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장미 대선이 끝나자마자 월드스타 싸이가 신곡을 발표하고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그의 컴백 소식은 내로라하는 온라인 매체는 물론이고 일간지도 앞다퉈 지면으로 다뤘다. 그리고 싸이는 10일 저녁부터 각 음원 차트를 정복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왕의 귀환인 줄로만 알았던 싸이의 신곡 발표였지만 12일 프로젝트 걸그룹 ‘언니쓰’에게 음원 차트 정상의 고지를 빼앗겼다. 날짜로는 사흘 동안 음원 차트 정상이었지만, 만으로 따지면 사흘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의 음원 1위 등극이 지난 주 싸이의 음원 성적이었다.

가수 싸이가 1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정규 8집 앨범 '4X2=8' 발매 기념 기자회견에 참석해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싸이의 ‘삼일천하’ 이변이 5월 가요계의 가장 큰 이슈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주에는 싸이보다 더 큰 이변이 나타났다. 이번 주 이변의 주인공은 트와이스였다. 다음 달 일본 데뷔를 앞두고 일본 진출 준비에 전념하리라 예상했는데 신곡 티저 이미지가 언론을 통해 조금씩 공개되더니 15일 신보를 공개했다.

믿고 듣는 트와이스였지만 15일 진행된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신곡을 감상하는 기자들은 현장에서 의아해하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기존 트와이스의 음악을 마크하던 블랙아이드필승의 스타일과는 완연히 다른, 박진영 표 신곡이 국내 취재진의 귓가에 와 닿지 않아서다. 오죽하면 기존 음악 스타일과는 사뭇 달라진 박진영 스타일의 신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을까.

애국가만 불러도 차트 1위는 장담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듣는 트와이스였던지라, 15일 저녁 발매된 음원은 예상대로 순조롭게 차트 정상에 등극했고 트와이스는 5연속 음원 차트 정상을 밟는 대기록을 세운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발매했다 하면 좀처럼 정상에서 밀릴 생각을 하지 않던 트와이스였지만, 16일에는 차트 정상을 언니쓰에게 양보해야만 했다. 박진영 브랜드를 입은 트와이스 신보는 15일 밤에 음원 차트에서 정상을 밟았지만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미끄러지는 이변이 발생한 거다. 5연속 메가 히트라는 ‘영광’과, 24시간도 채우지 못한 음원 정상 등극이라는 ‘굴욕’이 교차했다.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진행된 트와이스의 네 번째 미니앨범 ‘시그널(SIGNAL)’ 발매 기념 쇼케이스 Ⓒ박정환

그루브라는 새로운 스타일의 시도는 좋았지만, JYP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박진영이 자신만의 음악적인 콘셉트로 트와이스 신곡을 컨트롤했기에 일어난 ‘참사’로 분석할 수 있다. 스포츠는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줄 아는 선수가 국제경기 또는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

트와이스 역시 기존 트와이스 멤버들의 장점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블랙아이드필승이라는 작곡가 그룹이 있었기에 장년층부터 취학 전 아동까지 폭넓은 인지도를 견인할 수 있었고, 유튜브 조회수 1억 뷰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다. 이번 신곡 ‘시그널’의 하루천하는 트와이스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작곡가를 배제하고 박진영이라는 브랜드를 트와이스에게 무리하게 이식하는 실험을 벌이다가 일어난 사태로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불상사는 트와이스 신곡 ‘시그널’ 이전에도 이미 원더걸스나 미쓰에이를 통해 보아오던 일 아니던가. 기존 메인보컬 급 멤버들이 후렴구를 담당한 것도 ‘시그널’의 무리수 가운데 하나였다. 박진영이 뮤지션으로서의 과욕을 앞세우기보다, SM엔터테인먼트나 YG엔터테인먼트처럼 경영 구도의 마인드에 전념했다면 ‘트와이스의 하루천하’는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라 더욱 안타까운 이번 주 최대 이변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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