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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변하면 된다”[인터뷰] 김병윤 두레스 경영연구소 소장
민임동기 기자 | 승인 2007.11.27 16:12

“한국의 주요 언론 가운데 친일파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사가 있는가. 그런 언론들이 계속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성장해 온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언론이 바뀔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언론은 지금 대통령만 흔들고 있고, 진짜 건드려야 될 부분은 건드리지 않고 있지 않은가.”

<고르디우스의 매듭>(김병윤 / 두레스 경영연구소)의 저자 김병윤 두레스 경영연구소 소장은 한국 언론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김 소장은 삼성전자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삼성개혁’을 부르짖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가운데 한 명이다. 삼성의 변화가능성을 예상하면서도 언론에 대해서는 머뭇거리는 그의 태도를 보면서 현재 삼성 관련 언론보도를 떠올렸던 것도 이 때문이다.

   
  ▲ 김병윤 두레스 경영연구소장 ⓒ민임동기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관련 기자회견을 하기 몇 달 전에 출판됐지만 언론에 의해 ‘철저히’ 외면당했다. 심지어 돈을 주고 책 광고를 하겠다는 데도 이를 마다하는 언론사도 있었다. 김 소장이 언론에 대한 불신이 강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김 소장을 지난 22일 만났다. 책을 내게 된 계기와 ‘삼성 개혁’에 대한 생각 그리고 한국 언론에 대한 평가 등을 전반적으로 들어봤다.

- <고르디우스의 매듭>이라는 책을 쓰게 된 확실한 계기가 있을 것 같다.

“<삼성신화 아직 멀었다>(한림원)라는 책을 2005년 7월에 썼다. 삼성 조직 문화가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을 쓰면서 매우 절제된 표현을 썼다. 하지만 정작 (삼성은) ‘음해공작’만 하고 실제 바뀌어지는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렇게 절제된 표현을 해가지고는 제대로 바뀌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삼성신화 아직 멀었다>에서는 삼성 조직문화에만 국한시켰는데 <고르디우스의 매듭>에서는 재벌기업들의 문제점을 통틀어서 지적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역사상으로 보면 어떤 조직이든지 나쁜 시스템으로 60년 이상 지나간 경우가 거의 없다. 우리 사회가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정치적으로 민주화는 많이 됐지만 소위 말하는 재벌기업들은 너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면서 나아가고 있는 거 아닌가. 그 병폐가 문제점인데 그것이 너무 치밀하게 가려져 있다. 이건 아니다. 확실하게 뭔가 사회적으로 지적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조금 전에 방해공작이라고 했나. 방해공작이 뭔가. 삼성 쪽에서 방해공작을 했단 말인가. 

“새로 나온 책을 언론에 광고를 하고 싶어도 지금 못하고 있다. 삼성은 항상 그렇듯이 잘 아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책이 출판되기 3주전부터 삼성 쪽에서 접근을 해왔다. 누가 접근을 하냐면 고등학교 선후배, 같이 근무했던 사람들. 다들 잘 아는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이쪽으로 사실상 파견을 시키는 거다. 3주전부터 주위를 맴돌면서 식사나 하자 그런다. 그래서 만나면 회유와 협박을 한다. ‘책이 나오기만 하면 명예훼손 소송한다. 준비 다하고 있다. 조심해라’ 이런 식이다. 책을 내면 삼성 쪽에서 다 사들이겠다는 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직접 출판등록을 해서 냈다. 다른 곳에서 내려고 해도 책을 내줄 곳이 없다. 얘기를 해봐도. 그래서 직접 낸 것이다.

- 언론사에 광고를 하려고 해도 거부했다는 얘기는 무슨 얘긴가.

   
  ▲ <고르디우스의 매듭>(두레스 경영연구소)  
 
“언론사에 책 광고를 낼 계획으로 매일경제 한국일보 등 몇 군데에 의사 타진을 했다. 특히 매일경제는 돈까지 줬는데 결국 광고를 싣지 않았다. ‘자기들도 먹고살아야 되는데, 어떡하겠느냐’ 하소연을 해서 돈을 받아왔다. 나중에라도 삼성이 변해주기를 원하는데 계속 저런 식으로 변하지 않으려고 한다면, 자극을 주기 위해서 삼성과 언론사들을 상대로 고소까지 할 생각이다. 저렇게 광고도 못내게 하고 말이 되는가. 이번에 김용철 변호사 사건이 터져서 마침 좋은 기회다 싶어 다시 언론사에게 광고 얘기를 해봤다. 대답은 똑같다. 광고를 싣지 못하겠단다. 돈을 주고도 광고를 싣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 책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언론은 없었나.

“있었다. 하지만 놀랬다. 모 언론사의 경우 책 내용 가운데 일부가 기사화 돼서 올라갔다. 삼성 이학수 부회장과 관련된 내용이다. 자녀 MBA 특혜에 관한 건데, 그 기사가 하루 만에 내려왔다. 다른 언론사 역시 기사를 올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사가 내려갔다. 삼성의 힘이 대단히 크다. 그런 만큼 삼성이 변하면 많은 것이 변하게 된다.”

