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동안 언론계에서 어떤 인물이 가장 진상짓을 떨었는지, 그들의 후안무치함을 되새기고자 실시했던 '2009 그랜드미디어진상' 설문조사가 28일 마감됐습니다.

각자가 생각하는 '올해 최고의 미디어진상'을 꼽아주신 총 989명의 독자 여러분께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난해(600여명 참여)보다 반응이 훨씬 뜨거워 <미디어스>도 조금 놀랐습니다.

한 시민은 10인의 후보자들 모두에게 '빵꾸똥꾸상'을 수여했고, 어떤 시민은 "혹시 투표한 사람 다 잡혀가는 것 아니냐"는 뼈아픈 말을 던지기도 하셨습니다. 올 한해 언론계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반응들이라 생각됩니다.

진상들이 너무 많아서 1명만 뽑기 너무 힘드셨죠? "적어도 세개는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몇몇 시민들의 지적에 십분 동의합니다.

지난해에도 "막상막하인 후보들이 너무 많아서 찍기 어렵다"는 원성을 들었던 <미디어스>는 올해 설문조사 실시 전에 그 부분을 고려했으나 현재 저희의 시스템만으로는 1인당 1표만 선사할 수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내년부터는 1인 다표제를 실시할 수 있도록 방안을 강구해보겠습니다.

◇MB, '압도적' 몰표로 2009년 언론계 '최고 진상'

우열을 가리기 힘든 각종 진상들 중에서 '최고봉'은 2MB(718명, 73%)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압도적 몰표입니다. 지난해 미디어진상 설문조사에서는 뚜렷한 증거가 없어 후보군에 선정되지 못하셨죠. 올해는 'KBS사장 선임'과 관련한 발언 하나만으로 '최고 진상'으로 뽑히셨으니 그분의 내공에 새삼 감탄하게 됩니다. 그분의 언론장악을 향한 열정과 끈기를 높이 산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 시민은 압도적 몰표에 대해 "어려운 문제의 정답을 콕 찍은 분들이 많다"며 "역시 못된 짓에는 그를 따라올 자가 없다"고 꼬집기도 하셨죠.

"우리집에 있는 건 다 내꺼"라고 우기는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해리처럼 "이 나라의 언론은 다 내꺼"라는 듯 언론장악을 착착 진행하는 이 정부의 수장인 그분은 '빵꾸똥꾸상'도 차지하셨습니다. 압도적 몰표로 진상을 거머쥐고 빵꾸똥꾸상까지 차지한 당신은 역시 욕심쟁이, 우후훗~.

◇올해 두번째 진상은 나경원, '날치기 길 터준' 김형오 3등

이번 시상식에서 2MB를 제외하고 눈에 띄는 인물은 단연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입니다. 3등인 김형오 국회의장(43명, 4%)의 2배를 넘는 88명(9%)으로부터 '올해 최고의 진상'으로 꼽히셨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미디어법을 꾸준히 밀어붙였던 나 의원. 헌재 판결 이후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미디어법 헌재 판결을 읽어본 척하던 그의 모습이 특히 시민들의 마음을 끌었나봅니다.

미디어법 날치기의 길을 터준 김형오 국회의장의 활약도 눈에 띕니다. 한 시민은 "언론장악의 백미는 뭐니뭐니해도 언론악법"이라며 "언론악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뻔뻔형오를 그랜드미디어진상 주인공으로 추천한다"고 밝히셨습니다.

날치기 길을 터준 김형오 의장님,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에게 2위를 넘겨줬다고 해서 섭섭해하진 마세요. '도찐개찐'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점령군' 김우룡 안타깝게 4등

후보군을 선정하면서 <미디어스>는 엄기영 사장을 식물사장으로 전락시키며 MBC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바꾸려 하고 있는 '점령군' 김우룡 MBC사장님, 아니 방문진 이사장님이 많은 표를 받으실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4등(36명, 4%)밖에 못하셨네요.

하지만 2MB, 나경원 의원, 김형오 의장 등 이사장님을 앞선 그분들보다 당신의 진상짓이 결코 뒤쳐지는 것은 아니니까 순위에 연연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강동구 KBS노조위원장, '빵꾸똥꾸상'

최시중 방통위원장(27명, 3%), 조중동(24명, 2%), 강동구 KBS노조위원장(21명, 2%)이 간발의 차이로 5,6,7등을 거머쥐셨습니다.

이중 강동구 노조위원장은 시민 2명으로부터 '빵꾸똥꾸상'을 받으셨네요. 해고와 구속을 결의한 한달 뒤에 특보 사장과의 협상에 나선 강 위원장님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진정한 '빵꾸똥꾸'로 거듭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8,9등은 배석규 YTN사장(14명, 1%), 김인규 사장(11명, 1%)입니다. 이제는 떠나간 사람이기 때문일까요? KBS뉴스를 '땡박뉴스'로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이병순 전 KBS사장(7명, 1%)은 꼴등을 하셨습니다.

이분들 모두 비록 진상 설문조사에서는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올 한해동안 보여주신 활약은 '진상' 그 자체였으니 너무 상심하지 마세요. 내년에는 또 어떤 진상짓을 보여줄지 벌써부터 손발이 오그라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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