편으로 이렇게 부드럽게, 속박하는 데서 벗어나야 되겠다는 뜻에서 자연스럽게 우스개도 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한 것”이라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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