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디우스의 매듭>의 저자 김병윤씨는 삼성전자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책 내용만 얼핏 보면 그는 ‘반삼성주의자’처럼 보이지만 삼성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책을 자세히 살펴보면 삼성에 대한 그의 애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다만 삼성에 대한 ‘애정표현’이 좀 다른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김병윤씨의 ‘삼성 사랑법’은 삼성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쪽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

▲ <고르디우스의 매듭>(두레스 경영연구소)
그의 ‘독특한 삼상 사랑법’ 때문에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신문광고마저 금지당했던 책이다. 돈을 줘가면서까지 광고를 하겠다는데 이 광고싣기를 언론이 거부하고 있는 현실. 저자는 “집필부터 광고까지 끊임없이 삼성의 ‘방해공작’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아무리 애를 써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로 풀이되고 있는데 난마처럼 복잡하게 얽힌 한국경제의 현실에 대한 저자 나름의 진단인 셈이다.

삼성 비자금 파문을 미리 예견한 ‘고르디우스의 매듭’

저자의 문제해결 방식은 상당히 ‘온건한’ 편이다. 그는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그 실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엉키기 시작했는지를 찾아야 하는 것처럼, 복잡한 문제일수록 근원을 찾아내고 근본부터 차근차근 해결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매듭을 단 칼에 잘라버리는 방식이 아니라 대안을 갖고 차근차근 이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 방식은 ‘온건’하지만 문제점을 지적하는 현실진단은 상당히 냉정하다. 가령 <고르디우스의 매듭>의 다음과 같은 부분은 마치 현재 ‘삼성 비자금 파문’을 마치 몇 달 전에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정확하게 정곡을 찌르고 있다.

“삼성의 인맥관리 방식은 철저하게 조직적이고 심층적이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나 경영층에서 직접적으로 나서서 일을 처리하기보다는 인맥을 활용해서 개별적으로 접촉하도록 한다. 다시 말해 해당 공무원을 매수할 필요가 있을 경우에 내부적으로 파악된 인맥 관리 계보에서 이 사람과 개인적인 친분을 갖는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이 내부 직원을 통해 정치자금이나 떡값을 전달하게 한다. 추후 자금 전달이 문제가 되더라도 기업은 해당 인사와의 관계를 부인할 수 있고 임직원의 개인적인 친분으로 이루어진 일이라고 변명할 수 있다. 기업은 원하는 효과를 챙기면서 법적 책임 공방으로부터 자유스러워질 수 있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부분도 나온다.

“또한 삼성은 정관검경을 막론하고 일단 자신들이 관리하는 인맥에 대해서는 그들의 인사 문제에까지 관여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지게 한다. 관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에 대해서는 곧바로 계열사에 자리를 마련해주는 ‘자상한 배려’도 아끼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거대 재벌의 힘을 과시하고 해당 인력이 따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것이다. 오죽하면 항간에서는 삼성의 관리대상이 되지 않은 사람은 그 분야에서 클 생각을 하지 말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을까. 고위 관료나 법관을 지냈던 사람들이 삼성에 대거 영입되어 고위 임원이나 고문으로 활약하고 있는 현실은 이러한 공작작업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한국기업의 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어두운 과거를 비판하는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정경유착과 재산 대물림, 기업부패, 언론과의 유착 등과 같은 그늘을 햇살 아래로 끄집어 내 ‘참회와 고백 그리고 자성’을 통해 거듭나지 않는다면 한국경제의 미래 자체가 매우 암담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광고와 혼맥으로 ‘유착된’ 재벌과 언론의 관계

특히 저자가 우려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재벌과 언론과의 유착이다. 저자 김병윤씨가 말하는 재벌과 언론의 유착은 광고와 혼맥 두 가지로 압축된다. 저자는 “해마다 가장 광고를 많이 하는 삼성그룹이 2006년에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국내 전 언론의 광고를 선도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기업이 일간지 광고에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일간지의 생사를 틀어쥐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언론과 기업은 광고비 배정을 사이에 두고 공존의 해법을 함께 찾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자는 “재벌가 혼맥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점은 권문세가와 사돈관계를 형성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라면서 “그들은 정경 유착의 고리와 정략결혼을 통해 서로 편의를 돌보고 이득을 취하기 위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유력 재벌가와 언론사 기업주 일가의 사돈 관계 중에 대표적인 것은 삼성그룹 회장의 딸과 동아일보 명예회장 아들의 결혼”이라면서 “삼성은 속칭 ‘조중동’이라 불리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두루 혼맥을 이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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