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 사드 비용 10억 달러를 내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10억 달러는 1조 원이 넘는 금액이다. 특히 26일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를 기습 배치한 후 나온 발언으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와 보수정당은 한국이 사드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지만 운영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며 야당, 시민사회의 반대여론을 물리쳐 왔다. 트럼프의 이같은 발언으로 사드 배치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보수정당은 곤혹스런 입장에 몰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연합뉴스)

당초 사드 배치는 5·9 조기대선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26일 주한미군은 경북 성주골프장에 사드 장비를 기습 운반·배치를 강행했다. 한국 대선과 상관없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한미당국의 사드 '쐐기 박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사드 장비 운반을 위해 경력만 8000여 명이 동원됐다. 사드 운반 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 시민단체 회원들과 경찰 사이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10억 달러의 사드 운영 비용을 한국이 부담하게 하겠다는 발언은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정부는 사드 운영 비용은 미국이 부담한다고 밝혀왔다. 지난해 5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사드의 전개와 운용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으로 이미 정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드 배치가 결정된 지난해 7월 국방부는 "사드를 구매하고 운영하는 비용은 미국이 부담할 것이며 한국은 부지와 기반시설을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드 1개 포대는 고출력 레이더와 발사대 6대, 요격미사일 48기, 사격통제장치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포대당 1조~1조50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대로라면 사드 비용 대부분을 한국 정부가 부담하게 되는 셈이다.

사드 배치 결정 당시 야당은 사드 배치 비용이 "실제 우리에게 청구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이 있느냐"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은 미국에 연간 약 1조 원에 달하는 방위비 분담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2013년 통계에 따르면 미국이 사용하지 않고 쌓아둔 분담금만 7300여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수정당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야당을 비판하는 주요 논거로 사드 운영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왔다. 지난 3월 자유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사드 체계 전개 및 운영 유지 비용은 전적으로 미국이 부담한다"면서 "한국은 이미 체결된 협정에 따라 관련 부지와 기반 시설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4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측은 킬체인과 KAMD 도입을 서두르자는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 "킬체인과 KAMD 구축에 17조 원의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데, 사드는 우리나라에서 부지만 제공하고 제반 비용은 미국에서 부담한다"면서 "이런 사드도 반대하면서 킬체인과 KAMD 도입을 서두르는 걸 누가 진정성 있다고 믿겠는가"라고 비난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와 관련 "끔찍한 한미 FTA는 재협상하거나 종료하길 원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는 당사국이 다른 당사국에게 협정 종료 희망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하면 180일 후에 종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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