헥터가 개막 후 6연승을 달렸다. 맨쉽에 이어 헥터도 시즌 시작과 함께 전승을 거두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넥센과 이번 경기는 방어율 1, 2위 투수들의 선발 맞대결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전국구인 기아가 좋은 성적을 올리며 고척 스카이돔은 가득 찼다.

헥터 6연승 이끈 일등 공신 이범호와 이명기, 기아 불펜이 달라졌다

헥터가 맨쉽에 이어 시즌 시작과 함께 6연승을 달리는 투수가 되었다. 역대 최고 기록 경신자가 한 명일지 두 명일지는 다음 경기에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두 투수 모두 패전이 된다면 양현종이 6연승을 달린다는 전제 하에 새로운 기록 대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두 팀의 승패는 수비에서 나왔다. 기아는 이범호라는 탁월한 3루수의 환상적인 수비가 팀 사기를 높였다. 이와 달리, 넥센 김하성의 결정적인 실책들은 추격마저 무의미하게 만들 정도였다. 넥센의 실책은 그렇게 기아에게는 기회로 이어졌고, 헥터의 연승을 돕는 이유가 되었다.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넥센 선발 한현희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안치홍이 중견수 실책으로 출루한 후 김주찬의 적시타로 가볍게 선취점을 뽑았다. 하지만 최근 연승 중인 넥센도 만만하지 않았다. 넥센 역시 송성문과 이정후가 연속 안타를 치고, 서건창이 희생플라이로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이 균형은 너무 쉽게 무너졌다.

방어율 1위인 한현희를 상대로 빅이닝을 만들어냈다. 선두 타자로 나선 이범호가 안타로 포문을 열었고, 1사 후 김민식과 김선빈이 안타를 치며 주자를 모두 채웠다. 이 상황에서 1번 타자로 출전한 이명기의 타구를 중견수 박정음이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며 싹쓸이 3루타를 만들어주고 말았다.

이명기의 타구는 잘 맞았고 절묘한 코스에 떨어지며 펜스까지 흘러갔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뛰어난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였다면 단타나 2루타 정도로 막을 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넥센 측으로서는 아쉬웠을 듯하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명기가 좋은 적시타를 쳤다는 점이다.

이번 경기 최고의 명장면은 다시 이명기를 통해 등장했다. 안치홍의 희생플라이는 낮은 좌익수 플라이였다. 이는 희생플라이가 될 수 없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명기는 이 낮은 플라이에 홈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상상도 못한 이 질주에 급하게 홈으로 공을 뿌렸지만, 몸을 살짝 틀며 손으로 홈 베이스를 터치하는 과정은 대단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

2회초 1사 3루 KIA 이명기가 안치홍의 희생플라이로 홈에서 세이프 되고 있다. 넥센 포수는 주효상. Ⓒ연합뉴스

안치홍이 이명기와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이 극적인 장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2회에만 4득점을 한 기아는 3, 4회에도 연속 득점에 성공했다. 지난 주말에 침묵했던 최형우는 평소 강했던 한현희를 상대로 홈런을 치며 분위기를 완벽하게 이끌었다.

4회에는 나지완의 타구를 유격수 김하성의 당황스러운 실책으로 추가 실점을 했다. 이범호가 환상적인 수비로 헥터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였다. 라인을 타고 넘어오는 공도 강력한 타구도 모두 완벽하게 잡아 아웃으로 만드는 이범호의 수비는 말 그대로 환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수비 요정다운 능력이었다.

안정적인 피칭을 하던 헥터는 6회 실점을 했다. 유독 헥터에게 좋은 안타를 만들던 송성문이 다시 안타를 친 상황에서 이정후를 병살로 처리했다. 이번에도 이범호가 병살을 만드는 과정이 대단하게 다가왔다. 빠른 타구를 잡자마자 2루 베이스로 향하는 안치홍을 계산한 송구를 하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수비로 병살을 완성하는 장면은 최고였다.

