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반팔을 입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날씨가 따뜻해졌다. 따뜻해진 날씨와 더불어 투수들의 어깨도 서서히 예열되어 가는 느낌이다. 유독 국내파 투수들의 선전이 두드러졌던 KBO 리그 4월 4주차를 복기해본다.

1. 토종 선발투수들의 선전, 그 중심에는 넥센

KIA 선발투수 양현종, LG 선발 투수 류제국 (연합뉴스 자료사진)

시즌 초반 토종 선발투수들의 분전이 돋보인다. KIA 타이거즈의 양현종과 LG 트윈스의 류제국이 나란히 5승으로 다승 공동 1위에 올라 있으며, 조상우, 한현희, 최원태, 신재영, 양훈, 김원중, 박진형, 임기영, 고영표, 임찬규, 김대현 등의 젊은 선발투수들과 배영수, 차우찬, 송승준 등의 베테랑급 선발투수들의 활약이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사이드암 선발투수들도 지난해 신인왕 신재영(넥센)을 필두로 올 시즌에는 임기영(KIA, 3승), 고영표(kt, 2승)등이 가세하면서 존재감을 높이고 있다. 또한 재활을 마치고 리그에 복귀한 한현희(넥센)는 선발로 보직을 바꾸면서 평균자책점 리그 1위를 달리는 괴력을 선보이고 있다.

손민한, 박명환, 배영수 등의 우완 트로이카 전성시대 이후 리그에선 우완 정통파 선발투수들의 활약은 미미하였다. 대신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장원준, 장원삼, 차우찬 등 좌완 선발투수 전성시대가 지속되었다.

그러나 올 시즌에는 조상우, 최원태(넥센), 김원중(롯데), 박진형(롯데), 임찬규, 김대현(이상 LG) 등 차세대 우완 영건들이 주목 받으면서 우완 선발투수가 모자라 국가대표팀 구성조차 어려웠던 고민을 해결해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넥센 선발 최원태 Ⓒ연합뉴스

토종 선발투수 돌풍의 중심에는 넥센 히어로즈가 자리하고 있다. 팀 창단 이후 무려 9년 만에 4경기 연속 토종 선발투수들이 선발승을 거두는 쾌거를 이루었다. 현재 넥센은 벤 헤켄, 오셜리반 등 두 명의 외인 투수들이 전부 로테이션에서 제외되어 있다. 대신 한현희-최원태-신재영-조상우-양훈 등으로 구성된 선발진은 지난주 호투를 거듭하며 팀 주간성적 5승 1패에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

박병호, 강정호, 서건창, 윤석민 등 가공할 펀치력을 앞세워 넥벤저스로 불린 넥센이, 올해는 강력한 선발투수진을 앞세워 넥벤저스 시즌 2를 열어젖히고 있다. 시즌 초반 이정후, 허정협 등 새로운 야수진의 활발한 공격력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킨 넥센은 끊임없는 화수분 야구를 통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2. 새롭게 재편되는 판도 - 승수를 다 까먹은 kt, 하위권에 합류한 한화, 맥을 못 추는 삼성

4월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t 위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3회 초 2사 2루 때 kt 전민수가 유한준의 1타점 적시타로 득점 후 더그아웃에서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창단 이후 최초로 개막 3연승을 거두며 돌풍의 중심에 자리했던 kt 위즈는 4월 3주차부터 루징시리즈를 거듭하더니 그동안 벌어놓은 승수를 다 까먹고 말았다. 4월 한 달 동안 5할 승률 이상을 기대했지만 승패 마진 -2로 4월 성적을 마감했다. 물론 창단 이후 가장 우수한 4월 성적이지만 시즌 초반의 선전을 감안할 때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그러나 정대현, 고영표 등 김진욱 감독 부임 이후 새롭게 선발진에 합류한 투수들이 더 분전해준다면 꾸준히 중위권을 유지할 잠재력은 지니고 있다.

시즌 초반 오간도, 바에누에바 등의 외국인 원투펀치와 배영수, 송은범, 이태양 등이 호투를 거듭하면서 모처럼 선발야구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던 한화 이글스는 주간성적 1승 5패를 기록하면서 승률이 3할대로 추락하였다. 선발투수진의 붕괴와 더불어 간판타자 김태균의 공백이 더욱 뼈아프게 느껴졌던 한 주였다.

더군다나 김성근 감독이 언론에 사실상 벌떼야구 모드로 회귀를 선언하면서 시즌 초반부터 주력 계투진의 혹사가 우려되고 있다. 시즌 144경기 모드에 대비하지 못해 두 시즌 연속 하반기 추락을 경험했던 바라 또 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 없다.

기나긴 연패의 늪을 힘겹게 탈출한 삼성 라이온즈는 4월 한 달 동안 4승을 거두는 데 그쳤는데, 팀 창단 이후 최악의 성적은 물론이거니와 다승 1위 승수(5승)에도 못 미친다. 문제는 새로운 전력보강 요인이 눈에 뜨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불과 2년 전만 하더라도 리그를 호령했던 삼성이 지금은 프로야구 원년 최하위팀 삼미 슈퍼스타즈에 비교되는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슈퍼스타 이승엽이 공식적으로 은퇴를 선언한 올 시즌 그의 은퇴식을 초라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리고 팀의 명예회복을 위해 프런트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3. 어느 새 선두를 넘보는 NC, 잠재적 대권후보 LG

4월 14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7 KBO리그 kt 위즈 대 LG 트윈스의 경기. 2 대 5 LG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LG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NC 다이노스의 상승세가 무섭다. KIA 타이거즈와의 주말 시리즈를 위닝 시리즈로 장식하면서 선두 KIA를 0.5게임차로 바짝 추격하였다. 외국인 선발 원투펀치(해커, 맨십)외에 구창모, 최금강, 장현식 등이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주고 있다. 팀 QS만 늘어난다면 지금 리그에서 가장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김진성, 원종현, 임창민 등의 계투진의 위력이 더욱 배가될 것이다.

3연속 위닝시리즈를 기록한 LG의 상승세도 무섭다. 류제국, 소사, 차우찬, 윤지웅, 임찬규 등이 나서는 선발진은 10개 구단 중 가장 이상적인 좌(차우찬, 윤지웅), 우(류제국, 소사, 임찬규) 균형을 이루고 있다. 특히 지난주 임찬규가 데뷔 후 가장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면서 새로운 영건으로의 성장을 기대케 하고 있다.

가용 투수자원이 풍부한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LG의 더 큰 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프로 2년 차 김대현도 지난주 시즌 첫 승을 따내면서 선발진의 뎁스를 더 두텁게 했으며, 마무리로 전업한 신정락(벌써 6세이브)을 필두로 김지용, 정찬헌, 진해수 등이 안정적인 계투진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선발 허프, 마무리 임정우가 가세한다면 LG는 단숨에 대권후보로 도약할 추진력을 얻게 된다.

5월 1주차는 징검다리 연휴가 끼어 있어 관중 동원에 순항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주간 매치업 중 2,3위에 올라 있는 NC와 LG의 잠실 3연전, 선두 KIA와 무서운 상승세의 넥센의 고척 3연전이 빅 매치업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주말에는 5일~7일 황금연휴 동안 전통의 라이벌 LG와 두산의 어린이날 더비가 펼쳐진다. 매주 UP & DOWN이 두드러지는 순위 판도가 어떻게 요동치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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