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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TV토론, 공정성과 실효성의 딜레마[기자칼럼] 2002년 'TV토론' 문제점, 올해도 되풀이될까
서정은 기자 | 승인 2007.11.27 15:21

역대 가장 많은 12명의 후보가 등록한 17대 대통령 선거가 27일부터 22일간의 공식 일정에 돌입했다. 미디어선거의 정착과 활성화를 위해 후보들이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TV토론 역시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의 주관으로 다음달 6일부터 3차례 열리게 된다.

선관위가 주관하는 법정 토론은 '5명 이상의 의원을 보유한 정당의 후보' '여론조사 지지율 5% 이상 후보' 등의 기준을 감안하면 정동영 이명박 권영길 이인제 심대평 문국현 이회창 후보 등 모두 7명이 참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달 6일부터 3차례 TV합동토론 열려…7인 토론 예상

12월 6일 열리는 1차 합동토론회는 정치 외교 통일 안보 분야, 11일 열리는 2차 합동토론회는 사회 교육 문화 여성 분야, 16일 3차 합동토론회는 경제 노동 복지 과학 분야로 진행된다. '여론조사 지지율 5%' 등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나머지 군소후보들에 대해서는 13일 별도의 합동토론회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이번 17대 대선 TV토론의 영향력과 실효성, 시간·형식의 제약과 한계 등을 둘러싸고 적지않은 논란과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4차례 진행되는 법정 합동토론이 후보의 정책과 공약을 충분히 비교하고 상호 토론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장이 될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의문이다. 일단 120분 동안 진행되는 합동토론에서 7명의 후보들에게 할당되는 시간은 평균 17분에 불과하다. 게다가 120분 동안 4개 분야의 정책과 공약을 토론해야 한다. 아무리 운용의 묘를 살린다고 해도 심도있는 정책 대결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론이 나오는 이유다.

   
  ▲ 한겨레 11월 23일자 사설  
 
방송사와 단체들이 자체적으로 기획하는 토론회의 경우도 난항을 겪고 있다. 일부 유력후보의 토론 기피 현상이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여론조사 지지율 10% 이상'을 기준으로 3자 토론을 추진하고 있는 KBS와 MBC는 '자의적인 기준으로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유력후보 TV토론 기피…"국민들에게 '분장된 얼굴'만 내놓겠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지난 2002년 16대 대선 당시 TV토론에 대한 평가와 여론은 어땠을까? 가장 많은 비판은 TV토론의 기계적인 공정성과 형평성에 집중됐다. 공정성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1분 질문과 1분30초 답변이라는 기계적인 토론 형식·진행으로 밀도있는 토론이나 후보 검증을 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기대를 모았던 TV합동토론은 회수가 3회에 불과한데다 토론 자체도 지나치게 기계적인 형평성에 얽매여 유권자의 흥미와 관심을 반감시켰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문화일보 2002년 12월 19일)

"TV토론은 기계적인 공정성에만 집착해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는 결과만 가져왔을 뿐이다." (동아일보 사설 2002년 12월 20일)

"토론회의 사회자도 '기계적 진행이 되더라도 공정성과 형평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했지만 '기계적 진행'의 도가 지나쳐 TV토론의 본래 취지를 위협하는 수준이었다.(중략) 앞으로 TV토론이 유권자의 선택에 기여하려는 취지를 살리려면 '형식파괴'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 토론이었다." (한국일보 사설 2002년 12월 11일)

"모두 3차례 열린 이번 대선 합동방송토론은 많은 한계를 드러냈다. 의제의 편중, 사회자 역할 미비, 후보간 차별성 부각 실패, 검증·반박 시간 부족, 무의미한 공방, 다양한 토론 포맷 부재 등 1997년 방송토론제도가 시작된 뒤 계속 제기된 문제들이 이번에도 반복됐다."(한겨레 2002년 12월 18일 - 심상용 YMCA 시민사업팀장 기고)

그러나 정작 근원적인 문제는 이 같은 지적이 지난 97년 대선 때부터 개선되지 않고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TV토론에서 이러한 문제를 얼마나 극복할지 지켜볼 일이지만 검증·반박 시간 부족, 다양한 토론 포맷 부재 등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기란 요원한 것이 현실이다. TV토론 3회, 각 120분, 후보 7명 다자토론이란 외형적인 조건만으로도 TV토론의 내실을 기하기 어려울 것이란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97년, 2002년 대선마다 지적된 TV토론 문제점…올해도 반복될까?