병살 이후 실점 없이 이닝을 막을 듯했지만 서건창에게 2루타를 내주고 허정엽에게 적시타까지 맞으며 2-7까지 추격했다. 그나마 추가 실점 없이 이닝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다행이었다. 7회는 더 흔들렸다. 선두타자를 볼넷으로 내주고 1사후 대타 김태완이 안타를 치고, 송성문이 헥터를 상대로 세 번째 안타를 치며 만루를 만들었다.

2회초 무사 KIA 이범호가 안타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

만루 상황에서 이정후가 희생타를 치며 3-7로 따라 붙은 넥센은 바뀐 투수 심동섭을 넘어서지 못했다. 헥터는 6과 2/3이닝 동안 113개의 투구수로 9피안타, 8탈삼진, 1사사구, 3실점을 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반면 방어율 1위였던 한현희는 5이닝 동안 88개의 공으로 9피안타, 1피홈런, 1탈삼진, 2사사구, 7실점, 5자책으로 패전 투수가 되며 방어율 1위 자리를 빼앗겼다.

이번 경기에서는 이범호의 환상적인 수비와 함께 다양한 볼거리도 많았다. 8회 초 기아 공격에서 김선빈과 이명기가 모두 2루에서 아웃을 당하는 장면은 아쉬움이 컸다. 바뀐 포수 김재현의 완벽한 송구로 인해 두 명이 연이어 도루 실패를 하는 장면은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9회 초에는 김주찬의 빗맞은 안타를 이정후가 잡자마자 레이저 송구로 2루에서 타자를 잡아내는 장면도 대단했다. 2루수와 중견수 사이 라인 근처에서 맞고 펜스 방향으로 변하는 공은 처리하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이런 공을 잡아 발이 빠른 김주찬을 2루에서 잡아내는 과정은 대단했다.

이정후가 이런 멋진 수비를 보여준 9회 유격수 김하성이 다시 황당한 실책을 하며 실점을 하는 장면은 아쉬웠다. 넥센으로서는 기아 불펜이 약하다는 점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실점 없이 막으며 역전을 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하성의 아쉬운 수비는 초반 흐름을 기아에 내주고, 후반에는 추격 의지까지 떨어트렸다는 점에서 최악이었다.

기아는 불펜이 약한 현실을 생각해 점수 차가 난 상황에서도 과감하게 스퀴즈를 시도했다. 지난 시즌 넥센에서 후반 역전패를 많이 당했던 기억과 함께 초반 기아 불펜이 집단 난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쥐어짜서라도 한 점이라도 더 내려는 감독의 간절함이 만든 결과였다.

2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 KIA 선발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아는 심동섭과 김윤동이라는 최근 잘 던졌던 투수들이 나와 실점 없이 경기를 마무리했다. 헥터는 타격 지원과 함께 튼튼한 수비 도움까지 받으며 2017 시즌 시작과 함께 6연승을 달리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비록 전 경기부터 조금씩 힘에 부친다는 느낌을 후반 받게 만들기는 하지만 여전히 헥터는 강력했다.

부진했던 이범호와 김주찬이 멀티 안타를 치며 부활을 예고했다. 주말에 잠시 쉬웠던 최형우 역시 홈런과 2루타를 치며 중심 타선에 힘을 불어넣었다. 이번 경기는 기아로서는 완벽한 승리였다. 선발이 자기 몫을 다했고, 불안했던 불펜도 무실점으로 경기를 막았다. 타선은 필요할 때 터지며 승리를 만들어냈다. 이번 같은 경기를 한다면 기아의 우승은 너무나 당연하다.

양현종과 팻딘이 줄지어 나오는 넥센 경기에서 기아가 스윕을 완성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지독할 정도로 고척 스카이돔에서 약했던 기아는 올 시즌 첫 경기에서 그 징크스를 깨고 화끈한 공격력을 보여주었다. 양현종과 최원태가 선발 맞대결을 하는 3일 경기 역시 기아가 우세한 상황에서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지 기대된다. 맨쉽과 헥터에 이어 양현종 역시 시즌 시작과 함께 6연승 기록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한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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