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에서 모처럼 준혁 때문에 뒤집어졌다. 준혁이 눈에서 불을 뿜어가며 질투의 화신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시트콤답지 않게 인간의 아픔에 천착하는 구도로 찬사를 받아왔다. 그 때문에 코미디보다는 정극에 가까운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줬던 것도 사실이다. 김병욱 PD가 그런 분위기를 선호한다고 한다.

그런 것에는 아무런 불만이 없다. 슬픔까지 느끼게 하는 시트콤이 어디 흔한가. 그래서 <지붕 뚫고 하이킥>은 2009년에 방영된 드라마 중 <선덕여왕>과 더불어 가히 양대 명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상업적으로 성공한 것들 중에서 선정했을 때.)

<지붕 뚫고 하이킥>이 그렇게 명작의 길로 가는 것에는 대환영인데, 아쉬운 건 그렇게 진행될수록 웃음이 약해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지붕 뚫고 하이킥>의 아픔, 감동은 웃음 속에 있을 때 찬란히 빛난다.

하지만 웃음이 사라지고 감동만 있다면 감동의 폭발력마저 약화될 우려가 있다. 웃음 없는 감동의 밋밋함은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잘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일요일 일요일 밤에>도 그렇고, <지붕 뚫고 하이킥>도 그렇고 근본적으로 웃음을 전해주는 장르의 작품들이다. 이 기본을 놓치면 모처럼 이룩한 작품성의 미덕마저 흔들릴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지붕 뚫고 하이킥>이 최근 웃음 부문에서 조금 약해진 것처럼 느껴지는 것에 불안했다. 모처럼 만난 명작 시트콤이 희대의 성공작으로 남길 바라는 마음이 크기 때문이다.

웃음뿐만 아니라, 캐릭터의 다채로운 매력에서도 <거침없이 하이킥>보다 조금 떨어지는 것 같았다. <거침없이 하이킥>의 경우 거의 모든 캐릭터들이 만개하며 극을 이끌어갔지만, <지붕 뚫고 하이킥>에선 황정음, 신세경과 아역 정도만 돌출되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웃음이 ‘빵빵’ 터져주기를, 그리고 또 다른 캐릭터가 약진해주기를 기다려왔다. 요즘 준혁 캐릭터가 부각되며 그 바람에 부응하고 있다. 그 준혁이 82회에서 질투의 화신으로 변모해 빵빵 터뜨려줬다.

준혁, 질투의 화신이 되다

세경의 공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으나, 본인이 공부를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고 창피하고 분한 준혁이다. 어떡해서든 자신의 초라함을 세경에게 들키고 싶지 않고, 멋진 모습만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순수함이 준혁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영어에서 과외 독선생의 도움으로 체면을 차려온 준혁은 세경이 수학을 물어오자 무너진다. 그래서 결국 친구에게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친구가 세경에게 너무 잘 가르쳐준다는 데서 생겼다.

그 친구로 인해 환하게 웃는 세경을 보며 준혁의 질투가 폭발했다. 그 친구는 과거에 일세를 풍미했던 사교육 강사인 ‘한*’ 선생처럼 ‘돼지꼬리 땡야’같은 표현을 쓰며 재미있게 설명했다. 준혁은 그런 친구를 보며 이순재처럼 눈에서 질투의 불꽃을 뿜어낸다. 쌈짱으로서 언제나 무게를 잃지 않는 준혁에게 그런 경박한 말투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질투에 불타오른 준혁은 결국 세경의 관심을 사기 위해 웃기는 말투를 동원하기 시작한다. 얼굴까지 빨개지며 부끄러워하다 세경이 좋아하니까 신이 나서는 개그맨 성대모사에 사투리까지 시도한다. 그리고는 ‘돼지꼬리 땡야’를 밀어내고 ‘용꼬리 용용’을 민다.

그 장면에서 준혁의 절박함과 그 참을 수 없는 어색함에 손발이 오그라들며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 <지붕 뚫고 하이킥>을 보며 웃다 쓰러진 건 오랜만인 것 같다. 꽃미남 흑기사 캐릭터는 제대로 그려지기만 하면 언제나 인기를 얻는 경향이 있다. 캐릭터 자체의 매력이 크기 때문인데, 거기에 안절부절하며 코미디까지 덧붙여주니 준혁의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주요 캐릭터 라인이 더 다채로워지며 극의 활력이 배가되는 것이다.

준혁의 활약에 따라 세경-준혁 라인의 몰입도도 커진다. 세경-지훈 라인이 아픔이라면, 세경-준혁 라인은 달콤하고 웃음을 머금게 한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중반부에 세경-지훈 라인의 서글픔을 강조했었는데, 이제는 세경-준혁 라인의 밝고 사랑스러운 느낌을 강조해도 좋을 듯하다. 준혁이 세경 때문에 안절부절하며 오버하는 모습이 너무나 즐겁다. 모처럼 ‘빵’ 터진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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