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영의 호투가 부산 원정에서 연승을 이끈 동력이 되었다. 여기에 4월 내내 부진했던 임창용이 최근 살아난 모습을 보이며 통산 250 세이브를 기록하며 든든한 뒷문을 자처했다. SK와 트레이드로 새로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이명기는 4안타 경기를 펼치며 경기를 지배했다.

임기영 무실점 4승투와 임창용의 250세이브, 이명기 4안타 경기 이끌다

임기영의 호투가 빛난 경기였다. 경기 자체가 3-0으로 끝난 상황에서 선발 투수의 역할은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점수가 많이 나지 않는 경기였던 만큼 마운드가 흔들리지 않고 잘 버텨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수밖에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팀의 4선발인 임기영의 호투는 놀라울 정도다.

기아는 대승을 할 수도 있었다. 롯데의 선발 김원중이 들쑥날쑥한 투수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명기는 몸에 맞는 볼로 나가고, 안치홍과 최형우가 연속 볼넷을 얻으며 1사 만루 상황이 만들어졌다. 여기에 나지완과 이범호가 버티고 있는 상황은 대량 득점을 예상하게 했다.

KIA 타이거즈 임기영 (연합뉴스 자료사진)

하지만 1사 만루에서 나지완이 삼진으로 물러나고 이범호가 유격수 땅볼로 점수를 뽑아내지 못한 상황은 최악이었다. 아무리 1회라고는 하지만 중심 타선에서 득점을 해주지 못하면 그 모든 부담은 선발 투수에게 밀려들 수밖에는 없다. 당장 임기영은 1회 위기를 맞았다.

1사 후 나경민과 김문호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며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이대호를 3루 땅볼로 잡아내며 위기를 넘겼다. 철벽 이범호가 타선의 아쉬움을 이번에도 수비에서 병살로 이끌며 만회했다. 2회에는 이대호의 수비가 놀라웠다. 서동욱의 잘 맞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 베이스 커버를 하기 위해 오는 투수 김원중에게 토스를 하는 과정엔 군더더기가 없었다.

버나디나의 강력한 타구 역시 완벽하게 잡아내 아웃 카운트를 만들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빠졌다면 최소 2루타가 될 수 있는 타구였기 때문이다. 김원중은 1회에 이어 2회에도 연속 볼넷을 내주며 위험을 자초했다. 이대호의 좋은 수비 2개가 없었다면 대량 실점을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좀처럼 점수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명기의 2루 타구는 빠른 발이 살렸고, 결승점이 되었다.

2루 베이스 근처에서 수비를 한 번즈가 빠르게 잡아 1루 송구를 하기는 했지만 이명기의 빠른 발을 이길 수는 없었다. 1, 2회 사사구만 5개가 나온 상황에서 1득점에 그쳤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그만큼 선발 투수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KIA 타이거즈 이명기 (연합뉴스 자료사진)

3회 선두타자로 나선 김대륙은 힘을 모두 실은 멋진 타구를 날렸다. 중앙 펜스까지 날아가는, 최소한 2루타가 될 수도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중견수 버나디나가 있었다. 빠른 발과 넓은 수비력까지 갖춘 버나디나는 신기에 가까운 수비를 보여주었다. 순간적으로 타구 방향을 확인하고 빠르게 달리며 공을 잡아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바라보며 잡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달리며 자신의 머리 뒤로 날아오는 공을 완벽하게 잡아냈다. 이 수비 하나는 임기영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4회 볼넷으로 선두 타자가 나간 후 버나디나의 안타에 이어 이명기가 다시 적시타를 치며 2-0까지 달아났다.

이번 경기에서 안치홍은 중요한 순간 병살타만 연속 2개를 만들며 대량 득점 가능성을 모두 날려버렸다. 최소한 병살만 없었어도 이번 경기에 점수가 더 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게 다가온다. 롯데 선발 김원중은 3이닝 동안 87개의 투구수로 5피안타, 2탈삼진, 6사사구, 2실점을 하며 조기 강판을 당했다. 3이닝 동안 6개의 사사구는 최악이었다.

5회에는 2사 후 이명기와 함께 트레이드가 되어 기아로 온 김민식이 2루타로 기회를 만들었다. 전 구단 9번 타자 중 가장 강한 김선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적시타로 추가점을 뽑으며 3-0까지 점수 차를 벌렸다. 이적생인 김민식과 이명기는 기아로 옮긴 후 야구 인생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중이다.

7회 최준석의 타구를 슬라이딩까지 하며 잡아낸 버나디나의 수비는 임기영을 든든하게 해주었다. 타격이 여전히 들쑥날쑥한 게 흠이기는 하지만 도루 능력이나 수비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정도로 뛰어나다. 김호령의 외야 자리까지 확보가 된다면 기아의 외야 수비는 철벽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임기영은 7이닝 동안 94개의 공으로 7피안타, 3탈삼진, 1사사구, 무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되었다. 방어율 역시 1.99로 낮아지며 시즌 4승 투수가 되었다. 이번 경기만 보면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지만 전체적인 투구수 조절을 해주기 시작한 벤치는 임기영 관리에 나섰다.

임기영이 올 시즌 과도하게 투구를 하면 말 그대로 한 시즌 용 선수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체력 안배를 해주지 않으면 좋은 투수를 망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아 벤치의 관리는 반가운 일이다.

KIA 타이거즈 임창용 [연합뉴스 자료 사진]

기아는 임기영을 내리고 심동섭을 올렸다. 최근 들어 안정적인 피칭을 해주는 심동섭은 1이닝을 무실점을 잘 막아 임창용에게 9회 마운드를 넘겼다. 우중 혈투에서도 호투를 보였던 임창용은 안타 하나를 내주기는 했지만 실점 없이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개인 통산 250세이브를 기록했다.

4월 내내 최악의 투구를 하던 임창용은 5월 들어 좋아진 투구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임창용은 흔들림 없이 투구를 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반갑게 다가온다. 김윤동은 롱 릴리프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심동섭이 강력한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기아의 불펜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이다.

이명기는 이번 경기에서 4안타를 만들어냈다. 전반적으로 기아 타선이 침묵하던 모습과 달리, 2번 타자로 나선 이명기는 결승 타점을 포함해 3점 중 2점을 책임지며 팀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적 후 초반 수비 불안으로 흔들리기도 했지만 김기태 감독은 믿고 계속 출전시켰고, 이에 보답이라도 하듯 맹타와 호수비를 보이며 완벽하게 기아맨이 되고 있다.

일요일 경기에는 헥터가 등판한다. 이미 부산 원정에서 2승을 올린 기아로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스윕이 가능한 상황이다. 타선이 다시 살아나준다면 기아의 전력은 4월보다 더 강력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트레이드 이후 폭발한 SK의 타선처럼 기아도 이제 다시 살아나야 할 시점이다. 불펜이 안정을 되찾고 역대급 선발 4인 체제 속에서 기아의 아쉬움은 부진한 타선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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