- 책에도 언급이 돼 있지만 삼성 뿐만 아니라 기업 전반적으로 비자금 문제가 사내 기업관행이 비슷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왜 유독 삼성이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금까지 그러한 잘못된 관행을 만든 것의 대부분이 삼성이 주도적으로 해온 것들이다. 삼성이 좋은 것도 많이 만들어냈지만 나쁜 것 역시 많이 만들어냈다. 다른 재벌들은 그걸 쳐다보면서 답습해서 적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만들어왔던 삼성이 변화를 도모를 한다면 그 여파가 전체로 확산효과가 생길 것이다.”

-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앞으로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계속 이런 사건이 불거질 것이다. 삼성은 지금이 기회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동안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그것을 하고 안하고는 이건희 회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이 회장도 고민을 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

- 삼성에 있을 때 조직문화가 어땠나.

“보안단속 같은 게 심하다. 그런 문화가 있다. 하지만 내 책에서 하고픈 얘기를 잘 봤으면 한다. 나는 가신들, 특히 이학수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전략기획실이 문제가 많다. 나머지 일반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해내는 활동들을 하면서 기여를 많이 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조직 내에서 힘이 없다. 그런데 부가가치를 창출해내지 않는, 경영권이나 세습시키려고 하고 비자금이나 조성해서 정관계에다 돈 쓰는 게 마치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식으로 과대포장해서 활동하고 있는 전략기획실이 문제인 것이다.

삼성을 바꾼다고 해서 전체를 바꿀 이유가 없다. 소위 말하는 가신그룹의 잘못에 대해 책임을 묻고 그 사람들을 바꾸면 된다. 이학수 부회장이 전략기획실 자리에 앉은 이후 10년이 넘도록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잘못된 거다.”

- 이학수 부회장의 과오가 많다는 얘긴가.

   
  ▲ ⓒ민임동기  
 
“다 그 사람들(전략기획실)이 만들어낸 것이다. 거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맨날 그 생각만 한다. 어떻게 하면 ‘왕권세습’을 잘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을까. 그 고민만 하는 것이다. 김용철 변호사 영입해서 7년 동안 107억원을 줬다고 하는데, 대체 그 사람들에게 왜 107억원을 줘야 하나. 1억 벌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 언론의 문제점도 많이 지적을 했는데.

“나는 삼성과 관련해서는 한겨레도 자유스럽지는 못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언론사들은 나를 인터뷰 한 다음 그걸 가지고 (삼성 쪽에) 팔아먹기도 한다. 삼성에다 이런 거 쓰려고 한다고 얘기를 하고 심지어는 나를 면담하러 오면서 삼성 쪽에다 면담하러 가도 되겠느냐고 하는 곳도 있다. 정말 재벌과 언론간에 어떻게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는지 나도 한번 연구를 해보고 싶다. 삼성이 그만큼 언론을 잡고 있으니 언론에 대해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다.

언론과 재벌이 어느 정도 유착관계를 가지고 있는지가 관심이다. 책에서도 언급했지만 언론과 재벌간의 혼맥이 상당히 심각하다. 그런 관계를 바탕으로 언론과 재벌을 들여다보면 오싹오싹하다. 그런 사람들이 명절 때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할 것인가 생각만해도 오싹해지지 않나.”

- 앞으로 계속 저술활동을 할 계획인가.

“저술활동보다는 강의 좀 나가고 스스로가 경험했던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조직이 어떤 식으로 바뀌어야 되는지 얘기해주고 싶다. 책 저술활동은 계속할 생각이다. 삼성이 바뀌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삼성해체론’을 부르짖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삼성해체론’은 반대한다. 중요한 것은 전략기획실 조직단위에서 벌어졌던 잘못된 행태다. 관행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 ‘더러운 일’들이 많이 일어났다. 난 삼성이 잘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싸우는 거지, 나빠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으면 칼도 빼지 않았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일선조직과 전략기획실은 따로 봐야 한다.”

□ 김병윤 두레스 경영연구소장은 □

1957년에 태어나 광주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우조선 영업부를 거쳐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긴 후 부품, 백색가전, 비디오 및 캠코더 해외영업을 담당하면서 미국에서 생활했다. 외환위기 동안 캠코더 전략마케팅 그룹을 맡아 사업을 정상화시키는 등 주로 마케팅 부문에서 활동했다. 2000년 삼성인력개발원 국제화교육 및 외국어교육 팀장을 맡다가, 2003년 8월 미국 퍼듀 대학의 경영학 석사과정(MBA)에 입학하여 2004년 12월에 과정을 마쳤다. 현재 (주)두레스경영연구소를 설립, 활발한 기업 강연과 컨설팅 및 경영이론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저서로는 <삼성 신화 아직 멀었다> <나는 삼성에서 이렇게 마케팅했다><비즈니즈 협상 A to Z>가 있다.

민임동기 기자  mediago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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