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멀리, 중동 UAE 아부다비에 와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모하메드 왕세자와 만나고, 오늘 칼리파 대통령을 만나서 최종 담판 회담을 가졌습니다. 그 후에 대한민국 한전 컨소시엄이 이번 원전 수주에 최종 확정자로서 국내외 공표를 하게 되었습니다. … 최근에 제가 원자력 발전 시설의 수출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이명박 대통령의 특별 담화문>

▲ ⓒ청와대 홈페이지
47조원의 UAE(아랍에미리트)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자로 우리나라 업체가 선정됐다고 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현지에서 특별기자회견을 통해 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이 같은 UAE 원전수주는 사업의 거대한 규모와 성과 측면에서 언론매체들의 주목을 받았고, 27일 저녁 지상파 방송 간판뉴스와 28일자 종합일간지 모두 이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또한 사업성과의 모든 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돌리기 바빴다.

SBS·KBS·MBC, UAE 원전수주 공은 이대통령의 몫

SBS <8시뉴스>는 ‘이 대통령 직접 UAE 방문…총력 지원으로 역전’ 기사를 통해 “프랑스 컨소시엄으로 기우는 듯하던 승부를 한 달 여 만에 반전시킨 ‘역전극’이었다”고 평가했다.

뉴스는 “우리 정부는 프랑스 컨소시엄에 공사를 줄 수밖에 없다는 UAE측의 통보를 받았다”며 “패색이 짙어지는 순간 우리 정부는 승부수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이 대통령은 “원전사업 책임자인 모하메드 왕세자에게 여섯 차례나 전화를 걸어 설득했고, UAE 정부에 이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으며, 한승수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특사단이 급파됐다”고 소개했다.

▲ 지난 27일 저녁 SBS·KBS·MBC 간판뉴스 보도 캡처
KBS <뉴스9>는 더 나아가 ‘정상 외교로 뒤집기’ 기사를 통해 “각국 정상들까지 나섰던 이번 원전 수주전은 기술력뿐 아니라 외교력, 나아가 국력의 싸움이었다”면서 “특히 현대건설 회장 시절 원전 건설을 지휘했던 이 대통령의 경험과 지식이 이번 비즈니스 정상외교에서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청와대는 평가했다”고 그대로 전했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현지에서 진행되는 이명박 대통령의 특별기자회견을 그대로 보도했다.

그야말로 감동스토리의 드라마가 아닌가. 이 어마어마한 성과를 올리고 귀국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모습은 그야말로 ‘금의환향’이라는 단어 외에 무엇으로 설명이 가능할까 말이다.

조중동, ‘신화는 없다’까지 등장시키는 충성까지

<조선일보>는 ‘사실상 국가 대항전…이 대통령, 프 사르코지 꺾었다’는 기사를 통해 “이 대통령은 7월 한전이 UAE에 제안서를 낼 때 ‘공기를 6개월 더 단축하라’, ‘사업비 10%를 더 삭감해 제출하라’고 코치해준 것으로 전해졌다”고 치적을 높이 샀다. 한전 관계가의 말을 인용해 “이 대통령이 이번 수주전에서 사실상 총감독 역할을 했다”고 했을 뿐 아니라, 청와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 대통령은 무엇보다 한국과 UAE가 원전사업을 계기로 ‘백년지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고 전했다.

▲ 12월 28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중앙일보>는 ‘MB, 왕세자 6차례 통화…프랑스로 기울던 판세 뒤집었다’ 기사를 통해 이명박 대통령이 원전 수주 마침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사실 이 대통령이 이번 수주에 ‘올인’하다시피한 데엔 과거의 기억도 영향을 미쳤다”고 썼다. 역시나 감동을 더 이끌어 내는 데에는 어려웠던 시절의 회상만한 것이 없다.

동 기사에서 <중앙일보>는 “이 대통령은 ‘기술이 없어 힘겹고 설움 받던 시절이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고 전했고, 또한 ‘MB, 입술 터진 보람이 있네’ 기사를 통해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입술은 쩍쩍 갈라지고 터져 있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아예 이명박 대통령의 저서 ‘신화는 없다’의 한 구절을 인용하는 충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 기사에서 <동아일보>는 ‘하청업자 설움 30년 만에 씻은 MB’ 기사에서 “계속 블랙커피만 마시면서 열네 시간에 걸친 담판이었으며, 결국 우리가 원하던 방향으로 합의가 이뤄졌다”며 과거 이 대통령의 웨스팅하우스와의 남다른 인연을 소개했다. <동아일보>는 이 대통령의 스킨십이 결정타였다고 주장했다.

