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불법적인 언론법 강행처리에 맞서 장외 투쟁을 선언하고 의원직을 사퇴했던 민주당 천정배 의원을 만났다.

천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민주당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천 의원은 "민주당 내 새로운 대안 세력이 형성돼야 한"며 "그것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일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의원직 사퇴와 관련해 천 의원은 "무도함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상황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폭로하는 것"의 일환이라며 "기득권을 버리고 투쟁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우리의 투쟁이 전진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법 논란과 관련해 "여론시장을 독점하려는 이런 저런 신문들에게 분명히 경고할 것이다. 언론악법의 내용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닌 가역적인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면서 "원내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천 의원과 함께 사직서를 제출했던 보좌진들은 사무실을 정돈하고 말소됐던 국회 출입증을 다시 만드느라 분주했다.

1월 12일 천정배 의원실에서 @김정대

다음은 천 의원과 일문일답이다.

- 지난해 12월 한 달 간 언론법 재논의를 촉구하는 국회 본회의장 앞 농성에 대해 스스로가 평가하는 성과와 한계는 무엇인가?

지치지 않는 투쟁이 헌법 재판소로 하여금 언론악법 재논의 결정을 이끌어 냈다. 그러나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은 헌재결정을 묵살했고 이명박 정권이 엉터리 짓을 매일하면서 정치적 현안 이슈의 전면에서 언론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또한 민주당 주요 의제에서 언론악법 원천무효가 빠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국회 의장을 상대로 언론법 재논의를 촉구하고 투쟁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사라져 가던 언론법 재논의에 대해 당과 언론의 관심을 촉발시킨 것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빈손이었다. 그럼에도 당장의 성과는 못 거두었지만 국민들의 생각에 남을 것이고, 그것이 이번 지방선거를 비롯한 국민적 심판의 기회에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심판으로 표출되는데 일조할 것을 믿는다.

- 6개월 간 원외 투쟁동안 동지도 얻은 반면, 당 내 부정적 견해들도 있는데?

구체적인 투쟁 방법이나 전술에 대해서는 내부에 많은 이견이 있다. 한나라당의 언론악법이 날치기 강행 통과되기 직전인 지난해 7월 의원직 사퇴에 대해 각각의 이견이 있었고 실제로 행동했다. 나와 최문순, 장세환 의원은 실제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일부는 지도부에 일임한다며 정세균 대표에게 사퇴서를 냈고, 일부는 내는 것이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의원직 사퇴에 대해서는 언론악법투쟁을 통해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언론악법이 불법 통과된 직후 민주당 의원은 총사퇴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김형오 국회의장도 무시로 일관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김 의장과 한나라당이 무시로 일관했더라도 반이명박 정권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지고, 언론의 자유를 비롯한 민주주의가 보장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국민은 더욱 뭉쳐지고 강해졌을 수 있다.

지난해 연말 4대강 예산안 투쟁에서도 얻은 것이 없었다. 이는 이미 예견된 것이다. 민주당의 투쟁 의지에 대한 신뢰가 크지 못했다. 12월 투쟁에서 이명박 정권의 국민과 야당 무시, 민주주의와 민생 유린에 대한 총체적인 투쟁의 일환으로 의원직 총사퇴 카드를 꺼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지금과 같은 빈손은 아니었을 것이다.

사실 의원직 사퇴도 투쟁의 일환이다. 무도함으로 일관하는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의 반민주적 상황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명백히 폭로하는 것이다. 또한 기득권을 버리고 투쟁할 각오가 되어 있을 때 우리의 투쟁이 전진하고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국회 복귀를 선언하며 민주당 쇄신을 천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민주당 쇄신의 핵심은 정책적 비전과 수권전략을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첫 번째는 가치의 문제이며 두 번째는 현실성의 문제다. 이 두 가지가 잘 결합되어야 한다. 현재는 위기적 상황이다. 정권의 탄압이 심하기도 하지만, 정책적 비전과 수권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2008년 총선 끝나고 김대중 대통령에게 인사 드리러 갔더니 민주당은 정체성도, 정책도, 인물도 없다고 말씀하셨다. 민주당의 원조에게 들은 내용은 충격이었다. 냉정히 평가해 보면 2004년 총선 승리 이후 6년에 가깝도록 혼란과 표류 상태를 스스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당의 여러 문제들이 만성화되며 저를 포함한 핵심적 사람들은 불감증에 걸려 무력증과 패배 의식에 빠져 있다.

현 지도부의 임기가 반년정도 남았는데, 비전과 전략을 수립해야할 지도부가 지난 1년 6개월 동안 언론악법 투쟁,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 등 현안에 밀려 중장기적 비전과 전략을 준비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현 지도부가 민주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책임을 방기한 것이다.

민주당 내 새로운 대안 세력이 형성돼야 한다. 그것을 만드는데 앞장서고 일조할 것이다. 내가 참여하고 있는 민주연대나 최문순, 장세환 의원이 참여하고 있는 국민모임이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 오는 7월 전당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을 함께하는 사람들이 결집해 당의 비전과 전략을 제안할 것이다. 당이 환골탈퇴해서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비전과 전략을 강력히 추진할 수 있는 지도부가 구성돼야 한다. 당 쇄신을 위해 앞장설 것이다.

- 언론법의 남은 과제가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솔직히 말해 언론악법 무효에 관련해 어려운 입장에 처해 버렸다. 우리의 결정과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착착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에게 부당성을 지적하고 규탄, 폭로하는 활동을 계속해야 한다. 결코 어떤 일이 있어도 가야 한다.

여론시장을 독점하려는 이런 저런 신문들에게 분명히 경고할 것이다. 언론악법의 내용은 불가역적인 것이 아닌 가역적인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투쟁하는 모든 이들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원내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것이다.

- 최근 언론현안으로 KBS 수신료 인상과 미디어렙 법안이 있다. 이에 대한 입장은?

KBS 수신료 인상은 절대 안 된다. KBS가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했다. 정연주 전 사장과 신태섭 전 이사 등이 관련 재판에서 승소하고 있다. 정권이 KBS를 장악하기 위해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했다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고 있는 것이다. 수신료 인상은 재벌과 보수신문들이 가지게 될 종편을 밀어 주겠다는 것인데, 언론악법의 시행을 위한 수신료 인상이기 때문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미디어렙 법안과 관련해서는 공부를 더 해서 답변하겠다. 1공영 1민영 체제가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고 취약매체도 균형발전할 수 있는 체제라 생각해 왔는데, 당 내에서 새로운 생각이 형성되고 있어서 좀 더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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