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대선 후보들의 본격 행보가 시작됐다. 동시에 네티즌들의 손은 묶였다. 실명 확인을 강제하는 공직선거법 제82조 6과 UCC 게시를 금지하는 제93조 때문이다.

지난 9~10월 인터넷에 ‘대통령 이명박, 괜찮을까?’라는 제목의 사진 UCC를 올렸다가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대학생 김연수(22·사진)씨는 “마지막에는 나도 모르게 자기검열을 하게 되더라”며 선거법의 폐해를 지적했다.

이명박 후보 실언·자질검증 다뤄…“사실 다룬 것도 문제 되나”

▲ ⓒ정은경
김씨가 제작한 사진 UCC는 모두 5편. △(1) 막말+비하 시리즈 △(2) 말바꾸기와 정책혼선 △(3) 신화는 없다 △(4) 신화는 없다-두번째 △(5) 못다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1편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실언들을 모은 것이고, 2편은 대운하 공약 등 말바꾸기를 주제로 한 내용이다.

3, 4편은 정책 및 자질검증에 초점을 맞춘 내용. 5편은 일종의 번외편이다.

김씨가 1~3편을 올린 뒤인 지난 10월10일 3가지가 한꺼번에 삭제됐고 다음날인 11일 올린 4편은 당일 삭제됐다.

“그 다음부터는 UCC를 올릴 때 자기검열을 하게 되더라고요. 5편은 올리는 방법 자체가 자기검열이었죠. 또 올리면 반복적 게시로 문제가 될까봐 선거법을 피해가는 고육지책으로 이메일로 보냈으니까요.”

선거법 걸릴까 이메일로 전송…“지금 네티즌은 몸사리고 있다”

김씨는 “선거법 위반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정 후보자에 대한 의도적인 비방이나 비하가 들어간 내용과 개인적인 견해는 모두 삭제하고 사실 확인이 된 내용만을 바탕으로 신문기사와 보도사진, 만평 등을 편집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김씨를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검찰에 김씨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김씨는 지난달 16일 영등포경찰서의 연락을 받고 5시간 이상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명박 후보 낙선을 위해 만든 것인지,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을 알고 있었는지, 선거법 위반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지 등을 묻더라구요. 선관위의 UCC 운용기준에 따르면 ‘단순한 의견개진’은 가능하거든요. 의도를 가지고 있었던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려 하는 것 같았습니다.”

▲ 인터넷 선거실명제 폐지 공동대책위원회 2007 등 시민사회 연대단체들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법 개정을 촉구했다.
김씨는 “대선과 관련한 글, 사진, 동영상을 올리려던 네티즌들은 선거법이 두려워 스스로를 검열하고 몸을 사리고 있다”며 “네티즌의 정치참여를 위축시키는 선관위의 과도한 규제는 국민의 알권리 침해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현재 검찰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는 김씨는 “재판에서 벌금형이라도 나온다면 선거법 93조에 대한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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