UAE 원전수주, 이 대통령 출국 전 사실상 확정!

▲ 12월 28일자 경향신문 기사
<한겨레>는 지식경제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이달 초부터는 90% 이상으로 확정되는 분위기였고, 발표를 앞둔 1주일 이후로는 가능성이 99%로 뛰어올랐다”고 전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UAE로 떠나기 전에 이미 결론이 난 상태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바쁜 일정을 쪼개 그는 왜 UAE까지 갔을까?

<경향신문>은 “이 대통령의 출국 전 수주전은 이미 결론 난 셈”이라면서 “따라서 이 대통령의 이번 UAE 행은 수주전 막판지원보다는 세일즈 외교의 성과를 ‘극적으로’ 부각시키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UAE에 가서 현지 특별기자회견까지 연 것이라면 ‘유치’하지만 그의 성과를 깎아내릴 생각은 없다. 언론매체를 통해서 알려진 내용이 원전수주의 ‘전부’라면 말이다. 무슨 말인고 하니, 이와 같은 기사 내용 모두 UAE 원전 수주 성공신화에 맞춰져 있을 뿐 계약을 상세히 소개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UAE 원전수주 계약서를 본 사람은 없나요?

실제 UAE 원전수주에 대한 현재 구체적인 내역은 알 길 없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한전 관계자들의 인용 기사가 전부이다. 단지 <한겨레>만이 “일부에서는 경합을 뚫고 사업권을 따내는 데 적지 않은 반대급부가 주어졌을 것이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의구심을 나타냈을 뿐이다.

그 반대급부란 무엇일까? <조선일보>는 3면 기사에서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원전수주를 위해 ‘UAE 전투기 기종을 프랑스산 미라주에서 최신형 라팔로 60~100대까지 교체해주겠다’, ‘UAE 주둔 프랑스군을 늘리겠다’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또한 “UAE에 대한 군사적인 지원을 대폭 강화”, “루브르 박물관 분관 건설 제안”, “프랑스 대사관 무상 이용”, “핵우산 제공” 등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이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조선일보는 “이 대통령은 원전 수주를 위한 각 부처의 지원을 조율하는 데에 ‘경제·국방·교육·문화 등 각 분야에서 UAE가 원하는 것은 가능한 한 다 들어주라’고 지시했다”는 대목만 전했다. 각 분야를 망라하는 경제협정이 체결됐다는 말이다.

UAE가 프랑스의 저 많은 조건들을 뿌리치고 우리나라와 체결한 ‘뭔가’가 있다는 말이다.

<동아일보>는 ‘원전 수주에 김국장 긴급출동 왜?’ 기사를 통해 “이번 원전 수주를 위해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11월 중순 2차례나 극비리에 UAE 를 방문해 양국 간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군사교류협력 협정(MOU)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양국간 군사협력에는 유사시 군사적 지원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 12월 28일자 동아일보(왼), 한겨레(오른) 기사
<한겨레>도 “보통 원전을 유치한 국가들은 설계와 건설을 외국 회사에 맡긴 뒤 운영은 자국에서 맡는 경우가 많지만 UAE는 운영까지도 모두 한전 컨소시엄에 맡겼다”면서 “그만큼 원전 기술과 운영 능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지만 앞으로 한전 컨소시엄이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떠안은 짐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원자력 발전소의 안전성은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분야가 아니었던가.

결국 UAE 원전 수주에는 6개월의 공기 단축과 사업비도 10% 삭감 뿐 아니라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이면의 조건들이 다수 포함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에 모든 뉴스와 기사에서 47조원이라고 했지만 환경운동연합은 긴급 성명을 내고 “자동차 100만대를 수출하는 것과 맞먹을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주장하지만 그 효과는 부풀려진 것”이라며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에 수출하게 된 ‘한국형’ 원자로는 이름과 달리 원자로 등 주요 핵심부품의 원천기술은 아직 한국산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원자력은 석유, 석탄과 마찬가지로 고갈될 자원이며 에너지 소비 총량을 줄이고 고효율 사회, 분산형 에너지 시스템으로 재편될 새로운 에너지 패러다임 시대에 대안이 되지 못하는 구시대의 유물”이라며 “시대를 선도하지 못하고 과거의 기술로 미래를 저당 잡히고 있는 이번 수출 건이 대서특필 되고 있는 현실이 그래서 더 안타깝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47조원의 UAE 원전 수주라고 했던가? 이제 치적을 쌓는 것은 그만, 요란한 빈 수레가 아닌지 잘 따져봐야 할 차례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