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케이블 MSO 티브로드가 희망퇴직을 실시한지 4일 만에 특별 퇴직금을 50% 줄여 2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연대노동조합 티브로드지부는 “회사가 연휴기간을 이용해 희망퇴직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티브로드가 지난달 24일 공지한 1차 희망퇴직 공고문(오른쪽)과 지난 2일 공지한 2차 희망퇴직 공고문. 특별 퇴직금이 절반으로 줄었다. ⓒ미디어스

티브로드는 지난 2일 “2차 희망퇴직 신청을 이번달 2일부터 8일까지 받겠다”고 공지했다. 이번 희망퇴직에는 복수의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가 증언한 ‘특별 퇴직금 50% 삭감’이 적용됐다.

앞서 복수의 티브로드 내부 관계자는 티브로드가 개인 면담을 진행하는 자리에서 “240명을 감원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에 신청하지 않으면 특별 퇴직금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라며 희망퇴직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또, 일부 직원들에게 “당신은 퇴직 대상자”라며 ‘협박성’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사측 관계자는 “감원 목표를 정해 놓거나 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측은 지난 1차 희망퇴직 당시 사내 공지를 통해 “희망퇴직 신청기간 내에 모두 마무리되지 않는다면, 회사는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일정 수준까지 감원할 것을 암시한 바 있다.

티브로드의 직원수는 지난해 말 기준 613명으로 감원 목표 ‘240명’은 전체 직원의 40%에 달하는 숫자다. 1차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은 30-40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티브로드 노조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일이 또다시 벌어졌다”면서 “노동자들에게 2차 선전포고 진행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개했다. 노조가 분개하는 것은 사측의 진실성 없는 태도 때문이다.

앞서 티브로드는 “회사는 오랜 기간 동안 회사를 위해 노력해 주신 직원 여러분들을 고려해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가용한 모든 예산을 동원, 그룹 계열사의 통상적인 위로금 지급 수준을 상당히 상회하는 퇴직위로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비상시국을 넘어 존폐 위기 단계에 처해 있는 실정”이면서 “이러한 희망퇴직의 배경과 불가피성에 대하여 직원 여러분께서는 널리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티브로드는 전 직원의 급여와 퇴직금을 한 번에 정리하고도 남을 779억원의 현금성 자산과 5831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다. 티브로드의 이익잉여금은 지난 2014년 4473억원에서 2년만에 1358억원이 증가했다. 순자산도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654억원에서 8058억원으로 1404억원이 늘어났다. 영업이익은 규모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1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노조는 희망퇴직 신청시 지급되는 ‘특별 퇴직금’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티브로드가 공지한 특별 퇴직금을 살펴보면 근속기간 5년 미만부터 20년 이하까지 5년 단위로 차등 지급된다. 노조 관계자는 “티브로드는 지난 2007년 직원들에게 퇴직금 정산을 했다. 특별 퇴직금 기준에서 10년차 이상을 적용받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티브로드가 희망퇴직 대상자들에게는 연휴 동안 연차를 반려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티브로드 사측 관계자는 "2차 특별 퇴직금이 줄어든게 아니라 1차 특별 퇴직금이 많았던 것"이라며 "회사측은 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상담에서 협박성 발언을 하도록 유도한 적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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