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방송3사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공영방송이 KBS가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사상 최초 ‘스탠딩토론’을 시도했지만 후보 간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회자의 역할도 미미했다는 지적이다.

2017년 대선미디어감시연대(대선감시연대)는 7일 방송사 3사(KBS·SBS·JTBC)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을 비교 분석한 결과를 내놓았다. 평가항목은 후보 간 발언기회의 공평함을 나타내는 ‘질문-답변 횟수 차이’와 시청자가 기대하는 정보제공 여부를 뜻하는 ‘유익성’(주제 이탈 질문 비율), 정책 토론을 유도하는 ‘사회자 역할’ 등이다.

△ <표1> 방송3사 대선 후보자 토론 ‘포맷’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KBS는 토론 포맷에서 ‘최악’ 평가를 받았다. 방송 3사 모두 토론에서 각 후보자간 발언시간을 엄격하게 제안했기 때문에 후보자 간 방송 노출 시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KBS 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타 후보들의 질문에 답변만 하다 시간을 소비한 반면, 같은 시간을 할당받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타 후보에게 아무런 질문도 받지 못했다.

대선감시연대는 후보 간 발언 ‘횟수’ 차이는 방송 3사의 서로 다른 ‘토론 방식’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KBS의 ‘스탠딩토론’,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방식은 양당제인 미국에서 볼 수 있는 토론방식인데, 5당 후보가 나온 19대 대선에서는 특정 후보만 집중포화를 받아 어떤 후보는 대답만 하다 끝나고, 어떤 후보는 시간이 남아돌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KBS 토론은 1·2부를 나눠 각기 다른 주제로 이뤄졌지만 자유토론이란 방식 때문에 후보들이 정책토론 시간을 활용해 인물검증을 시도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대선감시연대는 강조했다. 반면 SBS·JTBC에선 후보들의 발언 기회를 보장하는 규칙이 있어, ‘공익성·유익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질문-답변 각 1분30초룰’, ‘주도권토론에서 3명 후보 지목’ 등이 규칙이었다.

△ <표2> 방송3사 대선 후보자 토론 발언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실제로, 3사 토론 가운데 KBS 토론에서 각 후보들 간의 발언 횟수 차이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반드시 3명의 후보를 지목해서 토론해야 하는 SBS·JTBC 토론에서는 각 후보들의 질문과 대답 횟수의 차이가 크지 않았다. 시간만 정해놓고 자유롭게 토론을 하도록 한 KBS에서는 차이가 5명 모두 상당했다. 특히, 심상정 후보는 질문은 10번 있었는데 답변은 아예 없었다. 타 후보들에게 질문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대선감시연대는 “각 후보자별 질문과 답변의 격차를 분석한 결과 격차가 가장 큰 곳은 KBS였다”며 “문재인·안철수 후보는 줄곧 대답만하고 유승민·심상정 후보는 질문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질문-답변 횟수 차이’가 가장 적은 방송사는 JTBC였다. 문재인 후보는 질문-답변 횟수가 같았고, 가장 큰 격차를 보인 안철수·심상정 후보도 3회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이들은 KBS 토론에서 사회자의 역할이 미미했다고도 지적했다. KBS 토론에서 사회자의 제지·중재는 10번 가운데 단 1번에 불과했다. 나머지 9번은 ‘시간알림’용 발언이었다. 대선감시연대는 “(사회자의) 이런 식의 방조가 후보 내 불공정성과 무분별한 주제이탈 발언을 낳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 <표5>방송3사 대선 후보자 토론 ‘유익성’ 항목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KBS 토론은 유익성도 가장 낮게 평가됐다. 전체 41개 질문 가운데 3분의 1에 달하는 13개가 주제이탈 질문이었다. 1·2부 자유토론 시간 95분 중 30분이 주제와는 벗어난 토론을 하는 데 할애됐다. KBS토론에서는 타사에 비해 후보자들이 주제이탈 질문을 많이 했다. 특히 홍준표 후보는 9개 질문 중 7개가, 안 후보는 3개 질문 중 3개 모두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이었다.

대선감시연대는 “방송 3사의 TV 대선토론에서 KBS는 발언 횟수에서도 후보 간 공정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사회자의 역할도 미미했다”며 “토론을 앞두고 사상 최초로 스탠딩토론을 시도한다며 홍보했던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후보자에겐 되도록 공평한 자기어필 기회를 주고, 시청자에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대선후보토론의 본질”이라며 “KBS는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다. 특히 3사 중 유일한 공영방송이라는 점에서 책임은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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