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범호가 살아나며 LG와의 3연전 첫 경기에서 기아가 승리했다. 더욱 LG가 차우찬을 선발로 내세운 경기였다는 점에서 이후 두 경기에 대한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되었다. 기싸움에서 우위에 선 기아로서는 지난주 부진까지 씻어낼 수 있는 값진 경기였다.

동점 홈런에 이어 연장 끝내기 안타까지, 꽃범호가 피었다

김진우와 차우찬의 선발 맞대결을 보면 차우찬의 우위를 점칠 수밖에 없다. 팀내 위상을 생각해봐도 LG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팀 에이스가 나온 경기에서 패하면 충격은 그만큼 커질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차운찬과 소사를 연이어 등판시키는 LG는 첫 경기에서 연장 끝에 패하고 말았다.

김진우는 이번 경기에서 진짜 가능성을 보였다. 앞선 경기에서 워낙 형편없는 경기력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벼랑 끝에 선 기분이었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 경기에 임하는 김진우의 자세는 특별할 수밖에는 없었다. 이번 경기마저 승패와 관계없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다면 다음 기회는 존재할 수 없었다.

LG선발 차우찬 [연합뉴스 자료사진]

기아는 1회 경기를 완벽하게 지배할 수 있었다. 차우찬을 상대로 1회 대량 득점이 가능했지만 최근 경기 흐름이 그대로 이어지는 아쉬움을 주었다. 다시 1번 타자로 나선 버나디나는 기교를 보이며 안타를 만들어냈다. 김선빈은 초구를 통타해 적시타로 만들어냈다. 좌측 안타에 버나디나는 1루에서 홈까지 단박에 내달려 득점을 만들어냈다. 버나디나가 아니면 만들어낼 수 없었던 득점이라는 점에서 그의 진가가 잘 드러났다.

김주찬이 볼넷을 얻어나가며 무사 1, 2루 상황에서 최형우가 등장하는 장면은 대량 득점이라는 기대치로 다가왔다. 지난주 최악의 경기력을 보인 기아를 그나마 살린 것은 바로 최형우의 한 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최악이었다. 차우찬의 투구에 밀린 최형우는 2루 뜬공을 쳤고, 나지완 역시 유격수 뜬공으로 물러나며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최형우와 나지완이 차우찬을 상대로 백투백 홈런을 쳤던 만큼 기대가 컸지만 거기까지였다. 안치홍마저 외야 플라이로 물러나며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차우찬으로서는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고, 기아로서는 초반 상대 에이스를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 채은성의 몸을 던진 호수비가 없었다면 차우찬이 무너졌을 것이라는 점에서 수비 하나가 중요했다.

김진우는 다른 경기와 달리 상대 타선을 완벽하게 막아냈다. 2회 세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잘 막던 김진우는 5회 흔들렸다. 1사 후 연속 안타를 맞으며 실점을 했기 때문이다. 유강남과 손주인이 연속 안타를 친 후 김용의가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KIA 선발 투수 김진우 [연합뉴스 자료사진]

2사 상황에서 박용택은 역전타를 만들었다. 여기에 히메네스의 강력한 타구를 김선빈이 몸을 날려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나는 장면은 중요했다. 1회 차우찬을 구한 채은성의 수비처럼 5회 집중타를 맞으며 흔들렸던 김진우를 구한 김선빈의 호수비는 기아에게도 중요했다.

역전을 허용한 상황에서 기아는 6회 이범호의 한 방이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1회 기회를 놓치고 좀처럼 차우찬 공략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6회에도 나지완과 안치홍이 무기력하게 물러난 후 2사 상황에서 이범호는 차우찬을 상대로 시즌 2호 홈런을 쳐냈다. 툭 밀어 담장 밖으로 넘기며 승부 향방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게 만들었다.

김진우는 6이닝 동안 91개의 투구수로 7피안타, 5탈삼진, 1사사구, 2실점을 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차우찬 역시 6이닝 동안 114개의 공으로 6피안타, 1피홈런, 8탈삼진, 3사사구, 2실점을 했다. 기록을 보면 김진우가 보다 효과적인 투구를 했다는 점에서 기아로서는 많은 것을 얻은 경기였다.

불펜 대결 역시 LG가 앞서는 상황에서 과연 기아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궁금했지만 달라졌다. 지난주에도 비록 루징 시리즈가 많았지만 불펜이 많이 좋아졌음을 증명했었다. 그런 불펜의 경기력이 이번 경기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홍건희, 김윤동에 이은 임창용으로 이어진 불펜은 5이닝을 막으며 무실점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KIA 이범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9회와 10회 연속으로 기회를 잡기는 했지만 기아는 끝내지 못했다. 초반 좋았던 버나디나는 후반 삼진 2개를 당하며 반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10회 김주찬의 잘 맞은 타구를 완벽하게 잡아 아웃으로 만들어내는 손주인의 호수비는 기아로서는 안타깝기만 했다.

연장 11회까지 이어진 경기에서 안치홍의 한 방은 중요했다. 1회 차우찬을 완벽하게 무너트릴 수 있는 한 방이 채은성에 잡혔지만, 11회에는 달랐다. 우측 펜스를 직접 맞춘 3루타는 결정적이었다. 안치홍의 3루타에 이어 타석에 들어선 이범호는 철저하게 외야 뜬공을 노린 타구는 우중간 끝내기 안타가 되었다.

3-2 박빙의 승부에서 이범호는 동점 홈런에 이어 연장 끝내기 안타로 이번 경기의 영웅이 되었다. 지난주부터 타격감이 살아나기 시작한 이범호는 최형우가 침묵한 이번 경기에서 호랑이를 이끌고 살려냈다. 타격과 수비 집중력 등 모든 것이 떨어졌던 기아로서는 LG와 중요한 3연전 첫 경기 승리로 반전의 기회를 만들었다.

차우찬을 내세우고도 승리를 가져가지 못한 LG로서는 소사를 내세운 두 번째 경기가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기아 마운드는 팻딘이다. 승운이 따르지는 않지만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다. 기아가 팻딘이 나선 경기마저 잡게 된다면 지난주 부진을 떨치고 새로운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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