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 하고 대선 관련 이슈들이 쏟아지고 있다. 대선 최대 이슈 중 하나였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26일 새벽에 경북 성주골프장으로 전격 배치되었다. 이 과정에서 주민 12명이 부상을 입고 1명이 연행되었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토론회에서 동성애를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였다. 다음날 국회 앞 문재인 후보의 기자회견장에서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격렬한 항의가 이어졌고 10여 명이 연행이 되기도 했다. 또한 반년 넘게 이어진 촛불집회의 성과로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까지 이끌어냈던 것이 무색할 만큼 대선후보 간의 네거티브 전략이 난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대선후보 중에 이주노동자와 관련된 공약을 내세운 후보는 심상정 후보 한 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의 투표권이 없는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한국사회나 정치에 관심이 전혀 없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작년 10월부터 시작된 촛불집회에 참석한 이주노동자들은 적폐청산! 박근혜 퇴진! 같은 구호를 함께 외치며 밤새 청와대까지 행진을 하기도 했다. 천안, 평택, 오산, 의정부 등에서 두 시간 넘게 걸리는 거리를 오고가며 촛불집회에 참석하는 이주노동자들 중에는 22차 촛불집회가 열리는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참석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이주노동자는 SNS를 통해 라이브 방송을 계속하면서 집회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3월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이주공동행동 등 주최로 열린 세계 인종차별 철폐의 날 기념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직접 촛불집회에 참여하진 못하더라도 촛불집회 관련 뉴스나 집회에 큰 관심을 보이는 이주노동자들도 많았다. 특히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거나 헌재에서 탄핵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순간 등 중요한 국면에서는 각국어로 번역된 촛불집회 관련 뉴스가 SNS 타임라인을 도배하였다. 이렇듯 한국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이주노동자들이 상당히 많다. 3월말 박근혜 대통령 구속 이후 대선 운동이 본격화되면서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도 정권이 바뀌면 이주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더 반영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다. 2017년 한국사회에서 이른바 3D산업을 책임지고 살아가는 이주노동자들이 바라는 세상은 이주노동자, 한국인노동자 차별 없이 평등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런 마음들이 모여 이주노동자들이 원하는 세상을 향해 힘껏 목소리를 외치는 날이 예정돼 있다. 4월 30일 오후2시 보신각 광장에서 열리는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하는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 철회! 이주노동자 노동3권 쟁취!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가 바로 그것이다. 5월 1일 노동절은 근로기준법상 법정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은 쉬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이주노동자 노동절 집회를 매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 2월에 발표된 고용노동부의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에 대한 이주노동자들의 분노가 적지 않다.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 사전준비를 위해 열린 [이주공동체 연대회의]에는 캄보디아, 네팔,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들이 모였다. 이주노동자들은 반드시 숙식비 강제징수 지침을 철회시키자는 결의를 모아서 4월 30일 메이데이 집회에 많은 숫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SNS 등을 통해서 적극적인 조직화에 나서기로 하였다.

이번 4.3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는 이주노동자들뿐만이 아니라 국내에 있는 여러 노동사회단체들도 함께 행진을 할 예정이다. 행동하는 성소수자인권연대를 비롯한 성소수자 활동가들, 집회 요구안에 담긴 차별금지법 제정의 목소리를 모아 알리려는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각국어로 된 이주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라 메시지를 담은 플랜카드를 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동지들을 포함하여 오랫동안 이주노동자 운동에 연대를 해온 다양한 동지들이 집회 참석의사를 밝혔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대의 행렬은 이어지고 있다. 대만 국제노동자협회(TIWA)에서도 4.3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국제연대발언을 하고 함께 행진에 참여하기로 했다.

이렇듯 국내외에 다양한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이주노동자들의 인권과 노동권 보장을 위해 투쟁하는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는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서울뿐만이 아니라 대구에서도 오후 3시 2. 28공원에서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기 때문에 전국적인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은 더욱 커져갈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도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지난 15차 촛불집회에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이 이주노동자 현실에 대해 절절히 호소했던 영상을 소개하고자 한다. 4.30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함께 만나자!

https://youtu.be/ctqw7rGYDtw

박진우_ 2012년부터 이주노동조합의 상근자로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어서 언젠가는 이주아동 대안학교 선생님을 하겠다는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일을 한 지 5년이 되어가지만 부족한 외국어실력 탓인지 가능한 한국어로만 상담을 하고 있다. 이주노조 합법화 이후에 다음 역할이 무엇이 되어야 할지 고민 중이다. 건강한 몸과 마음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무엇을 하더라도 스스로 재미있게 살아갈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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