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입학 비리' 이길영 KBS 신임 감사의 임명을 비판했던 KBS감사실 평직원들이 타부서로 대거 전보돼 '숙청인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지난 24일 KBS는 감사실의 박태진, 윤재혁, 김건우, 최원석, 김성일, 권찬중, 이석진, 정지영 등 8명의 평직원을 편성본부, 보도본부, 경영본부, 기술본부, 시청자센터 등으로 인사발령했다.

이들을 포함한 감사실 평직원 20명 일동은 지난 16일 성명을 통해 "직원조차 징계 후 3년 이내 올 수 없는 감사실의 수장으로 '비리감사'가 오는 것을 누가 인정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길영 후보자의 감사임명을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길영 신임감사는 취임 직후인 지난 18일 감사실장을 교체했고, 19일에는 기획·방송·기술·경영감사역에 대한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영헌 전 감사실장은 28일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숙청인사'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감사실 인사에 초유의 일이다. 규정을 무시한 인사를 하고서도 모든 직원들에게 사규를 지키라고 얘기할 수 있겠는가"라며 "이건 분명히 개혁이 아니다. 탕평인사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 전 실장은 "신임감사 취임에 감사실 평직원들이 감평회 이름으로 성명서를 낸 응징인가"라고 물으며 "이게 사실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KBS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인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문제의 본질은 직원들이 떠날 만큼 신임 감사가 자격미달이라는 것"

하지만 인사발령을 받은 당사자들은 "희망하는 곳으로 발령이 났다"고 밝혔다.

인사발령을 받은 A씨는 "나를 비롯해 대부분의 (감사실) 평직원들이 희망하는 곳으로 발령됐다"며 "더이상은 말씀드리기 힘들다"고 말했다.

B씨도 "희망하는 곳으로 발령됐다"며 "감사팀의 노하우가 지속돼야 하기 때문에 나머지 12명은 그대로 근무할 것 같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는 "'숙청인사'라고까지 할 수는 없지만 문제의 본질은 직원들이 타부서로 떠나갈 만큼 이길영씨가 KBS감사로서 자격미달이라는 것"이라며 "예전의 사원행동 같으면 지역으로 인사발령을 냈을 텐데 현재 KBS내에서 인사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안좋은 데다 감사실 업무가 워낙 특수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원하는 곳으로 보낸 것으로 마무리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엄경철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 준비위원장은 "이번 인사를 '숙청'인사라고,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길영 감사가 자격미달인 것은 분명하다"며 "오늘(28일) 오후 변호사를 만나 마지막 논의를 한 뒤, 내일(29일) '감사직무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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