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도형래] 취임 하루 만에 식물대통령을 거론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했던 조선일보가 이번에는 ‘운동권 정권’이라는 틀짓기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조선일보는 16일자 류근일 칼럼 [사드로 ‘적폐 청산’ 대상인가?]를 통해 “이렇게 빨리 ‘운동본색’을 드러낼 줄은 미처 몰랐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세월호 기간제 교사 순직 인정, 정윤회 문건 재수사, 국정 역사 교과서 폐기 지시 등을 비판하고 사드 배치 철회 가능성을 경계했다.

[조선일보 류근일 칼럼]사드도 '적폐 청산' 대상인가 2017년 5월 16일자 오피니언 34면

류근일 조선일보 전 주필은 “운동권 정권이 들어서면 선거 기간 전술적 중도화 방편을 이내 곧 거두어들일 것이란 예측은 했었다”며 ‘운동권 담론의 2중 구조’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새 집권 세력의 급속하고도 도전적인 의중 노출을 이해하기 위해선 운동권 담론이 가진 최고 강령과 최저 강령의 2중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사드 문제를 예로 든다면 ‘사드 배치 절대 반대’가 그들의 최고 강령, 즉 속살”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필요한 경우’엔 이 속살을 살짝 감추고 그 대신 겉살만 드러내는 수가 있다”며 “사드 절대 반대 대신 ‘문제를 차기 정권으로 미루어 공론화하자’는 투로 음계를 한 급 낮추는 것이다. 이 게 겉살, 바로 최저 강령”이라고 설명했다.

류근일 전 주필은 “겉살 작전이 먹혀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운동권은 5·9 대선에서 이겼다”며 “이겼으면 이제부터 그들의 독판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들(운동권 정권)이 집권하자마자 속내를 드러내 ‘내가 언제 사드 배치를 공론화 하자고 했느냐, 당장 중지하고 철회할 일이지’라고 거침없이 소리치고 나선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며 “변혁 운동-변혁 운동권은 대체로 그래 왔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사드가 ‘적폐’처럼 간주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런 드라이브가 장차 어디까지 갈 것인지가 향후의 한국과 한반도의 운명을 가름할 것”이라고 밝혔다.

류 전 주필은 “(운동권이) 밀어붙여 정히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할 경우 그 ‘갈 데’가 어디일지 대충 짐작이 간다”며 “사드 배치 철회, 한·미 동맹 파행, 친중 노선, 작전지휘권 환수, 한미연합사 해체, 법적 안보 장치 폐지,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 햇볕정책 심화… 대체로 이런 언저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집권 측인 운동권도 자기 정당성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센 사람들”이라며 “이럴수록 매사를 싹쓸이, 새 하늘 새 땅 식으로 밀어붙일 유혹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계했다.

류근일 전 주필은 조선일보 논설주간, 주필로 재직하다, 2003년 정년 퇴임했다. 조선일보는 퇴임 이후로도 2주에 한번씩 류근일 칼럼을 게재하고 있다. 류근일은 2008년 뉴라이트 계열 자유주의연대 상임 고문 등을 맡는 등 정치적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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