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티브로드가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저성과자에게 퇴직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내부 관계자는 “(사측이)희망퇴직을 신청하지 않으면 대기발령 내겠다고 협박했다”고 밝혔다.

티브로드 1,2차 희망퇴직 공고.

티브로드는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8일까지 2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차 희망퇴직에 3-40명이 신청했고, 특별 퇴직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2차 퇴직에는 10여명이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앞서 티브로드는 희망퇴직을 진행하며 전 사원을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했다.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티브로드 사측은 면담 과정에서 특정 직원에게 “당신은 퇴직 대상자다. 찍혔다. 버틸 수 있을 것 같느냐”며 퇴직을 강요했다. 퇴직 대상자는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선정됐으며, 저성과자 선정 기준은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내부 평가 기준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티브로드 사측 관계자도 이 같은 강요가 있을 수 있다고 인정했다.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모 티브로드 임원은 “업무적인 성과가 좋은 사람은(퇴직을 안했으면 좋겠고), 가급적이면 보다 평가가 안 좋거나 아주 높은 급여를 받지만 사원 수준으로 일하는 직원들을 우선적으로 각각 실장들이 면담할 수밖에 없다”면서 “굳이 한쪽을 찍어 내보냈다는 건 아니다. 면담 과정에서 수위가 달랐던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사측 관계자는 "희망 퇴직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며 강요 사실을 부인했지만 또 다른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는 "사측과의 면담과정에서 '당신은 대상자'라며 퇴직을 강요한 녹취 자료가 있다"고 반박했다.

1차 희망퇴직에 비해 절반으로 삭감된 2차 희망퇴직 특별퇴직금도 의문이 남는다. 티브로드는 지난해 말 기준 779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5831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가용 금액은 충분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티브로드는 1차 희망퇴직 당시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가용한 모든 예산을 동원, 그룹 계열사의 통상적인 위로금 지급 수준을 상당히 상회하는 퇴직위로금을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들은 이번 희망퇴직을 두고 “고액 연봉자들을 정리하고 임금이 저렴한 신입사원을 뽑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오랜 기간 회사를 위해 일한 직원을 정리하고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직원으로 대체하려한다는 것이다. 티브로드는 최근 IoT 부문을 강조하면서 ‘융합 사업팀’을 신설·운영하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는 희망퇴직 대상자를 대상으로 한 ‘대기발령’을 우려하고 있다. 1·2차 희망퇴직을 실시하면서 50여명이 회사를 그만뒀다. 이는 지난해 말 기준 613명인 티브로드 전체 직원수 대비 10%에 달하는 수준이다. 또한 노조는 희망퇴직에 따라 인사 개편이 뒤따를 수밖에 없으며 이 과정에서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대상자에게 불이익이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 사측 관계자는 “희망퇴직자는 모 매체에서 보도된 150명의 절반도 안 되며 퇴직 강요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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