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분명 전문가 집단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기자가 곧 전문가인 것은 단연코 아니다. 일의 기능적인 측면에서 '보도자료'를 짜깁기하는 능력을 일컬어 전문성이라고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른바, '전문기자'라고 하는 명명의 역사적 기원과 적합성이 어떠하든 간에 한국에 '전문기자'라고 하는 뭔가 있어 보이는 기자 그룹이 출현한지도 어언 15년의 세월이 흘렀다. 아시다시피 '전문기자'라는 그룹의 한국적 태동은 지난 1994년 중앙일보에서부터다. 편집국 외부 전문가들을 편집국으로 끌어들이며, 보도자료 짜깁기가 아닌 진짜 기사를 만들고 사실을 분석해보자 뭐 이런 고상한 취지였다.

▲ 지난 2009년 4월22일 '환경언론 대상'을 받고 있는 박수택 기자 ⓒSBS '8뉴스'
사실, 따지고 보면 기자의 영역 중 전문성이 필요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날로 촘촘해지는 사회의 복잡성과 총체성을 고려하면 기자 모두가 전문기자여야 하고, 편집국은 각각의 전문기자들이 영역을 나눠 갖는 영토여야 함도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은 척박하다. 전문기자는 날로 늘어 가는데, 언론의 전문성은 날로 의심받는 역설적 상황이다. 보편타당한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여겨지는 전문기자들의 존재는 여전히 귀하고, 대개의 전문기자들이 해당 업계의 일원이 되어 기자로서의 전문성보다는 업자로서의 동질성을 갖추어 간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SBS의 환경전문기자였던 박수택 기자가 논설위원실로 자리를 옮겼다. 납득이 가지 않는 인사이다. SBS 쪽에서는 그간 박수택 기자의 보도를 내보내는 데 우여곡절이 많았다는 얘기가 전해지고 있다. 비록, 카랑카랑한 목소리이긴 하지만 저널리즘 언어의 경직됨에서 자유로워보였던 서정적 멘트를 주로 구사하던 그의 보도가, 어찌하여 새삼 이제와 우여곡절을 겪었던 것인지는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만한 것이다.

토목이 정권의 8할쯤 되는 사활적 문제가 되어버린 상황에서, 4대강 이후 물의 속도를 따지고, 공사장 주변의 환경 파괴를 추적하고, 새들의 서식지에 관심을 기울였던 환경 전문 기자 박수택의 존재는 불편한 것이었을 테다.

방송국 시스템에 정통하지 않은 나로선, 방송사의 논설위원들이 정확하게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길이 없다. 다만, 그곳이 '현장'이 아니라는 귀퉁이 사실만으로도 기자 박수택에 비해 논설위원 박수택의 부담과 역할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 틀림없다.

전문기자의 전문성을 부담스러워하는 언론의, 전문기자의 전문성을 불편해하는 사주들은 오늘도 끊임없이 전문기자를 모으고 있다. 그 하릴없어진 전문성만을 위한 전문성이야말로 오늘 우리 언론의 맨 얼굴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경제전문 기자는 재벌을 옹호하고, 의학전문 기자는 병원을 홍보하며, 법조전문 기자는 판례를 비판할 줄 모른다. 나머지 기자들이야 전문성이 없으니, 그 대세를 따라 배당된 사건 사고나 쫒고 출입처에서 기능인으로 살아간다.

우리 언론에서 아주 귀했던 한 명의 전문 기자가 그 전문성을 이유로 전문적 역할을 담당하던 현장을 잃었다. 이제, 4대강과 갯벌 그리고 그린벨트에 이렇게 고할 수밖에 없겠다. 더이상 언론을 기다리지 마라. 부디, 홀로 살아남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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