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이 28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애초 30부작이었지만, 28부작으로 축소 종영하였다.

몇몇 시청자들의 예상처럼 이겸(송승헌 분)이 수백 년을 산 불멸의 존재(예를 들어 도깨비)로 등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서지윤(이영애 분)이 이탈리아에서 마주친 남자가 이겸의 환생이 아니라, 수백 년을 꼬박 살았던 이겸일지도 모를 일이다.

판타지 사극 장르를 표방한 <사임당>이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대부분의 드라마가 다 이런 식이다. 뚜렷한 메시지는 없지만 자극적인 장면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시청률적인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둔다. 이러한 '막장' 드라마와 비교해 보면, <사임당>은 확실히 자극적인 설정은 덜 했다. 사임당(이영애 분)에게 질투심을 느끼고 악행을 저지르는 휘음당 최씨(오윤아 분) 같은 캐릭터는 동서고금 막론하고 희곡 장르에서 늘 볼 수 있는 악당이다. 그런데 <사임당>을 보고 있으면, 2017년 드라마가 아니라 이영애의 최고 히트작 MBC <대장금>을 다시 보는 기분이 들곤 했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사임당>의 기획의도는 이러했다. 시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 뜨겁게 살아낸 한 여인의 일상을 드라마틱하게 그려내겠다고 했다. 그래서 사임당이 집안을 일으키기 위해 종이 사업에도 뛰어 들었고, 평생을 걸쳐 사임당을 연모한 이겸과의 애틋한 로맨스도 살포시 곁들었다.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이 알고 있던 역사적 인물 '사임당'의 이미지와 상당히 거리가 멀었던 드라마 속 사임당은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안겨 주기도 했다.

차라리 실존인물 사임당이 아니라, 조선 중기를 살았던 한 여인의 이야기로 만들었다면 지금보다는 더 좋은 반응을 얻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잘 만든 드라마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지만, 딱히 못 만든 드라마도 아니었다. 요즘 시청자들이 보기에 다소 올드한 감이 있지만, 이런 올드한 드라마가 어디 <사임당>뿐일까. 하지만 자극적인 설정이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들은 인기를 끌고, <사임당>은 드라마가 시작한 지 10회 만에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혹자는 <사임당>의 실패를 두고, 이름값에 비해 주인공으로서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며 이영애와 송승헌을 비판하기도 한다. 특히, 한때 <사임당>과 동시간대 방영됐고 <사임당>보다 훨씬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던 KBS <김과장>의 주인공 남궁민과 비교되며, 더 이상 한류스타라는 네임벨류에 전적으로 기댄 드라마 제작은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기도 했다. 어쩌면 <사임당>이 실패한 이유는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대장금> 이후 실로 오랜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이영애는 13년 전 방영한 <대장금> 때와 비교했을 때 별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어떤 드라마 영화에서든 '멋있다'라는 생각만 들게 하는 송승헌의 연기는 늘 한결같다. 그래도 송승헌은 사임당을 지켜주는 키다리 아저씨 이미지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비판의 화살에서 약간 벗어나게 되었지만, 십수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장금 연기를 하는 이영애는 시청자들의 따가운 화살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었다.

SBS 수목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이영애는 변해야 했다. 사람들이 십수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이영애에게 바란 것은, 대장금의 재현이 아니었다. 복귀작으로 사극을 택했다 하더라도 대장금과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 했다. 하지만 <사임당>은 볼 때마다 <대장금>을 보는 것 같은 기시감을 떨칠 수 없었고, 이영애 또한 대장금 이미지에 갇혀버린 배우가 되고 말았다.

이영애, 송승헌의 외적인 모습 외에 이렇다 할 매력적인 요소가 드물었던 <사임당>은 도대체 시청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드라마였을까. 마지막회에서 유종의 미라고 거두었으면 그래도 아련한 드라마로 기억되었을 텐데, 여러모로 아쉬움만 남는 <사임당 빛의 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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