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이준상 기자] 조선일보가 최근 SBS의 사과 방송에 대해 색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조선일보가 8일 지면 데스크 칼럼에 SBS가 ‘세월호 인양 고의지연 의혹’ 보도와 관련해 ‘사과’ 방송을 내놓은 것을 두고 차기 정부에서 방송 재허가 심사를 고려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차기 정권의 의중을 살펴 지레 몸을 사리는 것이라는 해석에다 “방송사들에 재갈을 물리는 방송 재허가 방식 전면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 재허가 심사에서 TV조선이 한 차례 홍역을 겪은 사례를 살펴볼 때 ‘SBS 보도참사 사태’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한 것이다.

조선일보 신동흔 산업2부 차장은 이날 지면 칼럼에서 SBS가 보도참사를 겪은 이후 사과 방송을 하고 박정훈 사장이 담화문을 낸 것을 두고 “이런 대응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주장했다. SBS가 노무현 정부 시절(2004년) 방송 재허가 심사에서 허가 취소 직전까지 갔었던 예를 들며 “이번 일로 방송가에선 ‘유력 대선 후보 진영의 반응에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8일 조선일보 지면 칼럼

신동흔 차장은 칼럼 말미에서 “지금 SBS가 보여주는 모습이 아직 출범도 하지 않은 차기 정권의 의중을 살펴 지레 몸을 사리는 것은 아니기 바란다”며 “SBS가 해명 방송에서 밝힌 보도 준칙에 나와 있는 대로 권력과 자본의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독립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어 “차제에 방송사들에 재갈을 물리는 후진적인 방송 재허가 방식에 대해서도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선일보 칼럼의 주장을 종합하면 SBS의 사과방송은 올해 11월 예정된 방송 재허가 심사를 앞두고 차기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한 처사였고, 결국 방송 재허가라는 제도 때문에 방송사가 권력에 대한 의혹을 제대로 제기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 후진적인 방송 재허가 방식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당 칼럼에서 SBS의 의혹 보도가 적합한 보도였는지 여부는 한 마디도 언급 되고 있지 않다. SBS는 해당 보도에서 해양수산부 소속 3년차 7급 공무원을 인터뷰한 것에 대해 취재원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했고 이를 ‘게이트 키핑’ 과정의 문제라고 했다. 해수부 또한 이 공무원이 ‘세월호 인양 일정’과 관련해 책임 있는 답변을 해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신동흔 차장의 칼럼에선 이런 맥락은 전혀 발견할 수 없다.

윤태진 연세대 교수는 같은날 경향신문 칼럼에서 SBS의 사과 방송과 관련해서 “우리나라 언론계의 관습에서 상당히 벗어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권력의 압력이나 자사의 이해관계 때문에 온갖 크고 작은 오보를 내보낸 후에도 이번처럼 긴 시간을 할애해 보도 책임자가 시청자의 용서를 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8일 경향신문 지면 칼럼

그는 우리나라 언론의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볼 때 SBS의 사과방송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언론이 오보를 내고 반성과 사과를 했다면 우리나라의 언론자유 지수가 오늘날과 같이 떨어지지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SBS의 보도를 두고 이득을 보려는 정치인 등이 “언론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요소’들”이라고 했다.

TV조선은 지난 3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탈락점수’를 받았다. 출연진 및 진행자의 오보·막말·편파 방송이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방통위는 총평에서 “TV조선은 오보막말편파 방송으로 인한 심의제재 건수가 월등히 많음에도 원인을 찾고 개선방안 마련하려는 의지 부족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방통위가 3년 ‘조건부 재승인’을 의결하며 TV조선은 간신히 채널을 유지할 수 있었다.

신동흔 차장의 ‘방송 재허가 심사 개편’ 주장을 이 같은 맥락에서 본다면 조선일보는 SBS의 보도참사에 따른 사과방송을 자사의 사적인 이익에 부합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방통위는 여론형성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사가 오보·막말·편파 보도를 내놓으면 이를 적절하게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해당 칼럼은 방통위의 이런 방송사 감시를 ‘언론 재갈 물리기’란 아전신수격 해석을 내놓았다. 윤태진 교수의 말에 따르면 이는 “언론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혐요소”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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