특히 TV토론의 '공정성'과 '정보적 가치'라는 두가지 요소를 어떻게 균형있게 조화시킬 것인가가 관건이다. "정보적 가치만 중시하면 불공정하고 흥미 위주로 흐를 수 있는 반면 공정성을 강조하다보면 알맹이 없는 형식적 토론에 그칠 가능성"(연합뉴스 2002년 12월 16일)이 늘 상존하기 때문이다

   
  ▲ 10월 11일 MBC <100분토론> 이명박 후보편 ⓒ이명박 후보 홈페이지  
 
재미있는 사실은 TV토론이 공정성과 형평성에 치중하느라 실효성을 살리지 못할 때마다 '양자토론'이 언급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이회창-노무현 후보의 양강구도인 현실에서 3자 구도의 토론방식을 채택한 것도 형식에 얽매였다는 비판을 받을 만 하다. TV토론에서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다. 시청자인 국민에게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미디어의 역할이 요구된다." (동아일보 사설 2002년 12월 4일)

"합동토론회가 후보간 변별력이 있으려면 법정 합동토론 횟수를 늘리거나 당선 가능성이 있는 1,2위 후보가 출연하는 양자토론의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는 개선 의견도 제기됐다."(연합뉴스 2002년 12월 16일)

"토론 진행상 가장 민감한 부분인 초청 후보자 선정 기준상의 문제가 있다지만 3자 대결의 토론으로 대결의 초점이 분산되고 혼란스러움마저 준다. 양강 구도의 1대 1 대결의 집중력과 긴박감이 희석되어 토론의 진맛을 잃었다." (국민일보 2002년 12월 11일 - 최충웅 경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기고)

"다자간 토론이 효과적인 방식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다양한 이야기가 어지럽게 오고가기 때문에 유권자가 이를 통해 후보를 검증하고 평가하기는 아주 어렵다. 기술적인 문제, 물리적 제약이 있을 수도 있지만 유권 후보들의 1대 1 토론이 더 효과적일 것 같다."(국민일보 사설 2002년 12월 4일)

아예 사설을 통해 양자토론 개최를 강력히 요구한 곳도 있다.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행정수도 이전 논란을 둘러싸고 양자토론에 합의했다가 무산될 조짐이 보이자 몇몇 언론이 양자토론의 조속한 개최를 주문하고 나선 것이다. 명분으로는 '실질적인 검증'과 '피상적 토론 극복'을 내걸고 있다.

"행정수도 충청권 이전을 둘러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양자 TV토론은 조속한 시일내에 이뤄져야 한다.(중락) 선관위에서조차 '양자토론의 법적 하자가 없다'고 한 이상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양자 TV토론은 반드시 열려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의 피상적인 TV토론을 극복하고…" (한국일보 사설 2002년 12월 13일)

"양자토론이야말로 진정한 검증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이 있다.(중략) 지금은 형평성 등 공허한 이상론보다 유권자 대다수가 이·노 후보를 선택한다는 현실론을 솔직히 인정할 때다. 양자토론을 통해 실질적인 검증의 장을 마련할 필요가 그만큼 절실한 것이다." (국민일보 사설 2002년 12월 13일)

TV토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2002년 당시 언론 보도를 살펴봐도 뾰족한 대안이나 방향은 찾기 어렵다. 기계적인 형평성과 천편일률적인 토론 포맷을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공통 사항이라면 실질적인 검증을 위해 양자토론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양념처럼 보인다. 언론 보도의 비판 내용이나 관점 역시 천편일률적이고 기계적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 10월 29일 KBS '대통령후보 초청토론회' 정동영 후보 편 ⓒKBS  
 
아직까지 우리 사회는 '양자 토론' 등 유력 후보들만의 토론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선거 구도를 '빅3' 등으로 고착화한다는 폐해와 함께 형평성과 공정성을 침해하고 국민의 알권리까지 훼손한다는 논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여러명의 후보가 참여하는 다자토론은 심층토론이 안되거나 기계적 균형에 함몰됐다는 비판을 받고, 유력후보들만의 토론은 공정성과 형평성을 해친다는 지적을 받는 셈이다. 양자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정말 없는가? TV토론의 공정성과 실효성은 과연 해결될 수 없는 딜레마인가?

TV토론과 관련한 제 주체들이 공정성과 실효성 가운데 '쉬운 길'만 택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공정성에 무게를 둬버리면 '기계적 공정성'에 함몰됐다는 비판은 받겠지만 공정성 확보를 위해 불가피했다는 명분은 차릴 수 있으니 크게 '손해' 볼 것 없다는 계산이 충분히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TV토론이 이런 안이한 상황을 탈피하지 못한다면 TV토론의 취지는 사라지고 국민의 관심 역시 받을 수 없다. 인터넷과 UCC 등이 확산되면서 과거처럼 TV토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TV토론에 있어서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지 않으면서 유권자들에게 실질적인 후보 검증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해법'을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선거방송토론위원회와 각 방송사들이 다양한 TV토론 방식을 고민하고, 서로 부딪치는 이해관계와 의견 차이를 좁힐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 해야한다.

필요하다면 TV토론의 횟수를 늘리고 다양한 방식의 '형식 파괴'도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양자토론과 다자토론을 합리적으로 병행해 포괄적인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언제까지 밋밋하고 재미없고 도움 안되는 기계적 토론이라는 오명만 뒤집어쓸 것인가.

서정은 기자  punda@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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